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제8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임현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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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제8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이다. 한 해 젊은 작가들이 어떠한 주제로 어떻게 표현을 하고 있는지를 살필 수 있는 책이다.

 

굳이 대상을 선정하지 않고 동등하게 이야기해도 될 텐데, 대상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소설이 있다. 임현이 쓴 '고두(叩頭)'. 공경하는 뜻으로 머리를 땅에 조아림이란 뜻을 지닌 이 소설은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반성이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잘못은 모두 남들이 한다. 나는 그들의 잘못때문에 거기에 휩쓸렸을 뿐이다. 그렇게 책임회피를 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이 소설이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남들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지닌 이러한 태도는 사회가 발전하는데 걸림돌로 작동한다. 오로지 자기 합리화를 자행하는 인물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를 생각할 수 있다.

 

이 소설집에서 충격을 준 소설은 '눈으로 만든 사람, 호수-다른 사람, 그 여름'이다. '눈으로 만든 사람'은 심사평에서 '징그러운 소설'이라고 표현했는데, 정말 충격적이다. 어린 시절 성추행을 당한 일, 근친상간에 대한 암시 이런 것을 떠나서 한 사람의 인생을 힘들게 하는 것이 가장 가까운 사람들일 수 있음을. 그리고 그 피해를 입은 사람이 거기서 벗어나기는 너무도 힘듦을 소설은 주인공 강윤희를 통해서 보여준다.

 

이 소설이 더욱 문제적인 것은 등장인물들을 모두 이름으로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남편, 딸, 작은아버지가 아니라 이름으로 호명한다. 가장 가까운 사이에서 이름이 거의 불릴 없는 것에 비하면 소설은 가까운 가족이라도 이만큼의 거리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눈으로 만든 사람'이라니... '눈사람'이 아니라. 작가는 눈사람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소설에서 인물들은 모두 눈으로 만든 사람처럼 위태위태하다. 서로가 서로를 함껏 껴안을 수가 없다. 한껏 껴안는 순간 상대를 녹이고 만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또는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억압과 폭력이 행해졌는지를 굳이 이름을 부르는 표현으로, 또 '눈사람'을 '눈으로 만든 사람'이라는 표현을 통해서 생각하게 된다.

 

가장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욱 폭력적이 될 수 있음은 '호수-다른 사람'에서 볼 수 있다. 여성들이 얼마나 피해의식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또 피해자가 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친절한 남자를 보아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음을, 그 속에 어떤 의도가 있는지를 끊임없이 탐색해야 하는 여성 인물의 모습은 특이하지 않다. 지금껏 우리 사회가, 주류를 이루는 남성 문화가 여성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러면서도 일관성이 없다는 둥, 심리적으로 불안해서 믿을 수 없다는 둥 하면서 여성들을 또다른 피해자로 만들어 가는 경우가 많다.

 

이 소설을 읽으면 섬뜩하다. 도대체 진실은 어디에 있는가? 작가는 말해주지 않는다. 다만, 진실은 여성들이 남성들은 생각할 수 없는 피해를 알게 모르게 입고 있으며, 그것들이 그들의 정신에 깊숙히 박혀 그들의 행동을 제약한다는 것이다.

 

정작 자신이 피해를 당할 때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는 것. 이 두 소설에 비하면 '그 여름'은 결코 행복하다고 할 수 없는 결말에도 불구하고 아름답다.

 

여성 동성애자를 주인공으로 삼은 이 소설은 동성애도 이성애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굳이 동성애와 이성애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 서로에게 끌려들어가는 마음의 움직임, 나로서는 어찌할 수 없는 그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동성애자들 역시 그들의 사랑에 이성애자와 같은 제약이 있고, 고민이 있고, 갈등이 있으며 사랑의 부침이 있음을 이 소설은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마치 첫사랑에 대한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빨려들어가는 세 소설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소설들 역시 나쁘지 않았다. 젊은 작가들, 자신들의 작품 세계를 잘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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