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와줘, 제발 주니어김영사 청소년문학 1
엘리자베트 죌러 지음, 임정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이토록 끔직한 폭력이 일어나고 있다니... 어른들은 전혀 모르거나 또는 모른 채 하거나, 교사들은 알려고 하지 않거나 가리거나 그런 일이 비일비재 하다니.

 

독일이 배경일텐데, 교육에 관해서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앞서가는 그 나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에서 우리나라와 비슷한, 아니 더 끔찍한 학교 폭력이 일어나다니...

 

다르다는 이유로, 별로 힘이 없다는 이유로 다른 학생들에게 괴롭힘을 받는 경우는 학교 교육이라는 제도가 생긴 이래로 계속 있어 왔다.

 

공동체 문화가 발전했던 예전에도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괴롭히는 존재는 어디에나 있었다. 다만 그것이 상대방이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이고 강도가 점점 세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빵셔틀이라는 말이 공연히 있는 것이 아니다. 돈을 주고 빵을 사오라고 하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 정도. 흔히 군대식 농담이라고 하는 100원주고 1000원짜리 빵을 사오고, 거스름돈 500원을 받아오라는 빵셔틀도 있었다고 하니.

 

학교라는 공간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건지. 지금도 간간이 학생들이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또 폭력으로 숨졌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여전히 학교 폭력은 없어지지 않았다.

 

학교에서 학교폭력대책위원회가 건재하고, 해마다 소위 학폭이라고 하는 학교폭력대책위원회 회의가 열려 많은 학생들이 징계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이 학폭으로 인해 학교 교육이 망가지고 있다는 데 있다.

 

잘못한 학생을 처벌해야 하는데, 가해 학생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변호사를 대동하고 나타난다. 또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건다. 학교는 뒤숭숭해진다. 그동안 피해 학생은 어떤 보호 조치를 받기 힘들다. 왜 판정도 나지 않았는데 그러느냐고 또 시비를 걸기 때문이다.

 

결국 피해 학생은 나름대로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게 별로 없다는 것이 문제지만. 이런 상황에서 가해 학생들은 다시 버젓이 학교에 나오게 된다. 피해 학생이 함께 있는 학교에.

 

이때 피해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일. 학교에 기대할 것이 없고, 부모에게도 다른 어른들에게도 기대할 것이 없을 때 할 수 있는 일은 두 극단밖에 없다.

 

하나는 자살로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일. 또다른 하나는 가해 학생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일.

 

자살이나 살인이 다른 원인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소설을 읽다보면 학교 폭력 희생자가 해결할 길이 없을 때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는지가 너무도 잘 나와 있다.

 

자신의 무력감, 두려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좌절감. 이런 상태에서 우선 도피를 하지만 가해 학생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그들은 피해 학생이 가는 곳마다 있기 때문이다.

 

가장 안전하다는 집으로 도피해 컴퓨터 게임에 빠져든다. 게임에서는 자신이 최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해 학생들을 죽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게임에서는 아무리 보복을 해도 그들은 다시 되살아난다. 현실에서 괴롭힘이 없어지지 않는다.

 

현실에서 상대에게 맞고, 게임에서 상대를 죽이게 되는 일이 반복이 되지만 문제는 해결이 되지 않고 점점 커져만 간다. 가해 정도도 점점 심해진다. 불법까지 저지르게 한다. 안 하면 가혹한 처벌이 따른다.

 

결국 자살을 생각하지만 왜 나만 죽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를 괴롭힌 존재도 같이 데려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되면 그때는 살인을 계획하게 된다. 계획에서 실행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 현실에서 기대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피해자는 극단으로 가게 된다. 더이상의 선택은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까지가 학교 폭력이 극한으로 치달았을 때 생길 수 있는 일이다. 이 극단까지 가게 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해야 한다. 관심, 전폭적인 이해. 말은 쉽다. 하지만 서로 살기 힘든 상황에서 별다른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이 일은 참으로 힘들다. 힘들지만 해야만 할 일인데...

 

가해 학생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유가 있다. 그들 역시 피해자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치유를 해야 한다. 이들의 행동을 알게 되었다면 문제를 개인에게 또 가정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사회가 함께 치유에 참여해야 한다. 사회 분위기가 포용적인 분위기여야 하고, 폭력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분위기여야 한다. 여기에 피해자나 가해자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주는, 오랜 시간 그들과 함께 하면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하다.

 

가해자와 피해자, 동전의 양면같은 존재라는 생각을 해서, 피해자가 상처를 치유받고 존엄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가해자에 대한 치유 역시 함께 진행해야 한다. 그것이 비록 힘든 일일지라도.

 

또한 학교 폭력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학교 폭력은 사회 전체의 문제다. 사회가 껴안고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말이다. 그런 점을 인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책임을 특정한 개인에게만 물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이 책을 읽고 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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