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 5 - 이아손과 아르고나우테스
메네라오스 스테파니데스 지음, 황주연 옮김 / 열림원 / 2002년 8월
평점 :
절판


이제는 모험담이다. 사람들은 제자리에서 떠나 어디론가 가고 싶어한다. 모험, 얼마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일인가. 특히 어린 시절에는 미지의 세계를 찾아 떠나는 모험을 동경한다. 그런 모험을 한 사람들에게 감탄하기도 하고.

 

그래서 모험가들은 우리들 머리 속에 남아 있다. 마음 속에도 남아 있어서 언젠가는 나도 저렇게 모험을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린 시절 감명받았던 모험이야기를 간직하지만, 실제로 모험에 나서는 이는 그렇게 많지 않다.

 

모험에 나서는 이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서 오는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모험을 떠나지 못하는 대신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하는 이유가 어쩌면 모험에 대한 동경 때문인지도 모른다.

 

위험한 모험은 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낯선 곳으로 떠나 새로운 경험을 하는 여행은 하는 것. 사람들이 평생동안 추구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번 책은 이런 모험담을 다룬 이야기다. 물론 그리스 신화 자체가 모험에 관한 이야기이겠지만, 특히 이아손과 아르고 호 선원들 이야기는 흥미진진한 모험담으로 가득차 있다.

 

아들이 죽을까봐 두려워 태어나자 마자 몰래 숨겨두는 아이손. 대체로 영웅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출생은 좋지만 어린 시절 위험을 겪는다. 그러나 조력자가 나타나 구해준다. 이아손 역시 스승 케이론을 만나 온갖 것을 배운다. 훌륭한 청년으로 자라난다. 여기서 새로운 모험을 해야 한다. 그 모험에서 성공해야만 위대한 업적을 이루게 된다.

 

영웅들은 그런 모험에 성공한다. 그리고 왕이 되든지, 아니면 사람들에게 위대한 인물로 칭송받으며 행복한 결말을 향해 간다. 그것이 영웅이야기의 정석이다. 하지만 이아손은 그렇지 않다.

 

숱한 위험을 겪고, 그것을 극복했지만 그의 최후는 사람들에게서 잊혀지고 비극적인 죽음으로 끝난다. 그렇게 끝났음에도 그들이 했던 모험은 사람들 마음 속에 남아 지금까지 전해진다. 이들의 모험으로 그리스가 전세계을 이름을 알리게 되기 때문이다.

 

아르고 호, 이 책에서는 아르고 선이라고 하고, 이 배에 탄 선원들을 '아르고나우테스'라고 한다. 물론 신화답게 선후 관계가 뒤집힌 경우도 있지만, 그럼에도 그리스 사람들의 모험심을 만족시켜주는 이야기가 이 신화에 담겨 있다.

 

이 모험의 주인공은 단연 이아손이고. 황금양털을 얻기 위해 그가 여행하는 과정, 이것이 바로 모험이고, 또 황금양털을 얻은 뒤에 그리스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겪는 일들 역시 모험이다. 그와 또 하나의 주인공 메데이아 이야기는 우리가 이 이야기에 흥미를 잃지 않게 한다. (메데이아 이야기는 한 권의 책으로 나올 만도 하다. 생각할 것도 많고...마녀로 알려져 있지만 사랑에 빠진 여인이고,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 온갖 일을 한 여인, 그러나 결국은 버려진 여인에 대한 이야기.. 단지 메데이아를 마녀라고만 할 수 있을까... '마녀'란 말이 지닌 파장으로 메데이아를 폄훼하는 것은 아닐지...)

 

위대한 모험이다. 그러나 모험 과정에서 이아손은 정도를 벗어나는 행동을 한다. 그것이 메데이아의 계책이라고 할지라도 이아손의 책임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다.

 

메데이아는 추격해 오는 동생을 죽인다. 동생의 시체를 찾아 장례를 지내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도덕과 거리가 먼 행위지만, 예전에 골육상쟁이 있었을테니, 이것만으로 이들을 처벌할 수 없다. 그래서 신화는 동생을 죽이는 장소로 아르테미스 신전을 선택한다. 신전은 신성한 곳인데, 그곳에서 살인을 저지른다는 것은 해서는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아손에게 왕위를 계승하게 해주기 위해 마법을 이용해 펠리아스 왕을 죽인다. 이또한 정당하지 않은 방법이다. 딸들에게 아버지를 죽이게 하다니...

 

이런 일로 둘은 고난을 받게 된다. 결국 메데이아에게 사랑이 식은 이아손, 크레온의 딸인 글라우케와 결혼을 한다. 참을 수 없는 메데이아. 마법으로 글라우케와 크레온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이아손은 메데이아에게 이에 더해 더 심한 복수를 당한다. 아들 둘을 잃은 것이다. 이렇게 비극으로 치닫는 모험.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바로 수단의 정당성이다.  모험을 할 때는 비정상적인 방법이 어느 정도 용인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모험에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목적이 달성되었을 때 그때부터 수단이 문제가 된다. 정당한 수단이 아니었을 때 그 수단으로 인해 갈등이 촉발된다.

 

이때부터 비극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화는 수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준다. 아르고 호에 탔던 선원 가운데 가장 마음이 착하다는'에우페모스'는 왕이 된다. 그는 정당한 수단, 정의로운 마음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큰 일을 이룬 이아손은 그 일을 이루기 위해 수단의 정당성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았다. 정도를 벗어난 일을 한 것이다. 메데이아도 역시 마찬가지고. 이렇게 정도를 벗어난 수단을 이용한 목적 달성. 그것이 아무리 위대한 성취라고 할지라도 그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그 책임은 무겁다.

 

이아손와 아르고 호 선원들의 이야기는 바로 이 점을 이야기한다. 위대한 모험, 모험의 성공. 그러나 정당하지 않은 수단들을 조금이라도 썼다가는 그 성취에 흠집을 남긴다는 사실. 작은 흠집일지라도 큰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무언가 큰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 이아손과 아르고호 이야기를 통해 얻을 점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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