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6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지음, 곽광수 옮김 / 민음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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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 이어 2권을 시작한다. 이제는 황제의 죽음까지다. 그런 생애를 요약할 필요는 없다. 이상하게 이 작품은 소설인데, 읽으면 읽을수록 소설이 아니라 진짜 회고록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마 어떤 작가는 우연히 서점에서 이런 책을 발견했다고 하면서 이 책을 시작할지도 모르겠다. 유르스나르는 '친애하는 마르쿠스'로 시작한다. 양자로 맺어진 친족 관계로 따지면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하드리아누스에게 손자뻘이 된다. 우리나라 말로 하면 세손이 되는 셈이다.

 

이렇게 시작하니, 이 작품을 소설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읽으면 역사적 사료로 착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르스나르는 이렇게 말하면서 이 작품이 소설임을 강조한다.

 

'역사소설을 별도의 범주에 넣는 사람들은, 소설가가 하는 일이란 역사와 같은 자료로 짜여진 상당수의 과거사들과 추억들 - 의식적인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개인적인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을 자기 시대의 방식의 도움으로 해석하는 것일 뿐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 (254-2555쪽)

 

그러니 이 작품은 소설이다. 사실이 아니다. 그런데 아니 사실이다. 작가가 얼마나 많은 역사적 자료들을 참조했겠는가.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 9권'을 먼저 읽었으면 이 소설을 읽으면서 시오노 나나미가 이 책을 얼마나 참조했는지 잘 알게 된다. 아니, 그들은 어쩌면 같은 사료들을 가지고 작업을 했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시오노 나나미는 이 책을 참조할 수도 있었느니, 유르스나르보다 더 많은 자료를 이용할 수 있는 행운이 있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시오노 나나미는 역사책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썼고, 유르스나르는 소설이라는, 자신은 문학 활동을 한다는 생각으로 이 작품을 썼으니, 이 작품이 시오노 나나미의 작품보다 표현이 더 풍부하다고 할 수 있다.

 

2권에서는 안티노오스라는 젊은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것도 상당한 분량을 차지한다. 자기 부인인 사비나에 대한 이야기가 아주 적게 나오고, 오히려 어머니 뻘인 플로티나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니, 하드리아누스에게 영향을 준 여인은 트라야누스의 부인인 플로티나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런 그에게 부인인 사비나보다는 자신이 마음을 줄 수 있는 대상이 필요하다. 그런 대상으로 곁에 다가온 젊은이가 안티노오스. 하드리아누스는 그를 만나고 곁에 두지만 그는 20세라는 나이로 세상을 떠난다. 죽음으로 안티노오스는 영원한 젊음으로 하드리아누스에게 남았다는 사실.

 

누군가에게 기억할 만한 인물이 있기 마련인데, 하드리아누스에게는 안티노오스라는 젊은이가 그런 인물이었다는 것. 그렇다고 그에게 푹 빠져 다른 일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는 자신의 일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티노오스 이야기와 유대 반란 이야기, 예루살렘에 살던 유대인들을 쫓아내는 황제, 팔레스타인이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는 황제가 바로 하드리아누스이고, 자신의 몸이 좋아지지 않자 후계자를 선정하는 작업을 하는 황제의 모습.

 

이 과정에서 그는 인간 사회가 어떻게 변해갈지 모른다는 생각을 내비친다. 아마도 작가인 유르스나르의 생각이겠지만... 이 문장들은 여러 생각할거리를 제공한다.

 

'인간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우리들의 연약한 노력은 우리들의 후계자들에 의해 산만하게 계승될 뿐일 것이다. 반대로 선(善) 자체 내부에 포함되어 있는 과오와 멸망의 씨앗은 제(諸) 세기를 거치면서 엄청나게 자라날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싫증난 세계는 다른 주인들을 찾게 될지도 모르고, 우리에게 현명하게 보였던 것이 신통치 않은 것으로, 아름답게 보였던 것이 추악한 것으로 보이게 될지도 모른다.' (154쪽)

 

신중하게 고른 후계자가 일찍 죽어버리고, 결국 다시 후계 작업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 여기에 후계의 후계까지 고려해 안토니누스를 양자로 받아들이고, 그에게 아우렐리우스를 양자로 받아들에게 하는 과정이 서술되어 있다.

 

자식을 낳지 못해서 양자를 들여 후계자에게 넘겨줄 수밖에 없지만, 어쩌면 이것은 로마의 발전을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핏줄에 의해 황제 지위를 계승하는 것이 그다지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자식이 없는 것에 대해서 아쉬워 하지 않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 죽음에 이르기까지, 죽음에 대면해서 그가 견뎌내는 장면이 이 작품의 마지막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렇게 로마 시대 오현제라 불리는 황제들 중 세번째 황제인 하드리아누스의 이야기는 끝난다.

 

이처럼 회고록이라는 제목을 지닌 이 소설을 통해 로마 오현제 시대의 정점에 있던 하드리아누스 황제에게 다가갈 수 있다. 이 소설이 지닌 장점이 바로 이것이다. 작가는 이 책 후반부에 창작 노트를 실어두고 있다. 이 작품을 쓸 때 견지했다는 규칙.

 

'이 작품을 쓰는 데 있어서의 규칙: 관계되는 일체의 것을 연구하고 읽고 조사할 것. (256쪽)

 

이밖에 창작 노트에서 몇 가지를 인용한다.

 

만약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세계 평화를 유지하지 못하고 제국의 경제를 개혁하지 못했다면, 그의 개인적인, 행복하고 불행했던 일들은 나에게 덜 흥미로울 것이다. (260-261쪽)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회상록'보다는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일기'가 더 좋았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행동적인 사람이 일기를 쓰는 것은 드문 일이라는 것을 잊고 있는 것이다. 행동적인 사람은 거의 언제나 나중에, 행동을 잃어버리게 된 시기의 끝에 와서야 옛날 일들을 회상하고 적고 또 대개의 경우 놀라는 것이다. (267쪽)

 

나는 내가 한 위인의 생애를 쓰고 있다는 것을 재빨리 깨달았다. 그 때문에 나는 진실을 더욱 존중했고, 더욱 조심스러웠으며, 나 쪽에서의 개입을 더욱 삼갔다. (2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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