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다 어느날 탁 하고 막히는 때가 있다. 그 자리에서 어찌할 줄 모르는 상태.
그러나 마냥 그러고 있을 수는 없고, 무언가를 해야 하는데, 그럴 때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보다는 행동을 먼저 해야 한다. 먼저 움직여야 한다. 끝이 보이지 않더라도. 우공이산이라는 말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자신이 막혔다고 느낄 때 그때 원인 분석을 하고 앞으로의 일을 계획하는 머리로만 일을 하면 어떤 일도 되지 않는다.
머리가 아니라 몸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그 자리에서 멈추어야 한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베르베르의 개미에 관한 글에서 장애물을 만났을 때 개미는 '왜?'보다는 '어떻게?'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어떻게 이 난관을 벗어날 수 있을까?' 생각만이 아니라 행동을 해야 한다. 그래야 문제가 풀린다. 그냥 문제를 안고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머리만 굴리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움직임이라고 해야 한다.
그 자리에서 막고, 품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요즘 그래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2007 현대문학상 수상시집을 읽다가 '막고 품다'란 시를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해야지 하는 생각.
막고 품다
김칫국부터 먼저 마실 때
코가 석 자가 빠져 있을 때
일갈했던 엄마의 입말, 막고 품어라!
띄엄띄엄 무슨 말일까 싶었는데
서정춘 시인의 마부 아버지 말을 듣는
미당이 알아봤던 진짜배기 시인의 말을 듣는
오늘에서야 그 말을 풀어내내
낚시질 못하는 놈, 둠벙 막고 푸라네
빠져나갈 길 막고 갇힌 물, 다 푸라네
누구에게 맞든 무엇을 막든
누구를 품어 안든 무엇을 품어 내든
길이 막히면 길에 주저앉아 길을 파라네
열 마지기 논둑 밖 넘어
만주로 일본으로 이북으로 튀고 싶으셨던 아버지도
니들만 아니었으면, 을 입에 다신 채
밤보따리를 싸고 또 싸셨던 엄마도
막고 품어 일가를 이루셨다
얼마나 주저앉아 막고 또 품으셨을까
물 없는 바닥에서 잡게 될
길 막힌 외길에서 품게 될
그 고기가 설령
미꾸라지 몇 마리라 할지라도
그 물이 바다라 할지라도
2007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현대문학. 2006년. 정끝별, 막고 품다. 140-1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