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 마음속 108마리 코끼리 이야기
아잔 브라흐마 지음, 류시화 옮김 / 연금술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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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동화 [파랑새]를 언급할 필요도 없다. 바로 곁에 있는 행복을 두고 우리는 너무도 멀리 나간다. 죽도록 고생을 하면서 행복을 찾지만, 그 행복은 늘 앞에만 있다. 다가가도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 절대 좁혀지지 않는 거리. 그것은 바로 외부에서 찾는 행복이다.

 

이 거리를 단 한번에 없애는 방법, 그것은 바로 자신의 마음을 보는 것이다.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다. 마음은 술 취한 코끼리처럼 어디로 갈지, 어떻게 행동할지 모르지 않는다. 우리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때 마음은 술 취한 코끼리가 아니다. 우리가 마음을 들여다 보지 않기 때문에 우리 마음은 마치 술 취한 코끼리처럼 움직이는 것이다.

 

아잔 브라흐마라는 서양 출신 승려가 쓴 마음에 관한 책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것이 바로 마음이라고 한다. 이 마음을 알면 행복을 찾으려 헤매지 않아도 된다. 행복은 바로 마음에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행복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말을 뒤집으면 마음은 불행도, 고통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주 커다란 크기를 측정할 수 없는 마음에서 불행과 행복을 찾으면 어떤 것이 더 많을까? 아마도 행복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런데 불행과 행복 중에 어느 것이 더 눈에 뜨일까? 그것은 불행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행복을 찾는 노력을 한다. 이미 자신은 행복한데 행복한 줄 모르고 행복을 찾는 것이다.

 

브라흐마는 이 책에서 이런 현상을 이렇게 말한다. 담을 쌓을 때 천 개의 벽돌을 썼다고 하자. 그 중에 998개의 벽돌은 아주 잘 쌓였다. 그런데 달랑 두 개의 벽돌이 좀 어긋나 있다. 자, 이 담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가? 담은 멋있는 담일까? 망가진 담일까?

 

우리는 두 개에 주목해야 하는가, 아니면 998개의 다른 벽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가? 마음이라는 넓은 곳에 있는 수많은 것들 중에 왜 아주 작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불행에 더 관심을 가지고 살아간단 말인가. 오히려 더 많은 행복에 관심을 가지고 행복하게 지내면 되는 것 아닌가.

 

그것이 브라흐마가 하고 싶은 말이다. 우리 마음에 있는 수많은 행복들에 주목하자. 이 행복들에 주목한다는 것은 욕심의 자유가 아니라 욕심으로부터의 자유를 얻는다는 것이다.

 

욕심의 자유는 자신의 욕심을 채울 자유를 의미하고, 욕심을 채운다는 것은 늘 결핍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내 삶에서 결핍에 주목하면서 그것을 어떻게든 채우려고 하면 나는 늘 불행할 수밖에 없다.

 

욕망은 밑 빠진 독과 같아서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채우려고 하면 할수록 진만 빠지고 절망에 빠지기만 한다. 그러니 욕망의 자유는 곧 불행으로 가는 자유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선택해서 가는 불행에의 자유.

 

욕망으로부터의 자유는 욕망을 없애는 것이다. 욕망을 없앤다는 것은 결핍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핍이 없겠느냐마는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 마음 속에 있는 다른 행복들에 눈이 가기 시작한다.

 

내가 지니고 있는 행복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그것들로 인해 더 행복해질 수 있는데... 이 때 행복은 마치 화수분처럼 써도 써도 고갈되지 않는다. 그러니 욕망의 자유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고, 욕망으로부터의 자유는 화수분을 얻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너무도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하지 않았나, 문득 문득 내 삶에 대해서 불만이 이는 것은 결핍을 느끼기 때문인데, 이는 아직도 욕망의 자유를 버리지 못해서, 욕망으로부터의 자유를 얻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욕망의 자유에서 욕망으로부터의 자유로 나아가는데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하겠지만, 적어도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일에서부터 시작해야겠다. 사실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미루기만 하고 실천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나오는 이 구절이 마음에 와 닿았다. 물론 다른 구절들도 다들 절절하게 마음에 와 닿았지만...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갈수록 덜 자주 실수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255쪽)

 

실수를 덜하기 위해서는 실수를 인정해야 한다. 아, 내가 잘못했네 하고 인정하는 순간, 실수는 불행에서 행복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가 된다. 젊은 시절에는 실수한 줄도 모르고 지낸다. 그래서 실수를 해도 아니라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고칠 수 있는 사람이 더 빨리 행복에 다가갈 수 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실수를 줄인다는 의미도 있지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그것을 인정한다는 의미도 있다. 내가 한 실수들을 깨닫는 순간 다음에는 그런 실수를 거의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가 자주 하는 실수는 무엇일까?

 

이 책에는 세 가지 질문이 나온다. 옛이야기를 빌려 말하고 있는데...

 

1.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지금 이 순간.

2.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당신과 함께 있는 사람.

3.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보살핌과 배려. (169쪽)

 

너무도 당연해서 당연하게 잊고 지내는 일들이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 바로 곁에 있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은가. 그저 편하다는 또는 가깝다는 아니면 바쁘다는 이유로 이 세 가지를 실천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안 된다. 그러면서 행복해지기는 힘들다.

 

이 세 가지와 함께 하는 것은 행복과 함께 하는 것이다. 여기에 나와 함께 하지만 늘 나와 함께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네 사람의 아내를 들어 설명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을 추구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내용인데...

 

죽음까지도 함께 하는 아내는 첫 번째 아내였다. 그렇다면 아내의 이름은 무엇인가?

 

이 첫 번째 아내는 '카르마(업)'이다. 두 번째 아내는 '가족'이고, 세 번째 아내는 '재산'이다. 그리고 마지막의 네 번째 아내는 '명성'이다. (293쪽)

 

행복한 삶을 살고 싶어하는 사람, 죽음에 이르러서도 웃을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추구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네 아내를 통해 생각하게 해주고 있는데... 그가 우리에게 들려준 이야기를 통해서 욕망의 자유에서 욕망으로부터의 자유로 왜 가야 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단지 알게 되는 데서 멈추면 안 된다. 그렇게 살아야 한다. 그게 브라흐마가 이 책을 쓴 이유일 것이다.

 

뱀발

 

이 책에는 아주 재미 있는 제안이 있다. 202쪽에 말에 세금을 매기자는 제안. 직접 책을 읽어보라.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지금 국회를 보면 더더욱.

 

또 이 책에는 우리나라 학생들과 비슷한 브라흐마가 겪었던 일화가 있다. 슬픈, 이렇게 하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는... 입시를 위해 공부 외에 다른 것은 뒤로 미뤄두어야 하는. 그렇게 행복을 계속 남겨두기만 하는 삶에 대해. (221-224쪽에 잘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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