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빵집
김혜연 지음 / 비룡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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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이 상처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삶이 힘들어진다. 그런데 그 상처가 쉽게 아물 수 없는 거라면? 가장 큰 상처는 예측하지 못하게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것, 그것도 죽음이라는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헤어지는 것. 그 상처의 깊이는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다. 그들이 안고 살아가는 슬픔의 깊이, 넓이...

 

벌써 6년째에 접어들었다. 우리에게 큰 상처를 준 사건이 일어난 것이. 하지만 여전히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 밝혀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시간만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고, 사람들은 여전히 커다란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언론에서 다뤄주지 않는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그 문제를 단지 드러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여전히 사람들은 고통받고 있다. 그런 고통을 정치권은 외면할 수 있을지 몰라도 문학은 외면할 수 없다. 여전히 진행형인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문학이 외면할 수 있겠는가. 시로, 소설로 그 상처를 보듬으려고 하고 있다.

 

이 소설 역시 마찬가지다. '빵'이란 이름을 지닌 빵집을 중심으로 세월호로 인해 또 다른 사건으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이 치유받는 과정이 소설 속에 나타난다. 빵을 중심으로 그들이 지닌 상처가 아물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그 상처를 받아들이게 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하경, 태환, 진아, 소연, 윤지 엄마, 이기호가 주요 등장인물인데, 이들은 모두 상처를 갖고 있다. 모두 세월호와 관계가 있는데, 학생 윤지와 교사 영훈과 관련된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군에 가서 죽은 오빠의 컴퓨터에서 캉파뉴라는 블로그를 알게 된 하경, 무작정 그 블로그에서 보인 장소로 가다가 우연히 들어간 빵집. 블로그에서 본 빵집. 빵집 주인 이기호. 소설가를 꿈꾸었으나 지금은 아버지가 하던 빵집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 그 역시 상처를 지니고 있지만 빵집을 운영하며 어느 정도 상처를 극복하고 있던 상태. 그의 친구이자 고등학교 물리교사인 영훈. 그는 수학여행 때 학생들과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다. 약혼녀 소연을 둔 채.

 

윤지와 사귀던 태환과 가장 친했던 진아, 그리고 윤지가 뱃속에 있음을 알게 해준 빵집을 다시 우연히 찾은 윤지 엄마 등. 이들은 빵집을 통해 하나하나 자신들의 상처를 대면하게 된다. 그리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음을, 빵을 통해 자신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게 된다.

 

작가는 이 슬픔을 어떻게 써야 할지 망설였다고 한다. 악을 응징하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도 하지만 아직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고, 다만 이들의 마음을 위무해줄 소설을 쓸 뿐이라고. 이렇게 공감하는 글쓰기를 할 수 있을 뿐이라고.

 

하지만 이것도 중요한 일이다. 공감의 힘이 얼마나 큰가. 공감은 공명으로, 마음과 마음이 함께 울려 결국 세상을 바꾸게 된다.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고 하지 않았는가. 조용히 함께 슬퍼해주는 마음, 그런 슬픔을 위로해주고 공감해주는 마음.

 

소설은 빵을 통해서 그것을 드러내고 있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조용히 다가와 빵을 건네거나 빵을 만드는 작업을 함께 하면 된다. 함께 있어주는 것.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주는 것. 착한 사람들, 작가는 약한 사람들이라고도 한다. 착한 사람이 강해야 하는데 약한 사람이 되는 현실을 작가는 직시하고 있다. 그런 사람들 이야기다.

 

우연히 발견한 빵집에서 이들은 이제 치유를 시작한다. 소설은 사회부조리, 해경 문제, 구출 문제, 진상규명 등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는다. 그저 남은 사람들이 받은 상처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상처를 어루만져 준다.  이게 다다.

 

그런데 여기서 울림이 일어난다. 마음 속에서 커다란 울림이, 슬픔이, 그리고 그 슬픔을 통해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이게 소설의 힘이다.

 

다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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