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 수상시집 중에서 오래 된 시집이다. 1996년이면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더 전 아닌가.

 

  그럼에도 요즘 시들보다는 눈에도, 마음에도 잘 들어온다. 그래서 더 좋게 읽었다.

 

  읽다가 불현듯 정의당과 고 노회찬 의원이 생각났다. 그들을 생각나게 한 시...

 

  정현종의 '앉아 있는 건 귀중하다'란 시다. 예전에 현대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로 그의 시가 실려 있는데...

 

  지금 고 노회찬 의원의 죽음으로 정의당 당원이 더 늘고 있다고 한다. 정의당에 대한 지지도도 높아지고 있고. 그만큼 국회에서 그들이 앉아 있는 자리가 얼마나 귀중한지를 아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얘기가 된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비어 있는 자리, 그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할 사람이 없는 자리는 앉아 있을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얼마나 귀중한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지금처럼 국회가 하는 일 없이 제 이권만 챙기는 상태에서는.

 

 앉아 있는 건 귀중하다

 

앉아 있는 사람이 앉아 있는 건

귀중하다

그 사람이 일어나 사라질 때

그건 분명해진다

더이상 앉아 있지 않을 때를 위하여

앉아 있는 건 귀중하고

이제 아무도 없는 자리를 위하여

앉아 있는 건 실로 귀중하다

저 무(無)의 탄생을 위하여

그 풍부한 역동을 위하여

저 비어서 생생한 공간을 위하여

앉아 있는 사람이 있는 건

귀중하다

그 사람이 일어나 사라질 때……

 

제41회 현대문학상 수상시집, 현대문학. 1996년. 157쪽.

 

앉아 있지 않아도 될 사람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때 그 자리는 참 추해진다. 그럼에도 그 자리에서 일어나게 할 수 없을 때, 주어진 기간을 다 채워야만 할 때 그 자리는 더 추해진다.

 

시간이 흘러 추함이 일상이 되고, 다시 자리에 앉을 사람을 뽑을 때 누가 덜 더러운지만을 따지게 되면 앉아야 할 사람은 다시 그 자리에 앉지 못한다.

 

앉을 수가 없다. 이미 더럽혀진 자리, 그 자리에 앉기 위해서 이전투구를 벌여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 또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기를 하는 사람에게는 앉을 의자가 없기 때문이다.

 

시간은 많은 것을 과거 속으로 흘려보낸다. 미래를 과거에 묻어버리기도 한다. 앉아 있던 사람이 얼마나 귀중한지를 느끼게 하는 지금... 이 지금이 미래에도 지금처럼 마음에 와 닿아야 하는데, 그 시간이 참 길다...

 

긴 시간 동안 앉아 있지 않을 사람들이 앉아 있는 자리, 마치 자기가 그 자리의 주인인 양 비켜줄 생각을 하지 앉는 자리...

 

삼년이면 상도 다 치르는데... 앉을 자리에 이상한 사람이 앉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이 시를 읽으며 고 노회찬 의원이 생각나고, 다시 2년 뒤 정의당이 지금 지지율대로 국회에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 그들이 과연 앉을 자리에 앉는 사람이 될까를 생각하면...

 

2020년 국회의원 선거를 지금부터 생각하다니... 참... 정현종이 쓴 '앉아 있는 건 귀중하다'는 시... 쉽게 잊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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