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 즐거움. 시를 읽는 곤혹스러움. 도대체 시가 무얼까? 언어로 표현했으나 언어를 넘어서고자 하는 것. 눈으로 보이게 표현했으나 눈으로 볼 수 없는 것. 말을 넘어선 말, 언어를 초월한 언어. 도대체 시란 무엇인가? 왜 시를 읽는가?

 

  여기에 대한 답을 찾는 것도 의미가 없다. 그냥 읽을 뿐이다. 읽고 논리로 이해할 수 있으면 이해하고, 논리로 이해할 수 없으면 그냥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된다.

 

  궁리하기보다는 그냥 실천하는 것. 행하는 것. 읽고 느끼고 받아들이고 거부하고 하는 모든 행위들이 시를 읽는 것이다.

 

이렇게 현대문학상처럼 한 해 동안 문예지에 발표한 시들 중에서 수상작을 골라 실었을 때는 더 그렇다. 예심과 본심을 거쳐 수상작을 결정한다는데, 뒤에 심사평을 보면 이 수상시집은 예심 때 두 명의 시인이, 본심 때도 두 명의 시인이 서로 의견을 나눠 결정했다고 한다.

 

너무도 다양한 시들, 다양한 경향들, 다양한 경험과 연령 대의 시인들과 시들 중에서 각자 개성이 다른 시인들이 다양한 시인과 시들을 선정했을 테고, 그 시들 가운데 한 시를 결정하는 어려움을 겪었겠다.

 

그럼에도 수상시집에는 수상작이 있어야 하니, 이들은 고심 끝에 시를 골랐겠지. 그 시가 한 해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면서. 거기에 합당한 해설을 곁들이면서. 그렇게. 그 수상시집을 읽는 사람들은 때로는 선정위원들 말에 공감하고, 때로는 반대를 하면서 읽겠지. 나 역시 그랬으면 하지만, 해마다 발표되는 수상시집을 사지는 않고 간혹 헌책방에서 마주치면 사고 마니.

 

좀 늦게 한 해를 대표(?적어도 선정위원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뽑겠지)하는 시를 읽지는 못하고, 나중에 읽게 되는 늑장을 부리게 된다.

 

그것이 좋다. 시류와 시는 잘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 시대를 대변하는 시가 있고, 그 시대를 어루만져주는 시가 있다. 이 시집이 '2017 현대문학상수상시집'이니 주로 2015년도에 발표된 시들이 주를 이룰 것이다.

 

이 시집이 출간된 날짜를 보니2016년 12월이다. 예심 선정위원인 김경후가 시집 귀에 쓴 심사평에 의하면 '작년 한 해 동안 문예지에 발표된 시들을...'이라고 했으니, 수록된 시들은 2015년에 발표된 시들이다.

 

그래서 이 시집에 '세월호'를 생각하게 하는 시들이 많다.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또 국정 농단이 구체적으로 밝혀지기 바로 직전, 폭풍 전야의 그런 분위기를 다룬 시들. 대표적인 것이 최정례 '안내 말씀'이다. 너무도 직설적으로 그 당시 상황을 재현하고 있는 그런 시.

 

그렇게 그 시기를 표현하는 시들이 있음에, 시의적절하게 읽을 필요도 있겠지만, 지금처럼 조금 시간이 지난 다음에 읽어도 무방하다는 생각을 한다.

 

다 떠나서, 시는 세월의 힘을 이겨내야 한다. 그렇게 이겨낸 시들이 좋은 시로 우리 곁에 머물 수 있게 된다. 시집을 읽다가 그런 시를 만나면 좋다.

 

좋은지 좋지 않은지를 떠나 마음에 머무르는 시도 있다. 이번 시집에서는 수상작이 된 '휴일'이다. 우리에게 과연 휴일이 왔을까? 휴일은 여전히 오고 있는 중. 우리에게 기대만을 주고 있는 중. 그래서 더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는 중이 아닐까.

 

휴일,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날. 우리는 그런 날을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닐까? 촛불을 든 이유도 그것일텐데...

 

내가 춤출 수 없다면 그건 혁명이 아니라고, 우리가 휴일을 맞이할 수 없다면 그건 촛불을 든 것이 아닐텐데... 여전히 휴일은 오고 있는 중이다. 그런 생각을 하게 한 시다.

 

휴일

 

  휴일이 오면 가자고 했다.

 

  휴일은 오고 있었다. 휴일이 오는 동안 너는 오고 있지 않았다. 네가 오고 있지 않다는 것을 어떻게 아는지 모르는 채로 오고 있는 휴일과 오고 있지 않는 너 사이로

 

  풀이 자랐다. 풀이 자라는 걸 알려면 풀을 안 보면 된다. 다음 날엔 바람이 불었다. 풀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알게 된다. 내가 알게 된 것을

 

  모르지 않는 네가

 

  왔다가 갔다는 걸 이해하기 위해 태양은 구름 사이로 숨지 않았고 더운 날이 계속되었다. 휴일이 오는 동안

 

2017 현대문학상수상시집. 현대문학. 2016년. 임승유, 휴일. 15쪽.

 

왜 이 시가, 서로 어울리지 않는 대상들이 섞여 있는 이 시가 마음에 와 닿는지, 논리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 시에서 2014년을 떠올리기도 하는데...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여전히 휴일이 오지 않았다는, 너와 나는 휴일을 함께 하지 못한다는 그런 상태. 그렇게 우리에게 휴일은 계속 오고 있는 중이기만 하다는, 그런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편치 않은, 그런 시.

 

하지만 휴일은 오겠지. 온다. 와야 한다. 오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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