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이 어렵지 않다. 시대를 관통하는 이야기들이 시로 탄생했다. 우리가 거쳐온 시간... 결코 가볍지 않은 시간.

 

  광화문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함께 했던가. 단지 광화문에서만이겠는가. 우리나라 곳곳에서 모두들 시간을 함께 했다.

 

  시인이 이야기하는 것과는 다를 수 있겠지만, 우리가 거쳐온 그 수많은 시간들은 참으로 무겁다.

 

  우리 시간들을 통해 세상을 바꾸었다고, 세상이 변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시간들의 무게가 그냥 사람들을 누르고 있었나 보다.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을 하거나 또는 뒷걸음질 치지 않았나 싶은 요즘이다.

 

이러니 그놈이 그놈이라는 말이 나올밖에. 에고...고...

 

다른 사람들 상처를 보듬어주기는 커녕, 오히려 그 상처들을 후벼파는 말들, 행동들이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들을 배반하고 있다.

 

무거운 시간, 그 무겁디 무거운 시간을 몇몇은 아주 가볍게 흘려 보내고 있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남들이 넘겨준 그 시간을 제 이익을 위해서, 제 안위를 위해서 그냥 써버리고 마는 현실.

 

이럴 때 고광헌의 시집, [시간은 무겁다]에서 첫시, 시인이란 바로 상처를 받아내는 사람이라는 구절이 가슴에 와닿는다.

 

시인이 상처를 받아내는 사람이라면, 정치인은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을 대신해서 다른 사람들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그 상처를 치유해주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정치인은 시인의 마음을 지녀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상처를 상으로 받아야 시인이지

 

  김경미 시인 문학상 받는 날, 예쁜 축하 화분이 왔는데요, 리본에 쓰인 글이 가슴을 때립니다

 

  祝 受傷!

  상처를 상으로 받으니 축하한다는 건데요, 세상 어떤 시보다 더 시적이더라고요, 가슴속에 죽비가 떨어지데요, 시인은 세상의 모든 상처를 한 상 받아내는 운명이잖아요

 

  시인에게 상은 그저 아름다운 모욕이겠지요

 

고광헌, 시간은 무겁다. 창비. 2011년. 10쪽.

 

정치인들 역시 마찬가지다. 당리당략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시인처럼 이렇게 상처를 한 상 받아내 그것을 치유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들은 자기만의 시간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이 그들 시간에 겹쳐 있는 것이다. 제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무거운지, 4년이든, 5년이든, 그 이상이든 물리적인 시간만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것.

 

그들에게 정해져 있는 시간은 다른 사람들의 시간이 중첩되어 있는, 무겁디 무거운 시간이라는 것. 함부로 보내서는 안 되는 시간이라는 것.

 

상처를 받아내는, 그런 시간들을 보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시간의 무게를 감당하는 사람들의 자세라는 생각. 고광헌의 시집을 읽으며 든 생각이다. 

 

상처를 받아내는 사람이 시인만으로 그쳐서야 되겠는가. 우리들 모두는 누군가의 상처를 받아내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부터라도, 그렇게 살아야지, 그것이 내 시간의 무게에 값하는 삶이지 하는 생각을 한 시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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