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 - 치명적 신종, 변종 바이러스가 지배할 인류의 미래와 생존 전략
네이선 울프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15년 6월
평점 :
우린 이미 알고 있었다. 모두는 아니지만, 우리 인류는 앞으로 우리에게 판데믹(팬데믹이라고도 한다)이 여러 차례 올 거라는 사실을 예측하고 있었다. 그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계속 나오고 있었다. 그냥 당장 닥친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기에 들어가는 돈의 몇 십분의 일도 안 되는 투자만 하고 있었을 뿐.
그 결과가 무엇인가? 현재 코로나19로 전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판데믹이 올 거라고, 그에 대해서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은 결과가 지금 세계가 겪고 있는 비극이다.
판팬데믹을 겪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정신차리지 못하고 있다. 잠시 통제가 풀리니 수천 명이 모여서 몸을 부딪치며 즐기는 현실, 한 나라의 지도자라는 사람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코로나19를 말하는 모습. 마스크가 중요함에 대해서는 더이상 논란거리도 되지 않는데도 여전히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는 어떤 대통령. 이런 사람들이 정치를 하면 판데믹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인간이 겪지 못한 질병이 나타난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시작한다. 그러다 급속도로 퍼져나간다. 사람들은 공포에 빠지고, 정치권은 어떤 대응책도 내놓지 못한다. 그들이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이란 기껏해야 봉쇄다. 격리과 봉쇄. 그러나 헌신적인 의료인들이 나타난다. 의료인을 도와주는 사람들도 나타난다. 이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질병은 점차 사그러든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질병은 사라진디. 퇴치된 것이 아니라.
이런 공식이 되풀이 된다. 중세나 근대나 현대나 비슷하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과거로부터, 실패로부터 무언가를 얻는 것이 인간 아니던가. 그런데도 우리는 기존에 겪었던 감염병들에서 무언가를 얻지 못했다. 그냥 대응방식이 좀더 구체적이고 세련되어졌을 뿐. 그 질병을 예방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코로나19로 인해 또다시 판데믹을 겪고 있다.
판데믹이 될 수 있는 여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고 한다. 현대는. 우리들 편리한 생활이 감염병을 순식간에 퍼뜨릴 수 있는 토대가 된 것이다.
도로망의 확충, 교통수단의 개발, 장기이식과 수혈을 할 수 있는 의학기술, 생태계 파괴 등등이 이런 조건이다. 우리가 빨리 세계 전역으로 갈 수 있듯이, 우리들과 더불어 세균과 바이러스들도 세계 전역으로 빠른 시간 안에 퍼져 간다.
그리고 동물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파괴하고 무분별한 동물고기 섭취로 인해 동물이 지니고 있던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들이 우리 몸에 들어온다. 이것들이 변종을 일으켜 사람 간에 전염이 되는 순간, 판데믹은 이미 일어난 것이다.
네이선 울프가 쓴 이 책, 2011년에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읽어도 현실과 맞아떨어진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책에서 네이선 울프는 판데믹을 예방하기 위해 기구를 조직하고 그에 대한 활동을 하고, 또 수많은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판데믹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인간이 가야할 길이 너무도 멀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생각했다. 이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자, 우리에게 다가올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는 이런 경로를 거쳐 판데믹을 유발할 수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들은 인간과 돼지와 조류가 동거하는 농장에서 재편성될 수 있다. 돼지는 인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받아들일 수 있고, 철따라 이동하는 철새들을 비롯하여 온갖 조류의 바이러스들도 받아들일 수 있다. 철새들은 닭과 오리 같은 가금류를 통해 직접 혹은 간접으로 돼지를 감염시킬 수 있다. 조류에서 옮겨진 새로운 바이러스가 돼지와 같은 가축의 체내에서 인간 바이러스들과 서로 영향을 미칠 때 예상되는 결과 중 하나가, 인간 바이러스의 일부와 조류 바이러스의 일부를 지닌 완전히 새로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출현이다. 이 새로운 바이러스는 자연항체로도, 그리고 과거에 유행한 인플루엔자 계통의 백신으로도 억제하기 힘들 정도로 다르다. 217쪽.
인간과 동물, 특히 야생 포유동물의 긴밀한 접촉에서 새로운 판데믹이 출현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이상적인 예측 시스템이 완성되기 전이라도 이런 형태의 접촉을 줄이는 방향으로 우리의 행동방식을 바꿔가야 한다. 319쪽.
지극히 다양한 병원균들로 뒤범벅인 지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야생동물을 사냥한다면, 우리는 새로운 병원균의 출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빠져드는 셈이다. 온 세상을 철저하게 파괴할 수 있는 병원균이 출현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위의 문제는 사냥꾼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함게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320쪽.
사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 지구적 차원의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비용을 아깝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 야생동물고기가 세계인의 건강을 위협한다. 321쪽.
이런 문제제기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10년 동안 무엇하고 있었나 싶다. 도대체 인간은 질병과의 싸움에서 무엇을 배웠던가.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이 꾸준히 이야기되고 있었음에도 이렇듯 모르쇠로 일관해 오다니...
코로나19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미 그런 전조는 나타나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우리가 무시하고 있었을 뿐. 네이선 울프와 같은 사람이 계속 판데믹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었음에도 우리는 생활방식을 바꾸지 않았을 뿐더러, 더 빨리, 더 많이 이동할 수 있는 도구들을 만들어냈고, 또 더 많은 동물들과 접촉하고 있지 않았던가. 또 너무도 많은 야생동물들의 생활터전을 파괴함으로써 그들이 인간이 살고 있는 곳으로 올 수밖에 없게 하고, 또 그들을 잡는 과정에서, 또 날것으로 먹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인간에게 없던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를 인간의 몸으로 옮겨놓지 않았던가.
그렇다. 코로나19에 대한 백신이 나올 것이다. 치료제도 나올 것이다. 언젠가는.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생활방식을 유지한다면 코로나19가 종식되어도 또다른 바이러스들이, 박테리아들이 우리를 판데믹으로 이끌 것이다. 그러니 감염병을 단지 치료 차원에서 접근하지 말고 지구에서 살아가는 생명체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존재하는 것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들이 다른 존재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도록 하는 생활방식. 그것이 필요하고, 거기에 대한 전세계적인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0년 전에 나온 책이지만(293쪽에 보면 이 책은 2011년에 나왔다고 한다. 내가 읽은 책은 2015년에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책이다) 이 책에서 주장하고 있는 내용은 지금도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