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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ㅣ 법정 스님 전집 8
법정(法頂) 지음 / 샘터사 / 2002년 10월
평점 :
절판
혼자 읽기도 좋지만 함께 읽기면 더 좋다. 읽기란 자신만의 세계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세계, 또 차원이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여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전을 읽을 때는 홀로 독송하는 것도 좋지만, 함께 읽으며 이야기하는 것이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진리의 길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섰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반(道伴)이라는 말이 그냥 있는 말이 아니다. 진리의 길을 함께 가는 사람, 진리 추구를 함께 하는 사람이 바로 도반 아니겠는가.
이 책은 법정 스님이 오래 전에 숫타니파타 경전의 앞부분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모아놓은 강론집이다. 숫타니파타는 부처의 말씀이고, 우리가 읽기 편하게 시 형식을 띠고 있다. 반복되는 구절이 많아 쉽게 읽고 암송할 수 있지만, 그만큼 지루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전을 소리내어 읽으면 입 안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말들이 마음을 울리고 다른 사람들의 마음에까지 가 닿는다. 이것이 경전을 소리내어 읽은 이유이기도 하겠다.
어느 구절을 읽어도 생각할 것이 많은데, 단지 생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삶에서 실천할 때만이 의미가 있는 것, 그것이 바로 경전이다. 언행일치, 지행일치를 하지 않으면 종교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
그야말로 언행일치, 지행일치가 되지 않는 종교인이란 참다운 종교인이 아니라 사이비에 불과하다는 것, 사이비란 말이 사치스러운 말이라면 사기꾼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겠다.
이 경전에도 그런 사기꾼을 멀리하라는 말이 나오니, 종교를 사칭하여 자신의 이익을 누리는 사람들이 예나 지금이나 없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 그런 사람을 경계하라는 말이 나오지.
이 경전에서는 어려운 철학적인 구절보다는 짧게 우리가 지키면서 생활해야 할 것을 말해주고 있다. 한 장이 끝날 때마다 법정 스님의 강론이 시작되는데,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그 강론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서 실천하는 것이다.
그때서야 행복은 시작된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9장에서 인용한다. 이런 세상을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어떠한 생물일지라도
겁에 떨거나 강하고 굳세거나
그리고 긴 것이건 큰 것이건
중간치건 짧고 가는 것이건
또는 조잡하고 거대한 것이건
눈에 보이는 것이나 보이지 않는 것이나
멀리 또는 가까이 살고 있는 것이나
이미 태어난 것이나 앞으로 태어날 것이거나
모든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17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