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을 읽을 때 늘 느끼는 것이지만, 세상 참 잘 안 변한다는 것이다. 파멸을 향해 가고 있는데, 자신의 파멸에는 민감하면서도 모두가 파멸하는 것에는 무감각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지금의 우리들 아닌가 한다.

 

  기후변화가 얼마나 우리들 삶에 중요한지, 이제는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로 자리잡고 있음에도, 미래 세대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가고 있음에도 기후변화를 시급한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 그냥 지금 당장 불편할 뿐이라는 생각을 하기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소위 잘나간다고 하는 분들이 이런 문제에는 침묵한다. 세상에 별 중요하지 않은 자소서 내용을 가지고는 벌떼처럼 몰려들어 물어뜯고 있으면서도 지구 전체의 위기를 초래하는 문제들에서는 침묵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식인이란다. 그래서 녹색평론을 읽으면 이런 현세태에 대해서 한숨만 나온다. 어찌해볼 수 없는 한숨, 그렇지만 언론이 철저히 침묵할 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간 녹색평론에게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다.

 

아직도 이런 생각, 이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므로 이 세상이 지탱되고 있음을 깨닫게 되고, 그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책읽기다. 아직은 가능성이 있다. 또 우리에게는 '오래된 미래'가 있다.

 

이번 호를 읽으면서 가장 마음 아프게 다가왔던 부분이 천규석과의 대담에서 나온 말이다. 좌든 우든, 진보든 보수든 집권하면 농업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그 부분. 우리 삶을 유지하게 해주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농업인데, 이에 대해서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소농 중심이 아닌 대기업 중심의 정책을 입안하는 그들의 모습에 실망을 금할 수가 없다.

 

경자유전의 헌법적 가치를 스스로 깨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으니. (고성진, 누더기가 된 농지법)

 

여기에 농촌에서 쓰이는 비닐을 생각하면 농업이 생명을 살리는 길인데, 기업농 뿐만이 아니라 이제는 소농에서도 비닐이 없어서는 안될 재료로 쓰이니 농업에서도 생명을 죽이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특히 최용탁의 글을 보면 농촌에서 자본이 개입하게 하는 가장 큰 요소로 비닐을 꼽았으니... 이런 문제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비닐에 대한 추억은 아버지를 비롯한 이웃 농민들에게 소위 '돈 되는 농사'를 시작하게 했다는 것이다. 요컨대 새마을운동이 아니라, 플라스틱 농법이 농민들에게 욕망의 씨앗을 뿌렸다고 나는 생각한다. -  최용탁, 플라스틱 홍수 속에서, 97쪽

 

이런 상황에서 농업에 대한 아무런 생각이 없는 정부라니? 이거 앞날이 캄캄하다. 촛불로 삶의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지나쳤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이 지경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는데...

 

천규석은 말한다.

 

죄든 우든 타협하고, 어떤 정권도 농민의 요구는 안 들어주지만, 소농을 지키고 농업을 지키는 것이 우리 세대가 살아 있는 인간으로서 해야 될 최선의 길입니다. 실패해도 지켜야 할 너무나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에, 정권 내놓을 각오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문 대통령이 농민기본소득을 실현하고 남북 평화와 통일을 위한 정책을 밀다가 '종북'으로 몰려 탄핵당해서 정권 유지 못 한다면, 그건 역사에 남을 영광이지 불행은 아니라고 봅니다. (천규석/이상길, '소농두레 공동체'의 길에서, 141쪽)

 

천규석의 이 말이 공허한 울림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글들 외에 지구를 살릴 수 있는 길로 '대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엘렌 브라운, 대마라는 풀, 지구를 구하는 가장 값싼 방법) 대마를 대마초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에 새로운 시각을 전해주고 있다.

 

이런 농업 문제, 기후 문제와 더불어 이번 호는 한일 관계를 다루고 있다. 아베 정권이 출현한 이후 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많이 심각하다.

 

그런 갈등을 일으킨 아베라는 인물에 대해서 조금 더 알게 해준 글들이 있고, 우리가 근본적인 대응을 해야 함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정치와 삶이 따로 갈 수 없음을 아베나 트럼프라는 인물을 통해서 다시금 깨닫게 되는데,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우리에게 적용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위기의 시대에 우리는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돌아보고,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우리가 어떤 사회를 추구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런 대안에 대해 고민을 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한다. 그 점을 생각하게 해주는 녹색평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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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6 09: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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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6 11: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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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6 13: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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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6 14: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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