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어김없이 봄을 맞이했는데... 겨우내 잠들어 있던 싹들이 활짝 활짝 꽃피우고 있는데...
삶은 여전히 겨울이다. 게다가 불이 또 우리를 괴롭히는데... 인재는 막을 수 있고 책임도 물을 수 있지만 천재는 어떡하겠는가? 하지만 천재 라고 해서 손을 놓고 있을 수만도 없는 일.
자연이 우리에게 경고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너희들 이대로 살면 나도 너희도 모두 살기 힘들어진다고.
삶창을 읽으며 세상을 읽게 되는데... 이번 호를 읽으며 도대체 세상에 언제 봄이 오나 하는 생각을 한다.
'창을 열며'에서 짙은 피로감같은 것을 느끼게 되는데... 중간 부분에 이런 말이 있다.
경제를 살린다는 핑계 때문인지 아니면 현 정권이 정말 '촛불'의 계승 세력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이에 대해(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이야기한다) 정당이 되었건 학자가 되었건, 노동조합이 되었건 이명박에게 그렇게 저항했던 문학인들이 되었건 대부분 꿀먹은 벙어리다. 이런 기현상은 현 정권 기간 동안 다시 한번, 그러나 방향은 다르게, 정신적 퇴행을 불러올 것임은 자명하다고 할 수 있다. 경제를 살린다는 미명하에 개시되는 저 미증유의 파괴 사업은 이미 제주도에서 시작된 지 오래되었다. 강정 해군기지에 이어 서귀포시 성산읍에 제2공항을 만드는 문제가 그렇다. (3쪽)
현 정권이 잘못하면 따끔하게 이야기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자꾸만 눈 감아 주려고 한다는 생각이 든다.
눈감아 주는 것이 능사가 아닌데... 오히려 경제성장 프레임에 갇힌 현 정권에게 다른 길이 있음을 알려주고 그 길로 가자고 해야 할텐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운 것이다.
4.3이 지나갔지만 여전히 제주도에서는 4.3이 진행 중이다. 강정이 여전하고, 영리병원이 그렇고, 제주2공항 건설이 그렇다. 자꾸만 자본의 논리만을 따라가려 한다.
이번 호에서 이런 제주 문제를 다루고 있다. 자본의 이익이 앞서서 마을 공동체를 어떻게 파괴하고 있는지를 알게 된다.
여기에 평화라는 명목으로 자본의 논리를 추구하는 것은 비무장지대도 마찬가지다. 천혜의 자연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아서 생겼는데, 그곳에 둘레길을 낸단다. 사람 발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면서 모르는 체 하는지, 아니면 그까짓 자연은 인간에게 희생되어도 된다고 하는지...
박병상의 글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박병상, 비무장지대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경제가 다른 무엇보다 우선될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많이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지금 제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경제를 우선하는데도 경제를 살리는 노동자들의 삶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그들이 노동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얼마나 많은 비정규직들이, 또한 정규직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지... 파인텍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으로 합의를 이루었지만 그 합의를 지켜나간다는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삶창은 그래서 지금 현실을 바로 보자고 한다. 모든 것을 좋은 쪽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칭찬할 것은 칭찬하는... 우리 모두가 삶이 보이는 창으로 세상을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