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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언어 - 통념의 전복, 신화에서 길어 올린 서른 가지 이야기
조현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2월
평점 :
이 책을 읽으며 지금까지 받아왔던 교육을 생각하며 이랬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우선 국어에서 신화를 가르치는 단원이 있었으면 했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매 학년마다 신화가 실려 있었으면... 단지 신화만이 아니라 신화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글까지 단계적으로 수록했으면.
의무교육을 마치고도 우리나라 신화 하면 오로지 단군신화나 고주몽 신화 또 박혁거세와 같은 건국 신화 정도만 기억하게 되는 그런 교육 말고 우리나라 신화 전반을 알게 하는 그런 교육이었으면.
또한 신화가 바로 당시 사람들의 사고를 표현한 것이므로, 이 책의 제목처럼 신화의 언어 또는 신화와 표현 정도로 하는 교육이 있었으면 했다. 왜 신화에서 그렇게 표현했는지를 생각하는, 단계적으로 더 깊게 고민해 보는 그런 교육을.
역사에서도 신화와 역사의 상관관계를 가르쳤으면 한다. 역사라는 과목이 사실의 나열로 외우기 바쁜 우리나라 현실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신화는 당시 사회의 풍습을 반영하고 있으므로, 신화를 통해서 역사에 접근하는 교육도 했으면 좋겠다. 아주 까마득한 옛날, 현실에서 실감이 나지 않는 그 먼 과거를 신화를 통해 만나게 되면 좀더 생생한 역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또 다른 교과목에서는 신화를 활용한 교육을 했으면 좋겠다. 가령 미술에서는 신화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과정이, 음악에서는 이런 신화를 바탕으로 음악적 표현을 만들어보는 과정을, 과학에서는 신화를 과학적으로 해석하는 방법을. 도덕이나 윤리에서는 신화에 나타나는 생활에 대해서, 사고 방식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을... 등등 신화를 통해 다양한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지닌다.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을?
조현설의 [신화의 언어]를 읽었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그래도 나름 신화에 관한 책을 꽤 읽었다고 생각했음에도 모르는 신화도 많았고, 또 그 신화를 통해 다양한 접근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동서양의 신화를 아우르면서 네 부분으로 나누고 있는데, '무의식과 역설, 자연과 타자, 문화와 기억, 이념과 권력'이라고 분류를 하고 있다.
그만큼 신화는 우리들이 의식하지 않더라도 우리들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들 삶의 양식, 사고 양식이 신화에 드러나 있는데, 신화를 배우지 않고 가볍게 지나쳐 온 것이 아쉬운 것이다.
신화는 단지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규정해 주는 존재다. 신화를 통해서 우리는 자연스레 과거와 연결되기도 하지만 현재의 우리를 미래로 연결해 주기도 한다. 그만큼 신화는 우리들을 결속시켜 주는 역할도 하는데, 그 결속이 배타적이지 않기 위해서도 신화를 알 필요가 있다.
다른 민족을 배제하기 위해서 신화를 동원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특히 중국이 하는 동북공정과 관련지어 신화나 다른 이야기들을 어떻게 이용하는지를 이 책 4부 '이념과 권력'에서 잘 알려주고 있다) 신화가 어떤 의미로 작동하는지를 알면 그것을 방지할 수도 있게 된다. 신화는 배제가 아니라 포용, 융합을 위해서 우리가 알아야 되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신화들이 나오지만 그 신화를 통해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었던 것을 깨닫게 해주고 있어서 좋다. 이 책에서 저자는 간간이 현재의 관점에서 신화를 평가하고 우리들 삶을 돌아보게도 하고 있으니, 신화는 과거에만 머무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우리들 삶에도 영향을 미치는 이야기라는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