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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 - 아스퍼거 증후군 이야기
쥘리 다셰.마드무아젤 카롤린 지음, 양혜진 옮김 / 이숲 / 2017년 6월
평점 :
아스퍼거 증후군에 속한 사람으로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림으로 생각한다는 템플 그랜딘이 있다. 그랜딘의 책을 읽으며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 자신이 지닌 능력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음을, 그 다름을 같음으로 묶으려고 하면 안 됨을 알게 되었는데...
이번엔 만화로 표현한 아스퍼거 증후군 사람의 이야기다. 템플 그랜딘도 여성이지만, 이 만화 속 주인공은 마그리트라는 20대 후반의 여성이며, 그때까지 자신이 아스퍼거 증후군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는 진단을 받지 않았다. 않았다라기보다는 못했다라고 하는 편이 옳겠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약 4대1의 비율로 남성이 여성보다 많다고 한다. 남성이 많은 이유가 어쩌면 여성은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사교적이라고 하고, 여성이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잘 맞춰준다고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대체로 보면 그래왔다고 할 수 있는데... 그 때문에 여성 아스퍼거 증후군 사람들은 사회 생활을 하면서도 별로 티가 나지 않고, 또 그 이유로 진단을 받기 힘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책의 주인공 마그리트도 마찬가지다. 여러 병원, 여러 의사, 여러 상담사를 만나봤지만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지 못한다. 단지 다른 사람보다 더 예민할 뿐. 그렇기에 충분히 남들과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때문에 마그리트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장소에 원하지 않는 사람들과 있게 되는 경우도 많고 직장에서도 자신의 다름을 인정받지 못한다. 특히 소음에 민감한 마그리트에게 여러 사람이 모이는 사교장이나 또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함께 모여 이야기하는 것은 견딜 수 없는 일이다.
남들보다 훨씬 민감한 피부를 지닌 마그리트는 옷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아무 옷이나 입을 수 없기 때문인데, 이 역시 직장에서 인정을 받지 못한다. 결국 마그리트는 별난 사람이 되어 버린다.
그런 마그리트가 정확히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 기뻐하는 모습이란... 자신이 왜 이렇게 지내왔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냥 별난 것이 아니라 마그리트는 본래 그랬던 것이다.
물론 이런 진단을 받았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이 지닌 편견이 쉽사리 사라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마그리트에게는 명확한 진단이 있다. 자신은 아스퍼거 증후군에 걸린 사람인 것이다.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냥 마그리트는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사람일 뿐이다.
진단이 나왔다. 다음엔 그 진단에 맞게 살아가면 된다. 말처럼 쉽게 되지는 않지만, 마그리트는 문제를 발견했기에 해답을 찾아간다.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은 다른 사람을 만나면서 위로도 받고, 또 자신을 이해해 줬던 친구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이 하기 싫어하는 끔찍히도 괴로워하는 일을 하지 않도록 한다. 자신에 맞는 생활을 찾고 공부를 하고, 그에 걸맞는 일도 한다.
사람과 직접 대면하기보다는 간접적으로 대면하는 것이 더 편한 마그리트에게 세상과 소통하는 길이 블로그, 유튜브 등과 같은 매체를 이용한 소통이다. 그런 방식으로 마그리트는 자신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그 다름을 인정하면서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그러나 때로는 함께 살아간다.
그런 이야기를 만화로 그린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책 초반엔 칸트가 떠올랐다. 어쩌면 칸트도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자신의 고장을 한번도 떠나지 않았다고 하고, 늘 정확한 시간에 산책을 하곤 했다고 하니.
만화 주인공인 마그리트 역시 정확히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간다. 그런 반복 속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급작스럽게 일이 생기면 불안해 진다. 물론 다른 사람의 농담을 이해할 수도 없고. 이런 모습이 변하지는 않는다. 다만 자신이 그렇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런 모습으로 사회에 자신을 드러내 놓는 것이다.
쉽게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고 말을 하지만 막상 다른 점을 발견하면 불편해 하지는 않았는지 이 만화를 통해 생각하게 된다. 자신에게는 아주 사소한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너무도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마그리트의 경우를 보면서 알게 되었다.
너무도 쉽게 다른 사람들을 자신의 기준에 맞추려고 하지 않았는지, 기준을 지니고 다른 존재를 보면 안 된다는 것을, 그냥 모두가 자신만의 기준을 지니고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그리고 그런 기준을 없애고 그냥 그 존재 자체로 다른 존재를 인정해 주는 태도를 지녀야 함을, 함부로 남을 재단하면 안 됨을 생각하게 됐다.
이 책 152쪽에 있는 이 장면...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장면이다.
다름을 병으로, 치료해야만 하는 질병으로 너무도 쉽게 인식하는 그런 태도를 지니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하는 장면.
좋은 만화다. 내용을 따라가도 또 그림을 음미하면서 읽어도 좋은 책. 자신이 정상이라고, 주류에 속한다고 여기는 사람들, 또 자신은 편견이 없는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