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로봇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우리교육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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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아시모프는 과학소설로 유명한 작가다. 그의 상상력이 발휘된 작품들이 영화로도 만들어져 우리에게 많이 다가왔는데...

 

이 소설 [아이, 로봇]은 로봇소설의 고전이라 불릴 만한 작품이다. 아주 오래 전에, 1940년대에 쓰인 작품이니 얼마나 오래 된 작품인가. 그때는 컴퓨터가 원시적인 형태를 띠고 있던 시대였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지금 시대에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하여, 또 알파고가 바둑에서 이세돌을 이기고, 지금은 인간들이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을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시대가 되어버린 이 시대에도 이 소설은 여전히 유효하다.

 

왜냐하면 생각할거리를 많이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총 8대(단위를 나타내는 말을 고르기가 힘들다. 기계를 나타내는 '대'라는 말을 쓰기도 그렇고, 사람을 지칭하는 '명'이라는 말을 쓰기도 그렇기 때문이다)의 로봇이 등장하는데, 이 책의 순서대로 읽으면 로봇의 발달 순서를 알 수 있게 짜여져 있다.

 

우선 이 소설에서는 유명한 로봇 3원칙이 나온다. 로봇들이 거부할 수 없는 원칙 세 가지. 이것들이 지켜져야 인간들이 기계에 종속당하지 않을 수 있는데, 과연 그럴까? 이 3원칙이 잘 지켜져도 인간들이 기계에 종속당하는 일은 생기게 된다. 그것은 이 소설을 읽다보면 웃으면서도 무언가 섬뜩함을 느끼게 되는 데서 알게 된다.

 

우선 로봇 3원칙을 보자.

 

제1원칙 :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그리고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 척해서도 안 된다.

 

제2원칙 : 제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제3원칙 : 제1원칙과 제2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로봇 자신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이것들이 어떻게 로봇에게 위험이 되는지, 또 인간들이 이 3원칙으로 인해 늘 로봇을 잘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이 3원칙으로 인해 로봇에게 이용당하고 속기도 하는지가 소설 속 로봇의 이야기로 잘 나타나고 있다. 그러니 산업혁명 시대에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을 했던 사람들과 같이 로봇을 거부하는 '인간을 위한 사회' 회원들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이 소설집 마지막에는 이 3원칙에 더해서 하나의 원칙이 더해져야 함을 알려주고 있는데, 그것을 역자 후기에서 아시모프가 나중에 0원칙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0원칙은 '로봇은 인류가 위험에 처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개별 인간에게 해가 되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인류가 위험에 처하는 경우가 생기게 되니 말이다. 환경 파괴와 같은 경우.

 

처음 '로비'라는 로봇이야기는 감동적이다. 사람과 로봇이 이렇게 서로를 위하면서 지낼 수 있을 거라는 것에 흐뭇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런 로봇만 존재한다면, 인간들이 굳이 인간보다 힘도 세고, 빠르고, 판단도 좋은 로봇을 거부할 리가 없다.

 

그러나 '스피디'라는 로봇에 가면 로봇 3원칙으로 인해 혼란에 빠진, 즉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적인, 또는 그 상황에 가장 알맞는 행동을 하지 못하는 로봇이 나온다. 인간의 자율성과 로봇의 자율성이 차이나는 간격인데, 이 간격은 곧 메워지게 된다.

 

생각하는 로봇이 나오고, 이 로봇이 자신보다 훨씬 열등한 존재로 인간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큐티'라는 로봇인데, 이 로봇은 자신의 추론을 활용하여 신을 만들어내고, 자신은 예언자가 된다. 마치 우리 인간들의 모습을 로봇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생각하는 로봇에 이어서 대장 노릇을 하는 로봇(데이브)도 나오고, 이번에는 거짓말하는 로봇(허비)도 나온다. 그런데 로봇이 거짓말 하는 이유는 너무도 명확하다. 인간에게 해를 끼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인간들이 원하는 대답을 해줄 수밖에.

 

거짓말을 한다는 것, 인간을 위해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하지만, 그것이 극한으로 가면 자존심이 강한, 즉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것을 견디지 못하는 로봇(네스터 10호)도 나온다. 인간과 무엇이 다른가.

 

여기에 지금의 인공지능과 같은 로봇이 나온다. 모든 것을 계산하고 심지어 우주선까지 만들어내고 원격조정하는 로봇(브레인). 지금 우리가 꿈꾸는 인공지능 시대를 소설은 이렇게 앞서서 구현하고 있다.

 

이미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은 로봇 다음에 올 로봇은 무엇인가? 바로 인간인 로봇이다. 인간과 구별할 수 없는, 그러나 인간보다 더 깔끔하게 인간 사회에 적응하는 로봇(바이어리)이다. 시장이 되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로봇까지 나오니... 어찌 이 소설을 과거의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지금 우리가 상상하고 또 현실로 만들어내는 로봇이 많이 나오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 로봇들로 인해 일어날 문제점도 선취하고 있다. 덕분에 우리는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인간을 위한 사회' 회원은 아닐지라도 우리가 인공지능에 대해 연구하는 이유는 바로 인간을 위한 사회를 위해서 아닌가.

 

그러므로 이 소설에 나오는 문제점들에 대해 깊이있게 고민해 봐야 한다. 너무 무서운 상상을 할 필요는 없지만, 또 인공지능 시대를 무작정 거부해서도 안 되지만, 적어도 발생할 위험에 대해서는 수많은 토론을 거쳐야 한다. 그런 토론 주제로 이 소설은 유용하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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