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 개정증보판 정재승의 시네마 사이언스
정재승 지음 / 동아시아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가끔 영화를 보면서 실제로 가능한 일일까 하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미래로 가는 여행이 가능할지? 빛보다 빠른 물체를 만들 수 있다면 타임머신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지금 이 시공간에 얼마나 많은 시공간이 겹쳐져 있다는 것인지, 우주 여행이 과연 가능할까 등등 많은 의문이 일어나곤 했었다.

 

이런 일이 나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었던지, 과학자들도 영화를 보면서 과학에 대해서 생각을 하나 보다. 정재승이라고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과학자가 젊은 시절에 쓴 글을 모아놓은 책이다. 초판은 1999년에 나왔다고 하니, 지금으로부터 20년전. 이 책에 나오는 무어의 법칙에 따르면 '마이크로칩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18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347쪽)고 했는데... 지금 과학기술에 비하면 좀 오래된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 있다고 할 수는 있지만.

 

단지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만이 무어의 법칙을 따를까? 그렇지 않다는 생각. 컴퓨터와 관련된 기술 또 과학기술이 20년 전에 비하면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하지 않았나 싶다.

 

이 책에서는 스마트폰이 전세계인의 손에서 사용될 줄 몰랐을 거고, 당시 플로피 디스켓(아마 이게 무엇인지 지금 청소년들은 알지도 못할 것이다)이 쓰이던 당시에 그것보다 크기는 작지만 엄청난 양을 저장할 수 있는 이동식저장장치(USB)가 쓰이고 있는 지금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니...

 

심지어는 화성에서 생활하는 영화(마션)까지 나왔으니 지금 읽으면 조금 시대에 뒤떨어진 감을 주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에 나오는 과학에 대한 탐구를 막지는 못한다.

 

오히려 지금과 비교하면서 읽을 수 있어서 더 좋을 수도 있다. 중국은 달의 뒷면을 촬영하여 보내주고 있기도 하니, 과학기술의 발달 역시 무어의 법칙을 따른다고 할 수 있다.

 

조금 오래 되었더라도 이 책은 영화에 나오는 과학적 사실들에 대해서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다. 그 점이 영화를 좀더 잘 볼 수 있도록 해준다. 마찬가지로 과학을 하는 사람들은 따분한 사람, 오로지 실험실에 박혀서 연구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도 덤으로 알려주고 있고.

 

세상이 발달하게 만든 것은 상상과 과학이 아닐까 한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질문과 같이 상상이 과학을 이끄는가, 과학이 상상을 이끄는가 하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둘은 함께 할 때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다.

 

단지 상상이라고 했던 것들이 과학의 힘으로 현실이 되고, 과학은 상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더 발전하게 된다. 그러므로 상상과 과학은 우리 세상을 발전으로 이끄는 두 힘이고, 이 둘이 잘 드러나 있는 매체가 바로 '영화'다.

 

영화는 상상과 과학의 결합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영화란 예술 자체가 과학기술의 발전이 없었다면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고, 영화가 우리에게 이렇듯 가깝게 다가오게 된 것에도 과학기술에 힘입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영화의 내용을 이루는 것들 중에 과학과 관련이 안 된 것이 거의 없으니, 형식이나 내용 면에서 영화는 과학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여 지금은 말이 안 되는 내용이 영화에 나오더라도 이것이 영원히 말이 안 된다는 말은 될 수 없다. 과학자는 지금 영화를 지금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비과학적이라고 상상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몰라도, 몇몇 과학자들은 영화에 나온 상상을 기반으로 자신의 과학을 발전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과학은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다시 상상은 과학을 추동하여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화는 이 둘의 모습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을 때 훌륭한 영화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도 하고.

 

참으로 많은 영화들, 그리고 많은 과학적 지식들이 이 책에 나온다. 딱딱하게만 여겨온 과학을 일상으로 데라고 왔다는 표현을 할 정도로 과학에 대해서 가깝게 여기게 해주는 책이다. 과학을 실험실 또는 책상 위의 지식으로만 머물지 않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고.

 

여러 군데서 나오기도 했지만 우리가 뀌는 방귀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사실... 방귀를 참으면 몸에 좋지는 않다는 것(236쪽)도 나오지만, 방귀로 연료를 개발할 생각으로 징용자들에게 억지로 고구마를 먹이고 ...방귀를 수거했다는...일제시대 일본군들의 만행도 나오니...(234쪽)

 

과학이 이처럼 어렵지 않다는 것, 우리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상상 속에서서 과학이 실현될 수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 이 책이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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