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제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김중혁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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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했다. 새로운 감각을 지닌 소설가의 소설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1회 수상작품집이라는 것은 그 작품집의 성향이나 경향을 알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총 7명의 소설가를 선정했는데...

 

읽으면서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반성완 역) 첫 장면이 떠올랐다. 별을 보고 길을 갈 수 있던 시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라는 의미의 문장. 문명이 발달하면서, 인식이 발달하면서 우리는 별을 보고 길을 가지 않는다. 우리가 길을 찾는 내비게이션은 하늘이 있지 않다. 우리 손 안에 있다. 일명 스마트폰이라고 해서.

 

그렇다면 우리는 길을 찾는데 멀리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다른 존재를 살피지도 않는다. 그냥 자신만 볼 뿐이다. 이런 시대에 소설을 읽을까? 별을 보고 길을 가는 시대가 사라지자 소설이 등장했다고 했는데, 별을 대신하는 존재로 손 안의 핸드폰이 등장하자 다시 소설의 시대는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언제든지 길을 찾을 수 있기에 다른 존재를 바라보지 않는다. 그러니 굳이 소설을 읽을 필요가 없다.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나와 다른 삶을 만난다는 것, 내 삶의 길을 찾는 노력을 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어렵지 않게 길을 찾을 수 있는데 왜 소설을 읽을까? 이런 시대에도 소설은 계속 살아남을 것인가? 이런 질문들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설은 살아남는다. 손 안의 핸드폰이 주지 못하는 것을 주기 때문이다.

 

내 삶과는 다른 삶을 경험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설은 계속 살아남는다. 젊은작가상수상작품집을 만든 이유는 이렇게 소설이 계속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집에는 7명의 작가와 작품, 작가의 말, 비평이 실려 있다. 한 작가당 세 편의 글이 실려 있다고 보면 된다. 비평 역시 젊은 비평가가 하고 있으니, 이 책은 우리에게 새로운 감각을 경험하는 기회를 준다.

 

김중혁, 1F/B1

편혜영, 저녁의 구애

이장욱, 변희봉

배명훈, 안녕, 인공존재!

김미월, 중국어수업

정소현, 돌아오다

김성중, 개그맨

 

2010년. 젊음은 힘들다. 그 점을 소설에서 느낄 수 있다. 이 소설들에서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부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층과 층 사이에 있는 슬래시(/)에 대한 각성을 하는 소설에서부터 자신의 의도를 상대에게 명확히 전달하지 못하는 인물들, 그냥 그 자리에 매여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물들 등...

 

어느 한 쪽에 속하지 못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려는 인물들을 이 소설집에서 만날 수 있다. 그렇게 젊음은 아직 제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리고 2010년에 들어와서도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현실이 우리 사회의 모습을 작품집에서 만날 수 있다.

 

그럼에도 희망이 있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이게 소설의 매력이다. 문제적 인물의 이야기를 우리가 읽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도 희망을 버리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희망이 사라진 시대에서는 더이상 이야기는 없다.

 

그래서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희망을 이야기한다. 아니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희망을 찾는다. 소설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그리고 그런 소설을 읽으며 우리들 삶을 만나는 그런 기회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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