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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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마찬가지로 '따로 또 같이'라는 말도 좋아하고, 또 '대동소이(大同小異)'란 말도 좋아한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내가 참고하는 말이기도 하다.

 

어울리되 똑같아서는 안 된다. 그건 폭력이다. 전체주의다. 그렇다고 홀로만 갈 수는 없다. 요즘 사람들이 많이 보는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을 봐도 그렇다. 자연 속에서 홀로 사는 것 같지만, 아니다. 그들도 함께 살고 있지는 않지만 삶을 위해서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연인이라고 모든 것을 홀로 해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도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 다만 '같이'라는 말보다는 '따로'나 '홀로'라는 말이 앞에 올 뿐이다. 그렇게 사람들은 비슷한 점이 있다.

 

인간이라는 종이 지니고 있는 특성을 어느 정도는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이 같지만 다른 것도 분명 있다. 그 다름을 인정할 때 함께 살아가는 묘미를 맛볼 수 있다. 그래서 한 가족이라고 해도 방들이 서로 구획되어 있다.

 

한 집이지만 자신만의 공간은 또 따로 있는 것, 지역도 마찬가지고, 사회, 국가, 이 지구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범위를 넓혀가다 보면 우주 역시 마찬가지다. 따로 가고 있지만 함께 가고 있고, 조화를 이루고 있지만 똑같지는 않은.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었다. 좋다. 대놓고 개인주의자라고 선언하다니... 우리는 흔히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혼동하는데, 둘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개인주의를 부정하면 전체주의에 빠지게 된다. '나'란 존재는 없고 온통 '우리'만 존재한다.

 

무서운 일이다. 내 몸에 있는 세포들도 똑같지 않고 다르게 작동하고 있는데, 나를 다른 사람과 똑같이 하라고 하면 그것은 견딜 수 없는 일이다. 이 책은 판사 문유석이 자신이 생각한 것들을 글로 써낸 것인데, 그 중에 '행복도 과학이다'라는 글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만국의 개인주의자들이여, 싫은 건 싫다고 말하라. 그대들이 잃을 것은 무난한 사람이라는 평판이지만, 얻을 것은 자유와 행복이다. (58-59쪽)

 

그렇다. 개인주의는 바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는 주의다.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남의 원망을 받으면서 어떻게 행복할 수가 있단 말인가. 또 개인주의는 집단의 논리에 휩쓸리지 않는 주의다. 자신의 생각을 버려두고 집단의 논리만 따라가면 역시 행복할 수 없다. 그래서 이런 개인주의자 선언이 반갑다.

 

책 표지 그림이 마음에 들었다. 사람인지 아닌지 차치하고 그 존재들에게 그림자가 있다. 그림자 하면 검은색만 떠올려야 하는데... 다른 색도 있다. 그림자 모양도 좀 다르고. 또 그림자 색이 다른 존재는 색깔도 다르다. 이렇게 우리는 비슷하지만 다른 존재들로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 보다 이 책 내용을 잘 설명하는 표지가 있을까 싶다. 글을 읽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다른 사람들 의견을 무조건 따르지 않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 가되, 독단에 치우치지 않는 것.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 우리들은 모두 독립된 존재고, 독립된 존재로서 존중을 받아야 한다는 것, 그것이 바로 개인주의다. 내가 소중한 만큼 남도 소중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지점에서 개인주의는 시작한다.

 

  그러므로 개인주의자는 행복한 사회를 꿈꾸되, 큰 그림만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작은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 가는 사람, 그 행복이 다른 사람들의 행복과도 연결될 수 있게 하는 사람. 그래서 소외된 이웃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

 

자신의 성장사에 얽힌 이야기도 있고, 판사로서 겪었던 일들을 풀어놓은 글도 있고,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해서 생각을 담은 글도 있다. 글들 역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어 여러 모로 생각할 거리가 많다.

 

특히 예전에 쓰인 글이지만 메르스 사태에 대한 글을 통해 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19'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응을 보면 그동안 우리 사회가 알려지지 않은, 흔히 공포에 빠지기 쉬운 질병에 대응하는 방식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의 마지막에 아이를 잃어버린 여인 이야기가 나온다. 시장에서 아이를 찾아 달리는 여인을 그냥 지나쳐 갈 수도 있는데, 그 역시 함께 뛴다. 아이를 혼자 찾는 것보다는 여럿이 찾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고, 그런 자세를 지닌 사람들이 있다면 우리 모두는 조금씩 행복에 다가가고 있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개인주의자다. 나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지만 다른 사람의 불행을 외면하지 않는. 그래서 개인들이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주는 그런 사회.

 

수월하게 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이 책에 나온 글을 중심으로 여러가지 논의를 해볼 내용들이 많다. 그래, 우리 모두 개인주의자가 되자. 어느 한쪽으로 분류되어 틀지워지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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