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 천국편 -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2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박상진 옮김, 윌리엄 블레이크 그림 / 민음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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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연옥'을 거쳐 '천국'에 이르렀다. 천국에서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존재는 베아트리체다. 단테 하면 짝으로 연상되는 인물, 베아트리체... 구원의 여인상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단테는 천국에 가서도 빛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점점 다른 단계에 가서야 빛을 볼 수 있게 되지만, 신의 존재를 정면으로 보기 위해서는 많은 공덕을 쌓아야 하는 것이다.

 

천국편에는 유명한 인물들이 많이 나온다. 책 중간에도 이에 대한 언급이 있지만 유명한 인물들을 이야기해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된다는 것.

 

이름 없는 사람이 천국에 있다고 하면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천국에 갈 수 있는지 사람들이 잘 모른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름이 있어야만 천국에 가는 것은 아니다. 스베덴보리의 책에도 나오듯이 천국에는 어려서 죽은 아이들이 천국에 있다. 이들은 세상 때가 묻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세상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한 삶을 산 사람들, 그 사람들 역시 천국에 있겠다. 중세 시대에 쓰인 이 책에 의하면 순수하게 살면서 종교적 삶을 영위한 사람들은 비록 아주 높은 단계의 천국은 아니지만 천국에 있을 수밖에 없다.

 

또 낮은 단계, 높은 단계라는 구분이 천국에서는 무의미하다. 모든 단계에 하느님의 빛이 비추기 때문이고, 이 빛은 차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그 자리에서 만족하며 지내는 것, 이것이 천국의 삶이다.

 

천국에서는 다른 단계를 넘보지 않는다.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다른 단계를 넘보는 것, 이미 시기, 질투라는 마음이 작동하는 것이다. 이것은 연옥 단계에 있는 것이지, 천국에 오른 사람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마음이다.

 

천국도 9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지옥도 9단계로 나눈다고 보면 천국과 지옥이 짝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중간 단계로 연옥이 있고.

 

하지만 천국은 단지 지옥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니다. 진실된 삶, 신에 대한 믿음과 순종, 그리고 실천이 따라야만 갈 수 있는 곳이다. 자신이 있는 곳에 만족하면서 최선의 삶을 사는 것, 이곳이 바로 천국이다.

 

이 책의 천국편에서는 천국에 있는 존재들이 당시의 현실을 개탄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기독교 역사에서 1300년대가 되면 타락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테가 이 작품을 통해 당시 부패한 기독교를 비판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종교가 시작할 즈음에 지녔던 순수함, 열정 등이 시간이 흐를수록 사라지고 권력이나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종교가 서서히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는 때가 오는 것이다. 이럴 때 종교를 개혁하고자 하는 열망이 생기게 된다.

 

단테는 당시 종교가 초기 종교에서 벗어났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가 천국에서 만나는 성인들은 단테가 살던 당시 종교인들을 비판하고 있다. 그들이 정도(正道) 벗어났다고. 그대로 가다간 그들은 지옥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그래서 단테를 통해 경고를 하고 있다.

 

지옥과 연옥, 천국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또 그곳에 어떤 존재들이 있는지 알려줌으로써 더 이상 종교가 타락하는 것을 막으려고 한다. 어쩌면 단테의 이 작품은 당시 권력자들이 싫어했을 수가 있겠다.

 

루터의 종교개혁이 이루어지기 전 이미 그 단초를 여는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드는데...

 

우리나라에 있는 종교. 특히 지도자라고 목회자라고 자처하는 사람들. 단테 신곡을 읽었는지 모르겠다. 읽었다면 마음에 많이 걸렸을텐데... 이 작품이 단지 문학이 아니라 그들이 말하는 하느님이 종교인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천국에 도달할 수 있는지를 단테를 통해서 말해주는 작품이라고 여긴다면 말이다.

 

지옥에서부터 연옥을 거쳐 천국까지 이르는 여정을 통해 지금-여기에서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종교를 지니든 지니지 않든 잘 살아야 함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첨언하면 서양 문화, 역사, 인물 들에 대한 포괄적인 지식이 있으면 더 재미있게, 더 깊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배경지식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작품. 이렇게 작품 속에 수많은 이야기, 역사, 문화가 녹아들어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고전이 되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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