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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친일파 - 반일 종족주의 거짓을 파헤친다
호사카 유지 지음 / 봄이아트북스 / 2020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저자인 호사카 유지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인의 정신문화를 '반일 종족주의'라고 폄하하는 이영훈의 논리는 일본 극우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이적행위'와도 같다. 필자는 '노예근성'을 되풀이하는 이영훈의 논리와 글이 한국을 파멸로 이끌 수도 있다는 우려스러움을 떨쳐낼 수가 없다. 필자는 그 우려스러움을 확실히 해결하기 위해 본서를 썼다.' (33쪽)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이라고 자부하는 서울대를 나온 인간들이 - 하긴 서울대의 전신이 경성제국대학이고 그 대학은 식민지 시대 최고의 대학이었으니, 경성제국대학을 나온 사람들 가운데 일본에 빌붙어 출세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니 - 우리나라의 이익을 위한답시고, 일본 극우세력과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으니.
그런데도 이들이 하는 주장이 뒤에서 속닥거리는 수준이 아니라 대놓고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며 큰소리를 내고 있는 현실이니 부끄럽지 않을 수가 없다.
사상의 자유, 학문의 자유가 있고, 발표의 자유도 있으니, 이들이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들이 주장하는 것이 얼토당토 않은 것이라서 발표 당사자가 부끄러워서 차마 발표를 못하게 많은 사람들이 근거를 들어 반박해야 하는데...
안다는 것. 그것도 제대로 안다는 것이 필요한 지금 시대다. 우리나라 극우는 일본 극우와 통한다. 주장도 비슷하다. 많은 자료 중에서 자기들에게 필요한 자료만 쏙쏙 뽑아 인용하면서 주장한다. 전체적인 맥락을 모르는 사람들은 아, 그렇구나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자료를 제시하고, 그 자료들에서 입맛에 맞는 말들만 뽑는 것은 학자의 양심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학문 윤리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그것은 학자가 할 일이 아니다. 그것도 서울대를 나와 서울대 교수를 했다는 사람들이 할 일은 더더구나 아니다.
서울대 경제학과나 역사학과 교수들이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썼으면 좋겠는데, 그게 안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서울대 출신들이 이들을 비판하고 있기도 하지만. 부끄러운 일이다. 아직도 이런 주장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이.
호사카 유지 교수가 이 책을 통해서 반일 종족주의자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하고 나섰다. [반일 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책에 이어서 그들을 비판하는 책을 읽은 셈. 호사카 유지 교수가 제시하는 근거도 [반일 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에서 제시하는 근거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
그 이유는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을 비판하기 위해서 그들이 전거로 삼은 책이나 자료를 정독하고, 그 자료들에서 [반일 종족주의]를 비판하는 근거를 찾아내면 효과적인 반론이 되기 때문이다. 두 책은 그런 점에서 성공하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하면 네 칼로 너를 치리라인 것이다.
반일 종족주의자들이 인용한 책에서 누락한 부분이 전체적인 맥락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고, 그들이 누락시킨 내용이 그들 주장을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즉, 같은 자료인데 주장이 달라지는 것이다.
누가 옳은가? 그것은 자료를 정확하게 인용한 사람이 옳을 확율이 높다. 자기에게 필요한 부분만 골라내는 사람보다는.
'강제 징용, 군 위안부, 독도' 세 분야에 대해서 반일 종족주의자들이 얼마나 자료를 왜곡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왜곡만이 아니라 이들은 의도적으로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짜깁기 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주 많은 자료를 제시하고 있어서 어떤 근거로 반박하고 있는지는 이 책을 읽어야만 한다.
같은 자료를 인용하는데 주장이 확 달라질 수 있음을, 학자라는 명함을 걸고 자료를 왜곡할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잘 보게 된다.
일제강점기라는 말 자체가 불법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식민지였음이 분명한 시기를 우리가 거쳤는데, 식민지 시대를 미화하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뿐이다.
식민지 시대라고 해서 다 못살고, 모두가 힘들게 산 것은 아니다. 식민지 권력에 빌붙어 부귀영화를 누린 사람들도 많으니... 하지만 기본적으로 식민지 시대는 미화될 수가 없다. 식민지 시대는 인류가 거친 불행한 역사이고, 청산해야 할 역사이며 되풀이 해서는 안 될 역사인 것이다.
철저한 반성이 따라야 한다. 사죄하고 사죄하고 용서를 구해도 모자라는 것이 식민지를 만든 제국주의 국가들이 해야 할 일이다. 그들이 큰소리 칠 일이 없다. 자신들은 충분히 용서를 구했다고 하는 것 자체가 또다른 제국주의다. 책임 회피다. 그런데 식민지가 되었던 나라에서 그 나라 최고 학부를 나와 그 학교 교수를 했다는 사람이 제국주의 국가를 운영했던 자들과 같는 논리를 펼친다는 것, 그런 것이 학문의 자유로 통용되고 있다는 것이 부끄러울 뿐이다.
학문의 자유에 앞서 학문의 윤리가 선행되어야 한다. 자료를 취사선택해서 왜곡하고, 견강부회하는 주장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반일 종족주의자들이 하는 일이 그렇다. 그들이 어떻게 자료를 비틀었는지, [반일 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와 [신친일파] 이 두 책을 읽으면 잘 알게 된다.
알아야 대응을 한다. 우리가 제대로 알고 있어야 이런 엉터리 주장이 공공연하게 나오지 않는다. 아니 대놓고 이런 주장을 할 수 없게 된다. 부끄러워서. 역사는 해석이라지만 이때의 해석은 자료를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이다. 자기 입맛에 맞게 골라서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호사카 유지, 이제는 한국인이 된 일본인. 그가 이런 책을 쓴 이유는 부끄럽기 때문일 것이다. 그에게는 두 나라가 다 소중한 나라일테니. 그가 태어난 나라는 부끄러움을 모르고 역사에 대한 반성을 하지 않는 극우 집단이 정권을 잡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것이고, 스스로 선택한 나라에서는 일본 극우파를 따라하는 집단들이 큰목소리를 내는 것이 안타까울 것이다. 그런 것이 그로 하여금 이 책을 쓰게 했을 것이고...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반일 종족주의자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알게 된다. 그럼에도 이런 주장이 버젓이 나오고 있음에 부끄러워 해야 한다. 더이상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부끄러워서 더이상 이런 말을 하지 못하게 우리가 우리 역사를 알아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신친일파들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음을 호사카 유지가 쓴 책이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