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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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이 쓴 책을 두 번째로 읽는다. 사실 순서가 바뀌었다. "어디서 살 것인가"가 뒤에 나온 책인데, 그것을 먼저 읽었으니.

 

사실 건축가들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 못한다. 집을 지어본 적도 없고, 건축가를 친구들 말고는 -친구들이라고는 해도 집을 짓는 모습이나 설계를 하는 모습을 본 적은 없으므로 - 알고 지내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건축에는 조금 관심이 있었는데, 그래서 기껏해야 정기용, 승효상, 김수근 정도나 알고 지내는 정도였다. 그것도 그들의 책을 아주 조금만 읽은 상태.

 

유현준은 "알쓸신잡"이라는 텔레지전 프로그램에 나와서 알게 된 건축가. 대학교수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그가 건축가고, 텔레비전에서 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기도 해서 그의 책을 찾아 읽는 중.

 

여기서 내 생각을 바꾸게 된 것이 바로 용산미군기지에 관한 개발... 나는 이 책 추천사에 쓰여 있는 최재천의 말처럼 용산미군기지를 그냥 공원으로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큰 공원.

 

하지만 유현준의 책을 읽으며 생각이 바뀌었다. 무조건 커다란 공원이 좋은 것은 아니다. 물론 나무들이 울창해져 숲을 이루면 도시의 허파 역할과 쉼터 역할을 하겠지만, 그렇게 큰 공원은 밤이 되면 안전이 문제가 된다.

 

사람들의 시선을 가리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또 하나 커다랗게 만들면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그냥 동네 산책하듯이 거닐 수 있는 공원이 되지 못한다.

 

공원은 사람들에게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그냥 숲만이 아니라 공원 가는 길에도 무언가 볼거리가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공원에 가서도 그냥 산책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공원에서 다른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을 이벤트라고 해도 좋고, 우리 행동을 유발하는 무엇이라고 해도 좋다.

 

공원에 가는 길이 편해야 하고, 공원 바깥으로 있는 길의 폭은 좁아야 하며, 공원 주변에는 우리가 쉴 수 있고 또 들를 수 있는 장소가 많아야 한다는 것. 그래야만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또 안전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

 

용산미군기지가 이전되면 그 큰 덩어리를 하나의 공원으로 만들지 않고 작은 여러 개의 공원으로 만들고, 그 공원 사이사이에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무엇이 들어서게 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것이 이 책을 읽고나서 든 생각이다.

 

제주도 올레길에 이어 많은 도시에서 걷는 길을 만들었다. 그런데 길만 만든다고 사람들이 모여들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모여들게 하기 위해서 갖춰야 할 조건, 이 책에 잘 나와 있다. 읽으면서 찾으면 아하, 하는 순간들이 많을 것이다.

 

지금 사람들이 많이 걷는 길이 어떤가? 라고 유현준은 질문하고 있다. 왜 그 거리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가? 그 점을 알면 무작정 크다고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을 하지만, 답은 정해져 있다. 그가 말하지 않아도 도시는 사람으로 인해 산다. 건축도 마찬가지로 사람으로 인해 사는 것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금방 허물어진다. 그만큼 사람들이 집을, 도시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건축을 해야 한다. 그런 건축으로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을 내치는 건축이 아니라,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건축, 그런 건축이 있는 도시가 사람들이 모이는 도시고, 살아 있는 도시가 된다.

 

'열다섯 가지 인문학 시선'이라고 했지만 하나로 귀결될 수 있다. 바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위한 건축은 자연을 내쳐서는 안 된다. 사람이 살아가는 환경에 최적화된 건축, 그 건축은 자연을 거슬러서는 안 된다.

 

자연을 거슬러서 사는 생활을 행복해 할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또 과학기술의 힘으로 자연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길게 보면 그렇지도 않다는 것. 자연과 더불어 공존하는 건축이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나라 금수강산이라고 한다. 산 좋고, 물 좋은 나라다. 그만큼 자연과 잘 어울린다면 사람들이 살아가기에도 편리할 뿐만 아니라 아름다움도 있는 그런 건축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는 말이다.

 

충분히 우리가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 수 있는 조건이 되는 환경이니, 이제 살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과거와는 달리, 자연도 보고, 빠르게보다는 느리게를 주장하는, 나 홀로가 아니라 함께를 외치는 그런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그러니 이런 건축이 있는 도시, 그런 도시가 우리가 살고 싶은 도시고, 그렇게 만들어야만 도시가 살아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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