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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반창고 - 노래하는 교장 방승호의
방승호 지음 / 창비 / 2017년 1월
평점 :
학교에서 가장 큰 방을 쓰는 사람은? 답은 교장이다. 홀로 넓은 방을 쓴다. 회의실로 쓰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음에도, 사실 회의실은 따로 두면 되는데도, 무슨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리겠다는 건지, 교장은 늘 정중앙, 가장 큰 방을 차지하고 있다. 그것도 그냥 들어갈 수 없어 행정실을 통하거나 교무실을 통하게 하고 있고.
그만큼 교장은 만나기 힘든 사람이다. 교사들도 그러한데, 학생들이 교장을 만난다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힘든 정도가 아니라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사실 교장 얼굴을 모르는 학생도 많고 교장 이름이 무엇인지 아는 학생은 손꼽을 정도다.
이 정도면 교육 현장에 교장이 왜 있는지 모르겠다. 군림하려? 아님, 그냥 그렇게 출세(?)하고 싶어 노력한 사람들이 한 자리 차지해야 해서. 이런 교장보다 더 불필요한 자리가 교감이 아닌가 한다. 교장을 보필하는 자리? 우습다. 보필이 아니라 교장이 되기 위해 잠시 머무르는 자리가 교감이다. 그러니 교감이 무슨 교육적 역할을 한다는 것인지...
이렇게 교장과 교감은 군림하고 있다. 학교에서. 그들에게 어떤 교육을 바라지 않는다. 그들은 교사가 아니다. 행정가다. 하지만 행정가임을 한사코 부정한다. 자기들도 교육자란다. 교육을 하지 않는 교육자. 이런 이율배반이 없다.
교장-교감에 대해서 비판만 하면 되는가? 아니겠지. 그들도 한때 교사였을테니... 다만 과거를 잊고, 잃고 그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이 많아서 자연스레 행정가가 된 것이겠지만.
이런 교장들을 보다가 특이한 교장을 만나면, 사실 특이한 것이 아니라 교장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 서양을 보면 교장이 상담사 역할을 늘 한다. 우리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미국을 그렇게 따라하면서도 교장이 하는 역할은 따라하지 않으려 하는 이 모순.
특이한 교장 중에 방승호가 있다. 노래하는 교장, 상담하는 교장이다. 학생들 곁에 있어주는 교장이다. 언제든지 학생들이 교장실을 방문하도록 하는 교장. 아이들과 몸을 부딪히며 상담하는 교장. 놀이치료라고 해도 좋다. 모험기반 놀이치료라고도 하는데... 함께 몸을 부딪히며 아이들의 마음을 열어가는 교장이다.
교장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인데, 참 애석하게도 다른 교장들에게는 이런 사례가 전파가 안 되나 보다. 다른 교장들은 여전히 큰 교장실에 홀로, 문을 꽉 닫아놓은 상태로 지내니 말이다.
이 책은 방승호가 만난 아이들 이야기다. 아이들과 어떻게 만났고, 어떤 상담을 했는지... 사실 상담 사례야 아이들마다 다르고 그 아이들도 때와 장소에 따라서 다르니, 이 책은 그냥 방승호라는 교장이 아이들과 만난 이야기라고 하면 된다.
상담은 기본적으로 아이들과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할 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마음을 열기 위해서 몸을 움직여야 한다. 함께 몸을 쓰는 과정을 통해 꼭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이 조금씩 열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장 방승호는 서두르지 않는다. 아이들과 팔씨름을 하는 등 몸을 쓰는 일부터 시작한다. 그냥 함께 몸을 부대끼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이들 표정이 변하면 그때 비로소 말을 하기 시작한다. 말은 마음이 열려야 진실하게 나올 수 있다.
물론 한번에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 세상에 한번에 해결되는 일이 있으면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사람의 마음은 고르디우스의 매듭처럼 너무도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알렉산더처럼 단칼에 자를 수가 없다. 하나하나 길게 어렵게 풀어가야 한다.
풀어가는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상대를 온전히 이해해 줘야 한다. 받아들여야 한다. 상대를 받아들이기 위해서 먼저 몸을 함께 움직여야 한다. 생각, 감정으로 닫혀 있던 문을 몸을 움직임으로써 열기 시작해야 한다. 그렇게 한다. 교장 방승호는.
아이들을 재단하지 않는다. 아이들 모두는 하나하나 소중하고 귀한 존재. 그들은 모두 존재의미를 갖고 살아가는 존재다. 이렇게 인정을 하고 아이들이 자기를 펼쳐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된다는 생각. 교장 방승호가 하는 일이다.
아이들 마음에 생긴 상처에 반창고 하나 붙여주는 것. 그 상처가 왜 생겨났는지, 그동안 몸을 잘못 굴린 것은 아닌지 생각하고 판단하고 몰아붙일 필요가 없다. 상처엔 우선 반창고를 붙여줘야 한다.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그 다음에야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다.
이런 교장. 분명 존재하는데, 다른 교장들이 좀 배웠으면 좋겠다. 공연히 목에다 힘만 주고 학교 생활을 하지 말고. 이런 교장이 늘어나야 교육이 제자리를 잡기 시작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을 한다. 이런 교장을 만나는 몇몇 아이들이 아니라 대부분의 학교에서 이런 교장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