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 그림으로 읽기 - 그리스 신들과 함께 떠나는 서양미술기행
이주헌 지음 / 학고재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신화'는 우리 상상력을 자극한다. 우리 감수성을 깨운다. 신화를 읽으며 미지의 세계로 떠나기도 하고, 내가 떠나온 곳에 대한 동경으로, 그곳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신화 시대, 이 시대에 인간은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으리라. 오로지 신이 뜻하는 대로 살아가면 됐고, 인간의 운명은 신에게 달려 있었으니 말이다. 그냥 운명이려니 하고 살면 되는 시대, 그 때가 바로 신화시대 아니었던가.

 

그러다 인간 자신이 신에 맞서기 시작한 때,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때가 오게 되는데, 이때가 바로 영웅시대라 할 것이다. 영웅, 비록 죽음을 이기지는 못하지만 살아 있을 때 신과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

 

신과 비견할 수 있는 사람이 칭송받던 시대가 영웅시대라면 이제 그러한 영웅도 시간 속으로 사라지고, 인간들이 서로 갈등하고 타협하는 인간시대, 이를 청동시대, 철기시대라는 말로 하기도 하지만, 그런 시대가 오게 된다.

 

신이 저 멀리 사라져버린 시대. 그렇게 멀어진 신들을 인간은 그리워하게 된다.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완전한 존재를 동경하는 것이다. 다시는 신화시대가 오지 못할 것임을 알면서도 신화시대를 그리워하는데, 그런 신화시대를 찾게 하는 것으로 미술이 있다.

 

서양 사람들 문화의 기원이 되는 그리스-로마 신화. 특히 시작을 그리스 신화로 보면, 서양 문화의 저변에 깔려 있는 그리스 신화를 알게 되면 그들 문화를 좀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렇게 하기 위해서 미술을 통해 접근을 한다. 서양 사람들이 고대부터 지금까지 그리스 신화에서 많은 내용을 빌려와 미술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이런 미술들이 그리스 도시 곳곳에 남아 있고, 그들 삶이 신전이라는 이름으로 건축물이라는 이름으로 그리스에 남아 있으니 저자가 이 책의 1부에 그런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쓴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그리스 도시와 미술관에 이어서 저자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 가운데 너무도 잘 알려진 신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들이 조각이나 그림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유럽 곳곳에 있는 미술관도 함께 소개하고 있어서 더 좋은데...

 

미술과 함께 떠나는 유럽 여행이라고 해도 좋고, 유럽 미술관 기행 또는 박물관 기행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수많은 그림들과 조각들, 그리고 미술관, 박물관에 대한 소개개 되어 있다.

 

물론 미술관, 박물관은 미술을 소개할 수 있는 장소니 당연히 나와야 하지만, 수천년에 걸쳐 모아놓은, 시간과 장소를 집적해놓은 듯한 미술관, 박물관이 많다는 것이 부럽기는 했다.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그 나라의 문화가 모여 있는, 그래서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면 켜켜히 쌓여 있는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 많이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했고, 또 파리를 설명할 때 도시 자체에 역사가 있다는 말이 부럽기도 했지만...이제 우리도 문화에 눈을 돌리고 있으니... 난개발을 막고 역사에, 문화에 관심을 지니고 있으니..

 

그런 모습으로 우리 사회가 변해가는 것도 이런 책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도 경제만큼이나 문화가 중요하다는 것, 우리 역사가 중요하다는 것, 그것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3부에서는 신을 닮고 싶어하는 권력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자기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신들에 빗대는 것이야 동서양 가릴 것이 없으니 더 말할 것도 없지만, 예술이 자칫하면 권력에 이용당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책 한 권으로 유럽 미술관, 박물관을 그리스 신화라는 주제로 여행을 할 수 있어서 좋다. 그렇게 깊고 넓게 그리스 신화를 다룬 미술들에 대해서 알게 된다. 단순히 그리스 신화를 다룬 미술을 안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런 문화가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예술은 삶에서 떨어질 수가 없다는 것...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서 예술도 필요하다는 것. 그렇다면 지금 우리나라에는 더 많은 예술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예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7-11 0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11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