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시인이란 궁극적이고 본질적인 실재에 다가갈 수 없는 비극을 노래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그 안에 흔적을 숨쉬는 어떤 신성한 것들을 찾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슬픔을 가진 존재이다.' (129쪽)

 

  '서정시의 기본적이고 원초적인 동기는 시인 스스로 자신의 삶을 살피고 돌아보는 침잠과 관조와 성찰의 의지에 있다.' (133쪽)

 

  이 시집 뒤에 실려 있는 문학평론가 유성호의 글이다. 이렇게 시인과 서정시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고영민의 시집 '구구'를 해설하고 있다.

 

  해설을 굳이 읽지 않더라고 시를 느낄 수 있고, 또 시에는 자기만의 감상을 덧불일 권리가 있으니, 해설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해설을 인용한 것은 시인이란 완성된 존재가 아니라 미완성의 존재, 늘 무언가를 추구하는 존재라는 사실.

 

그래서 현실과 불화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과, 이런 태도들이 침잠, 관조, 성찰이라는 행위를 유발하고, 그것을 통해서 다시 세상과 화해한다는 생각, 그리고 이 시집에 그것이 어느 정도 나타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시집에는 시인의 개인적인 경험이 많이 나와 있단 생각이 든다.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시가 많고, 그를 통해서 '가족'을 생각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집의 제일 앞부분에 있는 '식물'이란 시부터 마음이 찡해진다. 식물인간이 된 자식을 대하는 어머니가 표현된 시인데... 다음 시집 제목이 된 시 '구구'에서도 역시 그런 감정이 유지되고, '중년'이란 시를 보면 나이 먹어가는 것이 부모님을 닮아가는 것임을 생각하게 하고, '출산'이란 시를 보면 나이 들어감에 따라 부모님을 여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실감하게 된다.

 

'아버지를 기다린다'는 시에서 나이들어감에 따라 느려지는 몸을 인식하게 되고, '백숙'이란 시에서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더 찡하게 만나게 된다. 시를 통해서 그림을 연상하게 되고 또 삶을 떠올리고, 가족을 생각하게 된다.

 

이런 가족들 이야기말고도 우리가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들, 사물들, 동물들 이야기가 시로 나타난다. 그들이 시가 되어 우리 곁으로 온다. 고영민 시집을 읽으며 주변의 모든 존재들이 시가 될 수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 존재들에게 따스한 시선을 보내는 시인을 만나게 되는 즐거움을 누리게도 된다. '첫사랑'이란 시를 보자.

 

  첫사랑

 

바람이 몹시 불던

어느 봄날 저녁이었다

 

그녀의 집 대문 앞에

빈 스티로폼 박스가

바람에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다

 

밤새 그리 뒹굴 것 같아

커다란 돌멩이 하나 주워와

그 안에

넣어주었다

 

고영민, 구구, 문학동네. 2015년. 55쪽.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이 따스함 앞에서. 그냥 읽으면서 그 온기를 느끼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시인은 시를 통해 내 마음을 포근하게 안아주었다.

 

마지막으로 '새'라는 시. 시에서 화자는 나이 먹어가면서 부모를 닮아가는 자신을 노래했지만, 자식이 자랄 동안 부모는 얼마나 마음 졸였겠는가. 얼마나 기다렸겠는가. 그러나 그 기다림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서 말없이 지켜봄으로써 자식이 스스로 성장하길 바라지 않았겠는가. 부모 역할, 교사 역할 이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반성을 하게 하는 시다.

 

 

어미는 그냥 이쪽에서 저쪽으로 후르륵 날아간다

그리고 기다린다

계속 기다린다

 

새끼도 날아본다

 

고영민, 구구, 문학동네. 2015년. 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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