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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4 - 율리우스 카이사르 (상) ㅣ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4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6년 3월
평점 :
로마가 패권국가가 되면서 원로원과 평민들이 갈등을 일으키는 장면이 3권이었다. '승자의 혼미'라는 제목으로, 이제는 다른 국가체제를 마련해야 할 때임을 알려주는 그런 혼란.
이 혼란에 마침표를 찍는 사람이 등장하는 것은 역사에서 당연한 일인데, 이때 로마에서는 카이사르가 이 역할을 하게 된다.
가문은 명문이지만 자신이 속한 집안은 두드러지지 않았던 집안에서 태어난 카이사르. 그의 아버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고 하고, 어머니 아우렐리아만 잘 알려져 있다. 아들을 훌륭하게 키운 어머니로서.
카이사르에 대한 평가는 이탈리아 일반 고등학교에서 쓰이고 있는 역사 교과서에 이렇게 나온다고 한다.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다음 다섯 가지다.
지성. 설득력. 지구력. 자제력. 지속적인 의지.
카이사르만이 이 모든 자질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10쪽)
이런 평가를 받는 카이사르지만 30대 이전에는 로마에서 이름을 날리지 못한다. 그는 30대까지를 힘든 상황에서 그 상황을 이겨내면서 견뎌왔던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그 상황에서 허우적거렸다는 이야기는 없다. 오히려 유쾌하게 지냈다고 추측할 수 있게 전개되고 있다.
돈이 없음에도 수많은 빚들 지고 살아가는 카이사르. 또 너무도 당당히 연애를 하는 카이사르. 사적으로는 온갖 여성들을 유혹하고 그들과 함께 지내지만 공적으로는 엄격함을 유지했다는 카이사르. 무엇보다도 그 많은 여성들과 교제했음에도 누구 하나 카이사르를 미워하거나 비난하지 않았다는 것. 그에게는 인간적인 매력도 있는 것이다.
이런 생활을 거치면서 그는 차근차근 준비했는지도 모른다.어쩌면 현재 정국을 개편하기 위해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이 필요한지를 이때부터 준비했다고 보는 편이 좋겠다. 정권을 잡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행운에 맡겨서도 안 되고, 또 기회만 기다려서도 안 된다.
착실히 준비하면서 자신이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는 과감하게 실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개혁을 할 수 있다. 이 점을 카이사르가 보여주고 있다. 그 준비성, 치밀함, 과단성, 집행력 등등.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행했던 사람, 카이사르. 그런 그에게도 자신이 꿈을 펼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으니...
4권은 카이사르의 유년시절부터 루비콘 강을 건너는 장면까지 이어진다. 40대가 되어서야 이제 자신의 이름을 드날리는 카이사르.
갈리아 전쟁을 통해서 장군으로서의 능력을 보여주며, 그런 전쟁에 대한 기록을 함으로써 문필가로서의 모습도 보여주는 카이사르. 부하 장병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알며, 전쟁에서 지휘관이 어떠해야 하는지도 몸소 보여주는, 또한 작은 것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는 너무도 치밀하게 준비하고 실행하는 카이사르.
그러니 그에게는 지성과 설득력, 지구력, 자제력과 지속적인 의지가 갖춰진 거의 유일한 인물이라는 평이 어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4권에 나와 있는 카이사르의 모습은 황제가 되기 위한 카이사르가 아니라 평민들이 처지에 서서, 원로원 체제로는 로마의 본질을 지킬 수 없다고 생각한 평민파로서의 카이사르다. 그를 평민과는 정반대 입장에 서서 정치를 했다고 여기기 쉬운데, 그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4권이다.
사회 개혁을 꿈꾸는 사람들, 카이사르에게서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4권이었다. 이제 5권에서는 루비콘 강을 건넌 카이사르의 이야기가 전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