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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으로 - 순간접속의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
매리언 울프 지음, 전병근 옮김 / 어크로스 / 2019년 5월
평점 :
'순간 접속의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이라고 표지에 적혀 있다. 책을 읽은 다음에 든 생각은 이 책은 순간 접속 시대이기 때문에 책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는구나였다.
순간 접속의 시대, 디지털 시대라고 할 수 있는데, 모든 것을 순간적으로 만나게 되는 시대다. 그러니 진득하게 무언가를 하기보다는, 순간순간 만나고 잊고 또 다른 것을 만나고 하는 접속의 연쇄 속에서 살아가는 시대가 되었다.
접속의 연쇄, 얼핏 책을 통해서 얻게 되는 연결과 통할 것 같지만, 이런 연쇄들은 연결이 아니라 스쳐지나가는 만남에 불과하다. 즉, 상대나 다른 존재, 다른 세상과 연결해 주지 않고 그냥 순간의 만남에 그치게 한다.
언어와 사고가 위축되고 복합성이 줄어들며 모든 것이 점점 같아질 때, 우리 사회 정치는 종교 조직이나 정치 조직 내의 극단주의자들로부터든, 그보다는 덜 명확하게 광고주들로부터든 큰 위협을 받게 됩니다. (137쪽)
문제는 디지털 문화에서 우리가 소비하는 단어의 양이나 읽는 방법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우리가 읽는 양이 읽는 방식에 미치는 영향과, 읽는 양과 방식이 우리가 읽고 기억하는 것에 미치는 영향도 문제가 됩니다. ... 우리가 읽는 것은 디지털 연쇄의 다음 연결고리인 쓰는 방식마저 바꿔놓습니다. (141쪽)
다른 말로 하면 집중이 아니라 분산이다. 정신을 이것저것에 분산시키는 시대인 것이다. 그러니 집중력이 자연스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이 책에서도 디지털 매체를 모두 부정하지는 않는다. 디지털 매체의 장점도 이야기한다.
읽기가 꼭 책으로만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지 않는다. 디지털 시대를 부정할 수 없기에, 디지털 매체를 통해서도 일어야 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디지털 매체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고 한다. 적절히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읽기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 읽기를 양손잡이 읽기라고 이름한다.
하지만 양손잡이 읽기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책을 통한 읽기다. 책을 통해서는 이런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저는 이 세상을 사랑할 새로운 이유를 발견하기 위해 읽습니다. 또한 이 세상을 뒤로 한 채 저의 상상 너머, 저의 지식과 인생 경험 밖에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기 위해 읽습니다. (160쪽)
읽기 회로의 발달 정도는 천차만별일 수 있지요. 그것은 개별 아동의 특성, 읽기 지도의 유형, 지원 매체 (우리의 논의에서 결정적인, 읽기 매체의 유형)에 좌우됩니다. 여기에 매체의 특성이나 행동유도성까지 읽기 회로의 발달에 영향을 끼칩니다. (167쪽)
읽기의 첫 경험에 따라다니는 첫 번째 특징은 물질성입니다. 두 번째 특징은 반복이지요. (203쪽)
아이들이 책을 보고 듣고 맛보고 만지는 것은 뇌신경에 최선의 다중감각적, 언어적 연결이 구축되도록 도움을 줍니다. (204쪽)
두 살 이전에 아이가 경험하는 인간적인 상호접촉, 그리고 책과 인쇄물과의 물리적인 접촉은 구어와 문어, 내면화된 지식의 세계로 들어가는 최선의 진입로이자 미래의 읽기 회로를 구축할 벽돌입니다. (207쪽)
조금 늦게 읽기를 가르치는 나라에서 읽기로 문제를 겪는 아이가 오히려 적었습니다. (238쪽)
깊이 읽기는 언제나 연결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즉 우리가 아는 것을 읽는 것에, 읽는 것을 느끼는 것에, 생각하는 것은 삶의 방식에 연결짓는 것 말입니다. (245쪽)
입학 후 첫 몇 년 동안은 종이책과 인쇄물을 주로 사용해 읽기를 가르치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258쪽)
"책은 나를 느려지게 하고 생각하게 만들지만 인터넷은 나의 속도를 높입니다." (259쪽)
아이에게 손으로 글씨 쓰는 법을 가르쳐주면 토끼보다는 달팽이에 가까운 속도로 자신의 생각을 탐구하도록 이끌 수 있다. (260쪽)
기억해야만 할 말들이다. 그러니 우리가 어찌 책을 통한 읽기를 포기할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에 매달려 있는 현실에서 책을 통한 읽기는 많이 줄어들고 있는데, 그럼에도 책을 통한 읽기를 해야하는 이유를 이 책은 과학적인 증거들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다.
결국 책을 통한 읽기는 이 책에서 말한 대로 페스티나 렌테(festina lente : 천천히 서두르기, 천천히 재촉하기 - 288쪽 )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한다.
그래, 책읽기는 디지털 매체로 읽기를 하는 것과는 다른 장점이 있다. 그리고 우리 뇌를 읽기 뇌로 만들어 가는데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
이것이 책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다시, 책으로, 그것을 저자는 집으로 돌아온다고 표현했다.
우리도 이렇게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책을 통한 읽기를 해야만 한다. 특히 어린아이들, 청소년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