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명료한 시다. 시에 숨겨져 있는 함축적 의미들을 찾으려고 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감정을 거의 직설적으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물론 완전히 직설적이지는 않다.

 

  소위 객관적 상관물이라는 것이 있으니, 그런 존재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이 객관적 상관물이 지닌 의미를 너무도 쉽게 알아챌 수가 있다.

 

  그래, 어려울 필요가 없다. 그런데 좀 아쉽다. 시란 말하지 않음으로써 말하는 것. 또는 말을 줄임으로써 더 많은 말을 하는 것이라면, '난 네가 좋아'라는 말을 직설적으로 내어보이기보다는 다른 표현을 통해서 제 감정을 드러냈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읽기 쉬운 시는 우리에게 가깝게 다가올 수 있다. 시가 너무 무거우면 우리에게서 멀어진다. 가뜩이나 삶이 무거운데 시까지 무거우면 그냥 쓰러져 버릴 수도 있다.

 

시를 읽으며 마음이 충만해져 오히려 더 가벼워진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다. 시인의 감성이 잘 드러나 있는 시들. 아버지에 대한, 형에 대한,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시들도 많고.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감정을 다양하게 드러낸 시들도 있다. 그럼에도 이 한 시. '어른이 된다는 건'을 인용하고 싶어졌다.

 

어른이 된다는 건

 

어른이 된다는 건

상처를 입어도

모른 척 덮는 일이 많아진다는 것

 

곯은 상처가 끝내 터져

아픔에 신음해도

다른 사람들도 버티고 산다며

끝내 외면하는 일

 

철이 든다는 것이

아플 때 소리 내지 말라는 의미란 걸

진작 알았더라면

 

난 좀 더 늦게 철이 들었을 텐데

 

김지훈, 아버지도 나를 슬퍼했다. 꿈공장. 2019년. 55쪽.

 

자신의 아픔을 감내할 수 있을 때 그때 어른이 된다. 그게 어른이다. 자신의 아픔을 참아낸다는 것, 그것은 다른 존재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가 나를 중심으로 돌지 않고, 내가 세계의 일부임을 깨닫게 될 때 어른이 된다.

 

하여 나만이 아니라 남들을 볼 수 있는, 남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그런 상태가 되는 존재, 그것이 어른이다. 그래서 어른이 된다는 건 참 힘든 일이다. 힘듦을 감내한다는 얘기니까.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생물학적인 성장이 아니다. 정신적인 성숙이다. 그게 바로 어른이다.

 

그런 어른이 참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국민들을 대변하겠다고 나온 사람들이 하는 말들을 보라. 그들은 자신이 입은 조그마한 상처에도 과장된 신음, 비명을 내지른다. 그러고는 남들이 받은 상처를 모르쇠한다.

 

아니 다른 사람의 상처를 들쑤시기도 한다. 그래 놓고 자신들이 선량(選良)이 되겠다고 한다. 전혀 양호하지 않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이 시를 읽히고 싶다. '어른이 된다는 건' 바로 이런 거라고.

 

당신들은 어른이 아니라고. 육체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자신의 몸에 입혔다고 어른이 아니라고. 어른은 이렇게 자신의 아픔을 참아내고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그것을 보듬어줄 수 있는 존재라고. 그게 어른이라고. 그런 사람이 우리 대표가 되어야 한다고.

 

어른을 만나고 싶은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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