좀 늦었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을 그가 말하는 '웃음도서'로 받아들이기에는. 이 책이 나온 때는 2005년. 지금보다는 남북 관계가 좋았을 때다. 긴장에서 화해 분위기로 가던 때. 남북 교류도 어느 정도 이루어지던 때.
그런데 지금은, 좋아질 것 같았던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되어 버리고, 우리는 교류 단절의 시대에 살고 있다. 북한은 북한, 남한은 남한. 그래도 읽으면 참 경쾌하게 책이 넘어간다. 상황은 상황이지만 이 책을 그냥 '웃음도서'로 받아들이자.
1997년 쿠웨이트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온 림 일이 서울살이를 하면서 겪은 일을 쓴 책이다. '웃음도서'라는 브랜드를 걸고 책을 썼는데, 북한에 대한 비판보다는, 서울에 살면서 자신이 겪은 일화를 중심으로 책을 서술하고 있다.
특히 남과 북에서 사용하는 언어 차이에 많은 주목을 하고 있는데, 생각할 것들이 제법 있다. 남과 북에서 살면서 차이를 느끼고 그것들에 대해서 쓴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과 북은 차이보다는 비슷한 점이 더 많다는 것.
평양에서 살다 온 사람이 서울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일들이 경쾌하게 펼쳐지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지금도 유효한지 모르겠지만 이 책의 수익금을 평양산원의 어린이들을 위해서 기부했다고 하니, 여러모로 좋은 일이다.
그는 비록 북한을 떠나왔지만 그것은 북한을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좀더 잘 살기 위해서 온 것이다. 그래서 북한에 대한 맹목적인 비판을 앞세우지 않고 서울에 살면서 겪은 일들을 중심으로 자신의 생각을 펼쳐나가서 거부감이 크게 일지 않는다.
이렇게 그가 말한 것처럼 남북이 서로 교류를 활발하게 해서 그도 평양에서 서울살이에 대한 강연을 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책 곳곳에 남북의 언어 차이를 비교해주는 장이 있어서 남북 언어 차이도 한 눈에 볼 수 있어서 좋은 책이다.
남과 북 정상이 만난 것이 그리 오래지 않았는데 먼 과거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직도 우리가 갈 길이 멀다는 것.
그렇지만 한때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말했던 '멀다고 하면 안 되겠구나'라는 말. 평양과 서울이 멀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해준 책이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면 평양에 '류경 호텔'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버드나무가 많아서 평양의 이름을 '류경'이라고 한다는 것. 우리는 두음법칙을 적용하여 '유경 호텔'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그들은 두음법칙이 아닌 '원음법칙'을 사용해서 '류경 호텔'이라고 한다는 것. '류경'이라는 이름이 왜 평양에서 쓰였는지를 알게 된 수확도 있는 책이다.
2탄은 그렇게 가볍게만 읽을 수는 없다. 북한을 떠나오기 전에 평양에서 지낸 일들을 기록한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무겁게 쓰지 않았지만 읽는 사람은 무겁게 읽을 수밖에 없다. 자기가 살던 터전을 떠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또 돌아갈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에, 그것도 가족을 두고 떠나 왔기에.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북한의 실생활을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된다. 저자는 그래도 평양시민으로 살았다. 그가 권력의 최상층에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북한의 다른 사람들보다는 나은 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북한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는 것. 그들도 뇌물이 있고, 불륜이 있고, 술도 마시며, 친구들과 음식점에서 함께 하는 시간도 있다는 것. 그것이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고 해도.
이런 저런 점을 살펴도 이 책들은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