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의 한국 현대문학 수업 - 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이현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 현대 소설에서 다룰 만하다고 여기는 작가 10명을 선정해 그의 소설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한국 현대 소설사에서 나타난 작가가 꽤 많은데 그 중 10명을 추리는 것도 일일텐데, 그들의 소설에 대해서 세계 문학과의 관련 속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더 힘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이 책에 나와 있는 작가들이 우리나라 현대 소설을 대표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작가는 많고 좋은 작품도 많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소설가들은 한 시대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한 시대를 대표한다는 말이 좀 그렇다면 소설의 경향을 대표하거나 주도한 사람이라고 하면 되겠다. 그런 작가와 작품들을 선별해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으니, 로쟈, 이현우의 설명을 따라가면 우리나라 현대소설의 흐름을 어느 정도는 알 수 있게 된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황석영 편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로쟈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시대의 핵심적인 모순에 대해서, 본질에 대해서 파악하고 그 문제를 파고드는 소설을 써야 한다. 그것이 현대소설이고 소설가의 역사적 책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는 것은 엔터테인먼트이기 때문에 소설과는 다른 것이다. 소설가가 아니더라도 잘 쓰는 사람들은 많다. 굳이 소설을 쓰겠다고 한다면 시대의 핵심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여러 제약 때문에 단편으로는 곤란하고 장편으로 확쟁돼야 한다. (173쪽)

 

이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10명의 소설가와 소설을 골랐다고 생각하는데, 여덟 번째인 이문열까지는 평가나 생각이 조금 다르더라도 그래도 한 시대의 대변하는 그런 작가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인성과 이승우에 대해서는 좀 의아한 생각이 든다. 이문열과 비교하기 위해서 작가와 작품을 선정했다고밖에는 생각이 들지 않으니...

 

1950년대에서 시작한다. 소위 전후문학이라고 하는 소설들... 손창섭을 다루고 있다. 이견이 없다. 손창섭이 전후 우리나라 사람들의 암담한 생활을 잘 그리고 있다는 데는 동의하니까. 이 시작부터 로쟈는 장편소설이 없음을 안타까워 하고 있다. 말 그대로 단편은 삶이나 시대의 어느 한 면만을 표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 그 시대의 핵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장편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손창섭은 장편소설을 쓰지 못했다고...

 

이런 한계는 다음 작가들에게서도 이어진다. 60대를 열어젖힌 최인훈에게서도 같은 한계를 그는 발견한다. [광장]은 장편이라기보다는 중편에 해당하는 소설이기 때문이다. 하여 이런 시대적 상황을 잘 드러내는 작품을 쓰는 작가가 필요한데, 로쟈가 다루고 있는 작가는 이병주다. 사람들 사이에서 저평가된 작가라는. 그의 작품 [관부연락선]을 대상으로 해방전후 우리 사회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책의 내용은 그것보다는 이병주라는 작가를 재조명하는 쪽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새로운 감수성을 개척했다는 김승옥, 리얼리즘 소설가라고 할 수 있는 황석영을 다루면서 1960-70년대 우리 사회의 모습을 이들 소설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때 나온 소설들은 단편이라서 한계가 있다고 하고, 장편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김승옥은 기독교로, 황석영은 역사소설로 나아간 것이 아쉽다고 하고 있다.

 

독재자를 비판한 작품으로 평가하고 있는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 이 부분의 해석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리고 이런 [당신들의 천국]만이 있었기 때문에 당시 우리 사회는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같은 소설이 나올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선진국으로 진입해야 한다고, 경제개발을 해야 한다고 강한 독재로 정책을 밀어붙이고, 결과 경제성장은 이루었지만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이었던가. 자본주의가 정착되면서 자본가와 노동자의 갈등이 드러나고, 그것을 표현하는 소설이 필요해진 것. 산업화 시대를 대표하는 소설, 내용은 리얼리즘이지만 표현은 모더니즘이라고 할 수 있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이후 자본주의 모순을 다룬 장편소설이 나와야 하는데...

 

성장소설로 넘어가게 된다. 경제성장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사회의 주류를 형성하는 사람들이 지식인 계층이 된 것. 교양이 필요한 시대. 소위 교양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성장소설이 등장하고 많이 읽히게 된다. 이런 흐름을 주도한 것이 이문열이고 [젊은 날의 초상]이다. 그렇지만 이 소설은 처절한 삶의 현장에서 떠난 관념에서의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다음 두 소설가는 이런 이문열의 성장소설과 비교하기 위해 들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인성의 아주 낯선 소설 [낯선 시간 속으로]와 이승우의 [생의 이면]

 

아버지 부재의 이문열이 아버지를 넘어서기 위한 성장소설을 썼다면 이인성은 살아있는 아버지를 넘어서기 위해 썼고, 이승우는 아버지뿐만이 아니라 어머니도 없는 부재 상태에서 성장하는 소설을 썼다고.

 

이렇게 로쟈는 넓은 의미의 사회 속에서 개인의 자리를, 사람들의 삶을 추구하는 소설들에서 이제는 가정에서 자아를 형성해가는 소설로 마무리를 하고 있다.

 

작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세계문학과의 연관성도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 점이 한국문학을 세계문학 속에서 파악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가령 성장소설이라는 부류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는 이문열, 이인성, 이승우를 예로 들면 이문열에게서는 괴테이야기를, 이인성에게서는 제임스 조이스와 카프카를, 이승우에게서는 헤세와 지드의 이야기를 함께 하고 있다. 그밖에 황석영에게서는 고리키를, 김승옥에게서는 토마스 만,이병주에게서는 발자크를 함께 언급하고 있다.

 

로쟈는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 문학을 세계문학과 연결지어 우리들 시야를 더 넓혀주고, 지금 우리 시대에 필요한 소설은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 우리는 어떤 소설(소설가)을 기대하고 있는지를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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