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이웃 - 박완서 짧은 소설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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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오래 전에 쓴 소설이라고 한다. 작가는 70년대에 쓴 소설이라고 한다. 짧은 소설, 콩(꽁)트라고 하는 이 소설들은 박완서 작가가 문단에 나오고 나서 10년 안에 쓴 것들이라고 한다.

 

작가가 왕성하게 쓰던 짧은 소설을 쓰지 않게 된 이유가 이 소설집에 나오는 많은 사람들처럼 따스하게 마음을 적신다.

 

높은 원고료에 매료되어 어떤 화장품 회사 사보에는 콩트를 연재까지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바로 그 높은 원고료 때문에 콩트 쓰기에 회의를 갖게 됐습니다. 작가로서 자기 세계도 확립하기 전에 돈맛부터 알게 된 자신에 싫증이 나면서 편식하던 단 음식을 끊듯이 단호하게 안 쓰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사보의 높은 원고료가 작가에게 꽤 괜찮은 부업거리를 제공해주는 것은 나쁠 것도 없지만 그렇다면 더욱 그런 일거리는 원고료만으로 생활해야 하는 전업작가에게 돌아가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때만 해도 나는 주부 일과 글쓰기를 같이하고 있는 겸업 작가였으니까요. 그런 사정이었을 뿐 조금이라도 콩트라는 현식을 폄하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9쪽)

 

이런 자세를 지닌 작가였다. 박완서는. 그래서 이 작품집을 90년대에 내면서도 내용을 고치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 20여 년이 흘렀다고 사람 사는 모습은 많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작가가 자신의 소설이 시대에 뒤쳐지지 않았다는 자부심을 지니고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다시 2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이 작품들은 옛날 글을 읽는다는 느낌을 많이 주지는 않는다. 물론 사회가 많이 변해서 지금 시대와는 맞지 않는 내용도 있지만, 그런 작품들은 오히려 우리가 지내온 시대를 알아가는데 더 도움이 된다.

 

이 소설집에서 올드 미스라는 말이 나오는데, 주로 20대 후반의 여성을 이야기한다. 이들이 30이 되기 전에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지금은 30이 되어야지만 결혼을 생각할 수 있게 많은 것이 변했지만, 결혼을 앞두고 고민하는 내용들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여기에 아직 끝나지 않은 음모1,2,3편을 읽다 보면, 특히 3편을 읽다보면 직장에서 남녀 평등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차별받고 있는 여성들의 모습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아파트가 막 들어설 때 우리 사회의 모습을, 아파트를 선망하는 젊은 세대들과 아파트에서는 죽어도 살지 못하겠다는 나이 든 사람들의 갈등, 또 이웃과 단절된 아파트 생활들이 나와 있어, 이제는 대세가 된 아파트 생활에 대해서 예전에는 어떤 생각이었는지, 지금 우리의 아파트 생활은 과거와 얼마나 다른지를 비교하면서 읽을 수 있다.

 

그렇게 아주 오래 전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들이 지금을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또 콩트라는 소설 형식의 특성상 생각 못했던 반전이 일어나는 재미도 느낄 수 있고.

 

그런 반전의 맛도 있고, 또 따스하게 전해주는 사람 사는 모습들이 읽으면서 미소를 짓게 한다. 특히 마지막에 실린 작품, 제목이 되기도 한 이 작품,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정말 따스하다. 사람을 대할 때 이렇게 따스한 마음을 지니고, 또 그렇게 서로 만난다면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

 

박완서의 짧은 소설들을 읽으며 읽는 내내 마음이 포근해지고 따스한 기운이 온몸으로 퍼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좋다. 이렇게 마음을 데워주는 소설들... 이게 콩트구나 싶은 그런 작품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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