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너무 몰랐다 - 해방, 제주4.3과 여순민중항쟁
김용옥 지음 / 통나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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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끝부분에 가면 이런 제목의 단락이 있다. '여순민중항쟁의 여파: 강고한 우익반공체제'라고 하는 글에서 제목과 같은 빨간색으로 우리는 너무 몰랐다. 우리는 너무 조용했다(305쪽)는 문장이 있다. 이 책의 제목이 된 문장이기도 하다.


무엇을 몰랐다는 것인가? 바로 지금 광화문 광장을 점거하고 있는 태극기 부대들이 태극기와 더불어 성조기를 들고 법을 어기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보수는 법을 지키려 하고, 진보는 법을 바꾸려 하는데, 우리나라 보수들은 법이고 뭐고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한다. 보수가 지닌 의미를 알려고도 하지 않는 그들이야말로 수구 꼴통에 불과하다) 이들의 연원이 바로 4.3과 여순민중항쟁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가? 우선 용어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한다. 4.3사건이 아니라, 여순반란사건이 아니라 민중항쟁이라고... 남로당의 지시에 따라 일으킨 사건들이 아니라 민중들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서 항쟁한 일이라고.

 

이렇게 용어부터 바로잡고 또 역사에 제 자리를 차지하게 해주어야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고. 적어도 태극기부대들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알고, 그들의 행동이 왜 잘못된 행동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여순민중항쟁을 이야기하기 위해서 먼 과거부터 시작한다. 고려시대 금속활자, 팔만대장경 등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부터... 엄청난 문화 대국, 제후의 나라가 아니라 황제의 나라였던 고려에 대해서 우리는 너무도 축소하고 있던 것 아닌가 하는. 조선시대에 들어와 사대로 인해 우리나라 역사를 왜곡, 축소했다는 주장. 이런 왜곡이나 축소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으니,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우리 역사에 대한 재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도올은 많은 자료들을 가지고 주장을 펼쳐나간다. 여기에 새로운 사실들이 추가된다. 여수가 받아왔던 차별에 대해서 도올은 우리에게 정확히 알려준다. 순천에 복속되었다가 독립된 현으로 다시 복원됐다가 강등되는 일들을 역사적으로 계속 겪었다는 것.

 

순천부사가 전라좌수사보다 직급은 아래지만 문관 우대 정책에 의해 웬만한 전라좌수사들은 순천 부사에게 큰소리를 칠 수 없었다는 것. 여수 백성들은 그래서 순천부사에게도 착취당하고 군역은 전라좌수영에서 치르는 등 이중의 고역을 겪었다는 것. 이런 여수 사람들에게 자신감을 심어 준 것이 이순신이었고.

 

제주도가 겪어왔던 차별에 대해서도, 그리고 제주도가 하나의 도가 아니라 해상을 주름잡던 나라였다는 주장을 하면서, 유교 논리에 충실했던 관리들이 제주도 토착신앙을 어떻게 파괴했는지, 또 천주교가 이들과 결탁해 제주도에서 어떤 패악을 저질렀는지를 자료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여수는 해방이 되고서도 제주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고, 이들이 4.3을 진압하라는 명령을 거부한 것은 당시 민중들이 지니는 당연한 의식이었다는 것. 단정, 분단 반대가 남로당의 지시가 아니라 민중들의 기본적인 입장이었다는 것.

 

그래서 4.3도 여순도 모두 민중항쟁이 되어야 한다는 것. 다만 4.3은 어느 정도 나라에서 진상도 밝히고 보상도 해주려고 하고 있지만 여순민중항쟁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란이라는 인식이 많다는 것. 결코 반란이 아니라 부당한 명령에 대한 거부이며, 이것은 민중들의 항쟁이었음을 이 책을 통해 밝혀주고 있다. 그럼에도 여순민중항쟁은 여전히 알려져 있지 않다.

 

그 안타까움을 도올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제현들은, 삶의 가치를 추구하는 지사라고 한다면 단 10권이라도 사서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사상이 아니라 운동이다. 이 책은 역사서술이 아니라 우리 의식에 던져지는 방할이다. 가치를 추구하는 자라면 이 책을 읽은 후 얻는 깨달음을 만세 만민에게 전해야 할 것이다. (272쪽)

 

얼마나 절실했으면 이런 말을 책에서 대놓고 할까. 하긴 이것이 도올 글쓰기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직설적인 말하기, 잘남을 절대로 감추지 않고 드러내기. 자신있게 말하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신탁통치에 대한 글이다. 지금은 신탁통치 반대가 나라를 위하는 길이 아니었음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대로 도올처럼 이렇게 주장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신탁통치 반대를 한 쪽이 우익이었고, 지금 우리나라에서 우세를 점하고 있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여담으로 신탁통치에 대해 최초로 왜곡 보도를 한 것이 동아일보라고 한다. 어째 지금의 조중동이 심심찮게 왜곡 기사, 편협한 기사를 쓰는데, 그 원천이 해방 직후에 있었음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가 없다. 그러니 이런 거대 언론사가 시작한 신탁통치에 대한 왜곡을 지금도 우리는 명확하게, 강하게 비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도올은 그럼에도 좋은 놈, 나쁜 놈으로 명확히 갈라서 말한다. 여러 쪽에 걸쳐 신탁통치 문제가 다루어지고 있지만, 그것을 표로 정리한 것이 179쪽에 있다.

 

이런 주장을 대놓고 한다. 용감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진실이 너무도 많이 가려져 있었기 때문에 태극기부대들이 아직도 준동하고 있다는 주장이기도 하고.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여순민중항쟁을 바라보는 시각이라는 것이다. 민중항쟁임에도 반란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 현실에 그는 개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여순은 진행 중이고, 그곳 사람들은 공포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그들이 굴레에서 벗어나야 우리나라도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직설적인 글쓰기다. 그리고 몰라도 너무 몰랐음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철학자로 시작해서 이제는 한국현대사를 연구하는 사람으로 자리를 잡은 그의 글쓰기는 우리나라 역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해준다.

 

사건이 아니라 민중항쟁임을, 그렇게 민중항쟁으로 바르게 자리매김을 해야 우리 역사가 바로 섬을. 그것이 진정한 평화, 통일로 나아가는 길임을 생각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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