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정말 무섭다. 음성으로 된 말이든, 문자로 된 말이든 사람에게 칼이 될 수 있다.
특히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잘못된 말은 사람의 생명까지도 앗아갈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말의 엄중함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인터넷에 떠돌고 있는 수많은 댓글들을 보면 도대체 이 난무하는 칼들, 총알들을 어떻게 피해갈지 막막하다.
신경 쓰지 않는다는, 무시하라는 방탄복을 지급해도 소용이 없다. 방탄복도 뚫고, 철갑도 뚫는 총알처럼 사람의 가슴에 와 박힌다. 그리고 그 사람이 살아갈 힘을 잃게 한다.
아무리 말이 중요하다고, 조심해서 하라고 해도 소용이 없다. 이들은 자기들하고 상관없다고 말한다. 내가 그런 게 아니라고. 나는 말도 못하냐고. 이렇게 쉽게 말하지만, 쉽게 말하고 끝날 일이 아니다.
김기택의 시를 읽다 이 시를 보면서 섬뜩해졌다. 이렇게 무서운 말을 왜 함부로 할까? 말의 무서움을 생각해 보는 시다.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녜요
당신이 모욕당한 게 내 혀 탓인가요?
당신이 짓밟인 게 내 말 때문인가요?
당신은 속이 뒤집히고 펄펄 끓었다지만
먹을 수도 잘 수도 없었다지만
숨 한번 제대로 쉴 수 없었다지만
나는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녜요.
당신의 근육은 스스로 부들부들 떨었고
당신의 눈에는 저절로 핏발이 섰어요.
자다 말고 일어나 벽을 치며 악쓴 것도
당신 몸이 스스로 저지른 짓이지
내 말이 그랬다는 증거 있어요?
설사 내 혀가 그런 말을 했다 해도
나는 혀에게 그런 말을 시킬 생각이 없었어요.
뱉고 싶은 침이 자꾸 고이는 걸 어쩌라고요.
내 말이 설사 당신 몸으로 들어가
갖은 행패를 부렸더라도
뉴런과 신경망과 핏줄을 속속들이 들쑤셨더라도
나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었어요.
내 말이 아직 당신 귀에 남아 있더라도
내 입에서는 아주 오래전에 떠났고
지금은 아무 흔적도 없어요.
당신은 이미 그때 죽었다지만
먹고 싸는 거죽만 남기고 죽어버렸다지만
내 말은 절대로 당신을 죽일 뜻이 없었어요.
김기택, 울음소리만 놔두고 개는 어디로 갔나. 현대문학. 2018년. 44-45쪽.
요즘엔 특히 이런 말의 무서움에 대해서 생각한다. 말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예전 우리나라 사람들도 인식해서 많은 속담이 남아 있지만, 전세계 사람들이 순식간에 모든 소식을 들을 수 있는 오늘날 말은 더더욱 중요하게 작용한다.
한 사람의 생명까지 좌우할 수 있는 말, 제발 자기 입에서 나오기 전에 두 번, 세 번 생각하고 내보내도록 하자. 그래야만 서로가 웃으며 지낼 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