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달리기 (리커버) 푸른숲 역사 동화 7
김해원 지음, 홍정선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20년 4월
평점 :
품절


달리기가 좋았던 아이가 있다. 잘 달려서 도 대표가 되어 전국소년체육대회에 나가기 위해 합숙훈련에 들어간다. 합숙소는 광주에 있고, 나주에 살던 명수는 이곳에서 6호방을 쓴 나머지 세 명의 아이와 만나 우정을 쌓는다. 자신과 같은 종목인 1000미터에 출전하는 정태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끼고, 그를 이기기 위해 이를 악물고 연습을 하는데...

 

어느날 이들이 무단으로 외출을 해서 광주에서 일어난 비극을 만나게 된다. 군인들이 무지막지하게 진압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두려움에 떠는 아이들.

 

그 와중에 명수에게 시계를 주러 오던 명수의 아버지가 총을 맞아 돌아가신다. 비극은 명수에게도 닥친 것이다. 명수는 가족에게 아버지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 친구들의 도움으로 나주로 간다. 동화는 이렇게 전개된다.

 

시작은 시계방을 찾은 남자로부터 시작한다. 회중시계를 고치러 온 남자. 그 회중시계를 심상치 않은 눈으로 보는 시계방 주인. 이야기는 여기서 과거 명수로 돌아간다.

 

명수가 겪은 일들이 서술되고 끝부분은 다시 시계방으로 돌아온다. 회중시계를 갖고 온 남자는 당시 군인이었고, 집으로 돌아가는 명수에게 총을 겨누었던 사람. 그는 시간이 지나도 멈춰진 회중시계처럼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군인이었던 사람들도 명령에 따라 움직였지만, 그들 역시 엄청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었음을 이 동화를 통해 알 수 있다. 자신이 총을 쏘지 못했던 아이를 수소문해서 그 아이가 잘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고자 하는 모습.

 

아이가 시계방을 운영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안도한다. 어느 정도 죄의식에서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이렇게 동화는 화해를 이루고 있지만, 그것은 피해자들의 화해다. 여기서 진정한 가해자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는 피해자들 뒤에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도 나타나지 않고 있으니, 책임도 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무슨 죄의식이 있겠는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책임져야 할 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

 

소아마비로 다리를 저는 아버지에게 달리기를 잘하는 아들은 자랑스러운 존재. 비록 다리를 절지만 시계를 고치는 것에 자부심을 지니고 있는 아버지. 평소에 무뚝뚝한 아버지가 전국대회에 나가는 아들에게 시계를 선물하기 위해 광주민주화 운동 과정에 나주에서 광주로 오다가 총을 맞게 되는 비극.

 

이런 비극이 명수에게만 일어난 것이 아니다. 광주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겪었던 이 비극. 이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데... 아직도 진행 중이니.

 

이 동화를 읽어보면 코끝이 찡할 때가 있다. 그냥 읽으면서 광주의 슬픔을 만나게 된다. 그럼에도 이 동화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거기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지속되고 있음을...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시계방을 운영하는 명수에게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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