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사진의 쓸모 - 카메라 뒤에 숨어 살핀 거리와 사람
정기훈 지음 / 북콤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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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얽힌 이야기가 실린 책이다. 그런데 사진이 화려하지 않다.  눈에 확 들어오는 사진도 아니다. 그런데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무언가 찡하는 마음이 된다.

 

쉽게 눈에 띄지 않지만 우리 주변에 많이 있는 일들, 그러한 일들을 사진으로, 글로 상기시켜 주고 있다.

 

소심하다는 표현을 제목에 썼는데, 그것은 바로 인위적이라기보다는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지켜보다가 포착한 사진이라서 그렇다. 가령 시위를 하면 시위를 하는 중심적인 장면을 찍은 것이 아니라 그 시위 장면에서도 우리가 쉽게 발견하지 못하는 부분을 찍었다.

 

사진을 찍은 정기훈은 그래서 사진을 찍히는 사람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어떤 자세를 취할지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는 마냥 기다린다. 자신이 생각하는 장면이 나올 때까지. 나오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힘들게 지내는 그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고 그들의 있는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진가. 그들에게 애정을 지니고 사진을 찍는 사람.

 

그래서 표지에 '카메라 뒤에 숨어 살핀 거리와 사람'이라는 표현이 있다. 사진을 찍은 사람이 돋보이지 않고 또 쉽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자세히 살펴야 알 수 있는 것들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 글도 그렇다.

 

사진에 얽힌 글들이 우리 사회 어두운 면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렇게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데 그동안 관심없이 지내왔던 시간들을 반성하는 읽기이기도 했다.

 

사진가는 주로 우리 사회에서 약자에 속하는 사람들을 찍었다. 사람들만이 아니라 그 사람이 속한 장소를 함께 찍었다. 그 장소에 있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크게 부각되는 것이 아니라 작게, 마치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드러내는 것만큼 그렇게 표현되고 있다.

 

이들이 크게 표현되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이 사진책 속에 나온 것처럼 힘들게 지내는 그런 모습들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소심한 사진이 이런 사회적 약자들이 밝고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 많이 나오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이 책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드러나지 않은 모습들,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하는, 우리가 지나치고 있던 그런 일들을 상기시켜주고 있다. 이것이 아마도 '소심한 사진의 쓸모'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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