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코의 나비 - 책으로 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 권장도서, 개정판
프란시스코 지메네즈 지음, 하정임 옮김, 노현주 그림 / 다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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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들로 인해 제약이 따르기도 하지만 현대 세계는 사람들의 이동이 빈번하다. 여행만이 아니라 살기 위해서도 다른 나라로 이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주, 이민이야 예전에도 있긴 했지만 그 수는 현대에 들어 엄청나게 늘었다.

 

사실 과거 예를 들면 미국이나 호주는 이주민의 나라 아닌가. 그 대륙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보다 지금은 이주해 온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경제가 힘들어지니 장벽을 쌓고 있는데, 자신들의 과거를 망각하고 있는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단일민족이라는 신화가 깨진 지는 오래. 지금 우리나라 곳곳에 이주민들이 정착해 살고 있지 않은가. 불법체류자들 (불법이라기보다는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또는 비법(非法)이라고 해야 할 듯하지만, 많이 쓰이는 이 용어를 쓴다) 이라고 불리는 이도 많고. 이렇게 아직도 불법체류자라는 딱지를 달고 있는 사람들은 공식적으로 이주하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같은 이주민이라도 형편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은 사실에 기반하고 있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사람 이야기. 물론 원인은 경제적인 문제다. 먹고살기 위해 국경을 넘는다. 가족 모두가. 그러나 이들은 불법체류자들일 뿐이다. 이민국의 단속을 두려워해야 하는.

 

국경을 넘어 온 멕시코 이주민들에게 주어진 일은 단순 노동이다. 아버지는 목화, 딸기, 포도 수확하는 일에 종사한다. 일거리가 있는 곳을 찾아다녀야 하니, 거주도 불안정하고 수입도 불안정하고 아이들 교육도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학교에 보내려고 한다.

 

늘 불안정한 생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것. 주인공인 프란시스코는 나비를 좋아하고 나비 그림을 그려 상도 받는다. 영어를 잘 몰라 학교 공부에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공부를 하고.

 

나비가 애벌레나 고치의 상태에 있을 때가 프란시스코 가족이 노동을 하면서 근근이 살아갈 때이다. 그나마 없는 살림에 집이 불타기도 하고, 아이가 아파 고생도 하고, 비가 와서 일을 하지 못할 때도 있는 그런 상태. 학교에서도 영어를 잘 못해 늘 뒤쳐지는 상태. 그런 상태의 꿈틀거림, 그것이 애벌레, 고치 상태다.

 

그럼에도 애벌레나 고치는 가능성의 상태다.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고 나비를 품고 있는 단계다. 나비의 존재를 이미 담고 있는 상태. 프란시스코 가족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힘든 상황에서도 가족의 유대를 잃지 않는다. 어려움 속에서도 즐거움을 누리기도 한다.

 

나비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없애지 않는다. 이것이 중요하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가족들이 받쳐주는 것, 포기하지 않는 것. 애벌레나 고치 상태를 처음 본 사람은 이게 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또 이런 상태를 처음 겪는 사람도 이 상태에 절망할 수 있다. 그러나 절망하거나 그 자리에 머무르려고만 하지 않는 사람은 결국 나비가 된다.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겠지만. 자신의 의지도 중요하고 주변의 도움도 필요하다. 프란시스코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의 힘. 또 같이 힘들어하고 같이 극복해 나가려는 가족들.

 

우리나라도 이런 과정을 거쳐왔지 않은가. 살기 힘들어서 외국으로 이주해 간 경우도 있었지 않은가. 지금은 그 단계를 지나서 외국인들이 이주해 오는 나라가 되었는데... 그 많은 이주민들 중에 프란시스코 가족과 비슷한 환경에 처한 사람이 없겠는가.

 

(이란주가 쓴 이주민들에 관한 책, [말해요 찬드라], [아빠, 제발 잡히지 마]를 읽어 보라. 이들 역시 프란시스코와 비슷한 일들을 겪는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누가 이 책을 읽으면 좋을까? 성장 이야기라고 할 수 있으니 당연히 청소년들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싶다. 그런데 먼저 어른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특히 이주민들하고 만나는 기회가 많은 어른들이. 그 다음에 청소년들, 이주해 온 청소년들이 아니라 토박이라고 할 수 있는 청소년들이 먼저 읽었으면 한다. 이들이 이런 책을 읽고 이주민들의 삶에 대해서 간접 경험을 먼저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아직 애벌레나 고치 상태에 있는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겠다. 바로 자신들의 이야기일 수 있으니. 이들이 프란시스코 가족에 공감하며 희망을 지녔으면 하는 마음이다.

 

책 뒤에 이런 질문과 답이 있다.

 

Q. 이 책은 처음에 어른들을 독자로 생각하고 출판되었는데, 청소년과 아동 출판 시장에서도 대단한 호평을 얻었을 때 놀라지 않았는가?

 

A. 사실 특정한 독자층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책을 쓸 때, 처음부터 독자들이 아이들의 눈으로, 아이들의 목소리로, 아이들의 마음으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Q. 이 책은 자전적 성장소설이다. 어느 정도가 사실인가?

 

A. 거의 90%가 사실이고 10% 정도가 픽션이다. (177쪽)

 

자, 이 책은 그러니 사실이라고 해야 하고, 누가 읽어도 좋다. 다만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자신은 아직 애벌레나 고치 상태에 머물고 있다고, 나비가 되기 위해 지금 이 상황에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살아가면 좋겠다.

 

그리고 프란시스코의 상황과 다른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애벌레가 나비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이 책이 하고 싶은 말이 그것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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