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으면서 기분 나쁜 말이 떠오르니 더욱 기분이 나빠진다. 하물며 구더기도 이런데, 국민들을 개돼지에 비유하다니. 살기 위해서 아등바등대는 사람들을 그렇게 폄훼하다니... 그것도 교육부에 있던 관료라는 작자가.

 

  교육을 책임진다는 교육부에 있던 사람이 국민을 개돼지로 보면, 그들은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가축을 기르는 교육을 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대놓고 그렇게 말하는 관료는 없겠지만, 그말이 그말이다. 이게 아주 오래 전, 우리나라 사람들 의식이 깨우치기 전에 있었던 일이 아니라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검색해 보니 2016년에 일어난 일이다. 아마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 있었을 것이다. 이와 비슷한 말들이...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교육부에 있었으니 다른 부처 사람들은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은 나아졌을까? 여전히 국민을 부려먹어야 하는 존재로, 아래로부터의 정치가 아니라 위로부터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관료로, 또 정치인으로 지내고 있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이윤학의 시 '구더기의 꿈'을 읽으며 기분이 더 나빠졌다. 2016년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국민이 개돼지라니... 이런, 구더기도 이런 꿈을 꾸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사는데... 일반 서민들이 얼마나 살기 위해서 힘쓰는데...

 

출퇴근 시간에 지옥철이라고 불리는 지하철, 전철이나 또 만원버스를 타고 살기 위해서, 자신만이 아니라 자신들의 가족들을 살리기 위해서 그렇게 힘들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데... 그래서 더 슬퍼졌다. '구더기의 꿈'을 읽으면서. 이들이 이렇게 시달리면서도 일하는 것은 바로 다른 삶을 꿈꾸기 때문이다.

 

  구더기의 꿈

 

구더기는 몸담고 살던 구덩이가 싫어졌다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다 기어올라가야 했다

구덩이에서 알을 깔 수는 없었다

더러운 생(生)을 물려줄 수는 없었다

알이 눈에 띄게 커지고 몸이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너희들만은

깨끗한 곳에서 먹이를 찾아야 한다

목숨을 위해 더러운 곳으로 떨어지지

말아야 한다 터질 듯이 부른 뱃속의 알을 끌고

수렁을 벗어났다 구더기는

목숨이 다할 때까지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

알을 낳았다 구더기는 빈 몸이 되어

눈부셨다

 

호기심 많은 눈을 뜨고 빛을 몰고

밖으로 나가는 새끼들

 

이윤학. 먼지의 집. 문학과지성사. 1993년. 17쪽.

 

이게 바로 우리들 아닌가. 자신은 더러운 곳에서 살았어도 자식들만은 깨끗한 곳에서 살기를 바라는 마음. 자신처럼 살지 말고 더 나은 삶을 살아가도록 기반을 마련해 주려고 몸과 마음이 상해도 일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는 안 된다. 적어도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공감을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정치를 한다는 사람들은, 또 국민의 충복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말도 좀 우습기는 하지만) 공무원들은 국민을 개돼지로 보아서는 안 된다. 자신보다 못한 사람으로 보아서도 안 된다.

 

동학의 인내천(人乃天)을 언급할 필요도 없다. 사람은 그 자체로 하늘이다. 모두가 똑같은 하늘이다. 마찬가지로 지구에 존재하는 다른 생명들도, 다른 존재들도 하늘이다. 우리는 모두 하늘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함부로 말을 하거나 함부로 대할 수 없다.

 

이런 자세, 이런 마음이 재앙을 피해갈 수 있게 한다. 인류가 겪는 재앙, 많은 부분에서는 자신만 빼고 다른 존재들을 무시하는 마음, 행동에서 나온 것이니. 그러니 바꿔야 한다. 자신의 마음을.

 

구더기도 이런 꿈을 꾸는데... 하물려 우리 인간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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