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를 철학하다
차민주 지음 / 비밀신서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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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말했다. 예전에 외국에 나가면 일본인이냐, 중국인이냐고 먼저 묻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한국인이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고...

 

물정도 모르고 우리나라가 이제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졌나 보다고 말했더니, 그 사람이 하는 말, 우리나라 자체의 능력으로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방탄소년단 때문이라고...일명 BTS라고 하는 그들 때문이라고.

 

방탄소년단으로 인해 한국에 대해서 좋게 생각한다고 했다. 방탄소년단. 처음엔 무슨 군사단체인 줄 알았다. 그 다음엔 그냥 요즘 많이 나오는 아이돌 그룹 중 하나인 줄만 알았다. 얼마 있지 않아 잊혀질... 참 물색없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아이돌에, 방탄소년단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으니...

 

아이돌 하면 그냥 만들어진 존재로 치부했다. 『민들레118호』를 읽으며 아이돌에 대해서 생각을 조금 바꾸긴 했지만, 그 호에서 방탄소년단이 나오긴 했지만 더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BTS를 철학하다』라니... 아이돌을 이제는 철학으로 조명하는구나 싶었다.

 

아이돌과 철학, 정말 멀리 있는 조합이다. 은유라고 한다면 가장 먼 은유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아이돌 음악하면 경쾌함, 가벼움, 순간적임 등등을 떠올리는데, 철학하면 무거움, 어려움, 영원함 등등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이건 편견이다. 그런데 이 편견이 참 무섭게도 잘 없어지지 않는다)

 

경쾌하게 젊은이들과 어울리는 아이돌 음악이 진지하고 무겁게 이상하게도 광장이 아닌 밀실에서 늙수그레한 늙은이를 떠올리는 철학과 연결이 되다니...

 

어찌 흥미를 유발하지 않겠는가. 제목만으로도 책에 손대게 만든다. 어른들은 이게 뭐야 하는 마음으로, 젊은이들은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손에 든 책... 처음엔 방탄소년단이 부른 노래들 가사에서 시작한다. 어라? 노래 가사들이 만만치가 않다. 책에서는 방탄소년단 노래 가사가 '시'라고 말하기도 한다.

 

시가 본래 노래였으니 새삼스러운 말도 아닐텐데, 요즘 노래 가사들의 의미없음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말은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충격을 받았으면 찾아서 비교해 볼 수밖에... 책에 많은 노래들의 가사가 나오는데, 가사들이 가볍지가 않다.

 

사회 문제부터 청년들 문제까지 다 다루고 있는데, 가리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하는데, 그렇게 문제의 정곡을 찌르고 있다. 그래, 이래서 방탄소년단이 수많은 팬들에게 사랑을 받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런 가사에 빠른 박자의 음악, 그리고 독창적인 그들의 춤, 나름대로 연결성을 갖고 만든 뮤직비디오 등등, 이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종합예술로 승화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단지 종합예술이 아니라 사람들 마음에 무언가를 심어주는, 치유 기능도 갖고 있고, 사유 기능도 갖고 있으며, 오락 기능도 갖고 있는 그런 노래들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게 철학이 아니고 무엇인가.

 

예전에 '서태지와 아이들'이 부른 '교실 이데아'가 우리나라 교육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었고, 'COME BACK HOME'이라는 노래가 집을 나온 청소년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고 하는데, 이런 역할을 방탄소년단이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활동했을 때보다 한 단계 더 발전된 모습으로... 그들은 어려운 환경에서 좌절하지 않고 그것을 극복하면서 지금의 자리에 섰다고 한다. 그런 자신들의 삶을 솔직하게 가사로 담고 있으며, 팬들과도 솔직하게 소통한다고 한다.

 

이렇게 방탄소년단이 삶과 밀접하게 연계된 노래, 음악 활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책이다. 나같은 기성세대에게는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먼저 들으면 우선 빠른 박자로 가사를 제대로 알아 듣지 못하고 마는데, 이런 책을 통해 가사를 먼저 알고 그 의미를 생각하고 다시 노래를 들으면 그때부터 가사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가사가 들어오기 시작하는 순간, 마음에 노래가 들어오게 된다. 이제는 아이돌이 특정 세대만의 음악이 아니라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음악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이 책 『BTS를 철학하다』를 읽으면 아이돌 음악에 대한 편견이 사라진다. 방탄소년단이 왜 유명해졌는지, 그들을 왜 사랑하는지를 알게 된다.

 

그리고 이제 음악은 다시 철학과 하나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이렇게 내게 방탄소년단을 새롭게 알려주었다. 또한 그들의 노래를 찾아 듣게도 만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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