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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과 문학의 만남
이가림 지음 / 월간미술 / 2000년 7월
평점 :
품절
미술과 문학의 만남이라는 제목보다는 미술가와 문학가의 만남이라고 하는 편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미술가 한 사람과 문학가 한 사람을 짝이어서 서로가 어떤 관계를 맺었고,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살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림과 작품의 관련성도 이야기하기 때문에 제목이 꼭 내용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우리말에 '시(詩).서(書).화(畵)'란 말이 있듯이 시와 글과 그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으며 예전 사람들은 이 셋을 다 할 줄 알아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선비라고 말할 수 없었으니까.
전체적인 인간, 융합과 통합을 이룬 전인적 인간을 추구하던 사회에서 분업이 주를 이루고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면 큰소리치며 살 수 있는 세상이 된 이후에 예술도 서로의 분야로 갈라져 교류가 별로 없어지기 시작했다.
그냥 자기 분야에만 전념하면 되는 풍토가 생겼다가 최근에는 예술 여러 분야들이 함께 하는 쪽으로 변해가고 있는데. 이런 사회 분위기와는 별도로 예전부터 미술과 문학은 매우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기도 하였다.
그런 점을 서양의 작가들을 통해서 알려주고 있는 것이 이 책이다. 세잔과 에밀 졸라처럼 그동안 잘 알려진 관계에 있던 사람도 있고, 자코메티와 사르트르처럼 읽으면 아, 그렇구나! 이들은 이렇게 관계를 맺었겠구나 하는 사람도 있고, 그 관계에 대해서 전혀 생각해 보지 않다가 이 책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도 있다. 내게는 대부분이 그런 관계를 처음 알게 된 사람들이라고 하겠다.
문학 쪽은 조금 알아도 미술 쪽은 문외한에 가깝기 때문인데, 이런 문외한에게도 잘 이해가 되게 작가들의 약력, 경향과 작품을 소개하고,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또는 한쪽이 일방적으로 영향을 받았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특히 미술의 경우에는 작품을 보여주고, 문학의 경우에는 거기에 해당하는 구절들을 인용해 주고 있기 때문에 더 이해하기 쉽다.
이 책에 나온 샤르댕과 프루스트의 경우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화가의 모델을 샤르댕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하는데...이들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제목을 '하찮은 사물에의 깊은 인식과 사랑'이라고 붙였다.
우리가 흔히 주목하지 않고 넘어가는 사물에도 깊은 관심을 보인 화가와 작가. 그들의 관련성. 마찬가지로 '물'에 대한 성찰을 한 바슐라르와 '수련' 연작을 그린 모네를 연결지어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으니...
단순히 지식을 쌓는다는 목적이 아니라도 글과 그림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책이고,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미술 작품 또는 음악을 떠올릴 수도 있고, 또 우리나라 작가들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미술과 문학이 만남. 늘 이루어져 왔고, 또 계속 그 만남은 이루어질 것이다. 그 만남이 일방이든 양방향이든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예술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계속 존재할 것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