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학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는데... 일본 작가라고 해봐야 몇 명 알지도 못하고. 그래도 오에 겐자부로 작품은 조금 읽었고, 어렸을 때는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쓴 '설국'을 읽었으니... 아주 모른다고 할 수도 없다.

 

  일본 시로 하이쿠에 대해서는 많이 들었다. 아주 짧다는 것, 그 짧음 속에서도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 특히 바쇼오가 유명하는 것.

 

  그럼에도 잘 읽게 되지 않았다. 시는 우선 모국어로 읽어야 그 맛을 느낄 수 있는데, 특히 짧은 시는 더더욱, 짧기로 치면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하이쿠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시라고 하지만 최근에 점점 길어지고 무슨 소린지 모르는 말들이 지면 위를 날아다니는 시를 보다가 짧은 시, 읽고 싶어졌다. 그냥 읽으면 되지 뭐 하는 생각.

 

그래, 번역 시집에서는 세 행으로 번역했지만, 일본어도 명기되어 있는데 보면 달랑 한 줄이다. 그것도 17자란다. 한자어를 일본어로 읽으면 17자가 된다. 5, 7, 5의 규칙적인 글자. 한때 우리나라도 시의 운율을 음수율로, 글자수로 파악하던 때가 있었는데... 3,4조라든가 4,4조라든가 심지어는 7,5조라는 운율까지 있었으니...

 

하지만 우리말은 글자수가 딱 정해지지 않으니 음수율보다는 음보율로 운율을 파악하는 것이 바뀌었는데... 일본 하이쿠를 보니 글자수를 기막히게도 잘 맞췄다. 틀에다 글자를 집어넣은 것 같다.

 

그 17자에 자신의 감정과 세상을 담고 있으니... 바쇼오의 하이쿠 중에 유명한 것이

 

고요한 연못 / 개구리 뛰어드는 / 물소리 <퐁당> (마츠오 바쇼오의 하이쿠, 유옥희 옮김. 민음사. 41쪽)  이다.

 

고요한 연못과 물소리 <퐁당>이 대조를 이루고 있는데, 정중동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시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잘 알려진 하이쿠도 좋지만 내게는 말의 중요성을 노래한 이 하이쿠가 마음에 와닿았다.

 

남의 말 하면 / 입술이 시리구나 / 가을 찬바람 (위 책. 94쪽)

 

그래 입술이 시리지 않도록 해야지. 남의 말이라는 것, 남을 비난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내가 의식하지 못하고 내뱉은 말일 수도 있다. 어쨌든 말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기도 하지만 사람과 사람을 끊어놓기도 하니 말이다.

 

그런데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 어쩌면 말이라고 하기보다는 언어를 막 쓰는 시대에 접어들었는지도 모른다. 익명성에 숨어서. 소위 SNS라고 하는 곳에서 악플이라고 불리는 댓글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는가.

 

그들이 그렇게 내뱉은 언어들이 결국 자신의 입술만이 아니라 심장을 얼리고, 얼어죽게 만들고 말텐데.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 하이쿠 읽어보며 마음에 새기면 좋겠다. 가을 찬바람은 겨울을 예고한다. 내가 남의 말을 함부로 하면 입술만이 아니라 나에게 겨울이 오는 것이다. 그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게 바쇼오의 하이쿠를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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