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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은 인문학이다 - 흥미진진 영어를 둘러싼 역사와 문화, 지식의 향연
고이즈미 마키오 지음, 홍경수 옮김 / 사람in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가끔 왜 그 말일까 하는 생각을 한다. 도대체 왜 이 말이 이런 뜻으로 쓰이지 하는 생각. 우리말에서도 그런 궁금증을 유발하는 말들이 많다. 언어의 자의성이라고, 어느 순간 누군가가 붙인 이름이 사회성을 획득하면서 사회에서 인정받는 언어로 살아남게 된다는 것.
그러나 자의성이라고 해서 막 이름을 붙이지는 않는다. 개연성이라고 해야 하나? 무언가 그럴 듯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런 이유로 해서 어떤 뜻을 지닌 말이 탄생하게 된다.
어원은 그 언어가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추적할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어원을 알면 더 많은 어휘들을 알 수 있다. 단지 어휘만이 아니라 그 언어가 나타나게 된 역사, 문화적 상황까지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영어의 어원에 대한 이야기다. 단지 어원만이 아니라 역사적인 흐름을 따라가면서 그 시대에 나온 언어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따라서 읽어가면서 서양 역사에 대한 지식도 얻을 수 있다.
영어 단어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곁들이고 있어서 흥미진진하기도 하고, 파생된 다른 많은 언어들도 알게 되기도 한다.
아마 영어 단어에 대해서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이 읽으면 영어에 대해서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읽으면서 알게 된 사실 하나... 보이콧(boycott)이 사람이었다는 것. 그것도 우리나라로 치면 악질 마름 정도 되는 사람. 이 사람에 대해서 거부 운동을 벌인 것이 보이콧이라는 언어의 뜻으로 자리잡았다니... (318-319쪽)
이렇게 사람 이름이 영어 단어로 남아 사용된 경우가 많았고, (이 책에는 그런 단어들이 제법 나오는데, 우선 John Hancock이라는 말이 서명을 하다라는 말로 쓰인다는 것, 국수주의를 나타내는 쇼비니즘-chauvinism이란 말이 나폴레옹의 열렬한 추종자 쇼뱅에서 왔다는 말, 미국의 특이한 선거구 획정 방식인 게리맨더링이 게리란 사람에게 왔다는 것, Dear John Letter라는 말이 이혼장을 의미한다는 것 등등) 달력에 있는 각 달의 이름도 확신하지는 못하겠지만 이 책에서 한 설명이 좀더 신빙성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숫자가 7월부터 두 달씩 밀리게 된 사연, 본래는 겨울 두 달을 제외하고 열달로 달 이름을 붙였다는 것. 나중에 두 달을 추가했기에 밀리게 되었다는... 그런. 삼월을 시작으로 삼월로부터 몇 번째 달 하면 딱 들어맞는다는 말을 이 책에서 하고 있다. (72-79쪽)
이 책에는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 있다. 읽으면 좋을 것이다. 현대사의 흐름을 익히게 되는 역할도 하고 언어의 기원에 대해서 알게도 되니 이래저래 좋다.
우리나라에서도 어원에 대한 책이 꽤 나오고 있는데, 어원을 알아가는 것, 언어의 역사를 알아간다는 것에 더해 우리 역사, 우리 삶을 알아가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