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괴물을 말해요 - 대중문화로 읽는 지금 여기 괴물의 표정들
이유리.정예은 지음 / 제철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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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라고 불리는 존재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다. 잘 모르는 존재에 대해서 두려움을 지니고 그것을 우리와 분리하기 위해 '괴물'이라고 부른다.

 

'괴물'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그 존재는 배척해야 하는, 제거해야 하는 존재가 된다. 이미 우리와 하나가 될 수 없는, 함께 할 수 없는 존재, 그 존재가 '괴물'이다. 그래서 '괴물'은 퇴치되어야 한다.

 

그러나 '괴물'은 언제라도 다시 나올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성과 합리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 인식이 도달하기 힘든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때마다 '괴물'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온다. 형태를 달리 해서.

 

이 책은 대중문화에서 만날 수 있는 '괴물'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처음에는 우리 눈에 보이는 '괴물'을 이야기한다. 뱀파이어, 좀비로 시작한다. 우리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존재. 그러나 이들은 우리와 다른 존재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두려워 한다. 어쩌면 우리 안에 있는 죽음이나 영생의 문제를 '괴물'의 모습을 통해 투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가다가 색다른 괴물이 나온다. 이를 괴물이라고 지칭하는 것이 우습지만,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들이 자신들의 권력에 위협이 될 때 이렇게 표현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팜므 파탈'이다. 치명적인 아름다움으로 남성을 유혹해 파멸에 이르게 하는 존재.

 

이것들은 남성중심 사회가 불러일으킨 공포라고 할 수 있다. 자신들이 여성들을 이끌어야 하는데, 반대로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자신들 욕망이 결국 파멸에 이르게 하는 길이라는 두려움. 그런 것들이 이렇게 팜므 파탈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는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이 '팜므 파탈'은 우리가 말하는 '괴물'과는 좀 다른 의미에서 접근해야 한다. 페미니즘 운동이 이런 '팜므 파탈'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많이 고쳐놓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다음에는 눈에 보이지만 이질적인 존재..  외계의 존재를 등장시킨다. 우리는 모르는 것에 대해서 두려움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외계 존재는 늘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

 

이를 '괴물'로 표현하든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로 여기든 처음에는 '괴물'로 다가오게 도니다. 우주시대를 열어가면서 더이상 두려움을 느낄 존재를 지구상에서 찾기 힘들 때 사람들은 눈을 외계로 돌린다. 광활한 우주에 우리가 아직도 모르는 존재들이 있을 것이고, 이런 존재들이 우리에게 어떻게 위협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이렇게 보이는 존재들을 이야기한 다음에 보이는 존재 뒤에 있는 더 큰, 그러나 잘 파악이 안 되는 '괴물'을 이야기한다. 바로 환경오염.

 

영화 괴물이나 '심슨'에서는 환경 파괴로 우리가 얼마나 고통을 받을 수 있는지, 그러나 환경 파괴를 일으키는 주범을 제거하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평범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권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한 발 나아가면 자기 이익을 위해 부정을 저지르는 자들의 심리,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사람들, 사이코 패스 이야기가 나온다. 이들 역시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에 '괴물'에 포함된다.

 

이런 '괴물'들은 어쩌면 국민을 위해서, 노동자들을 위해서, 또 약한 사람들을 위해서 일한다는 명분으로 오히려 그들을 힘들게 하는 권력자, 자본가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들의 생각을 일반 사람들은 도저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둘을 합치면 보통 사람들을 오히려 '괴물'로 치환함으로써 자신들의 잘못을 은폐하려는 권력의 모습이 바로 '괴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사람들은 이렇게 구조 속에 숨어 있는 '괴물'을 보지 못한다. 이는 다음 장에 나오는 드라큘라도 마찬가지다. 사람 피를 빠는 존재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드라큘라를 더 큰 구조가 된 '괴물'로 이야기한다. 바로 자본주의다. 그것도 독점자본주의. 

 

소상공인들, 중소기업 등등을 집어 삼키는 거대 기업, 재벌. 그들을 드라큘라로 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뒤에 숨어 있는 '괴물'을 찾아내고 그들과 싸우려고 하는 것, 마지막 장에 나온다.

 

사회 권력이라는 거대한 '괴물'과 맞서 싸우지만 결국 파멸해 가는 사람들 이야기. 그 사람들은 '괴물'의 배 속에서 싸우지만 결국 '괴물'의 배를 뚫고 나오지 못한다. 그렇지만 '괴물'이 움찔대게는 할 수 있다. '괴물'의 움찔거림, 그것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한둘 나오게 하는 것. 비록 대다수의 사람들은 '괴물'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괴물' 속에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하지만, 그 '괴물'에 틈을 내는 사람들은 늘 존재함을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 대중문화에서 괴물이 나오는 이유는, 분명 이 사회에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우리를 힘들게 하는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극복해야 할 그 무엇이 '괴물'로 은유되어 나타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괴물'을 인지하지 못했을 때 전혀 '괴물'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을 때 두려움,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잘 모르는 존재에 대해서는 그런 마음을 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책은 '괴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우리는 '괴물'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대처를 하기 위해서.

 

영화나 소설, 만화, 드라마에 나오는 온갖 '괴물들' 단지 상상에 불과한 존재가 아니다. 그런 '괴물'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들 삶을 찬찬히, 깊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괴물'은 우리를 비춰주는 거울일 수가 있다. 아니 거울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 점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준 책이다. 재미도 있고 다른 관점에서 괴물을 보게 하기도 하고 여러모로 읽을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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