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화이트칼라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유행이라기보다는 선망의 대상이라고 해야 옳겠다.

 

  블루칼라라고 하여 몸을 움직이는 노동자들을 천시하고, 넥타이부대라는 말로 화이트칼라를 무슨 좋은 직업인양 생각한 적이 있었다.

 

  작업복이 아니라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회사에 출근하는 꿈을 꾼 사람들이 예전에는 많았다.

 

  그런 넥타이는 지식인의 상징이기도 했다. 지금보다 한 단계 올라간 상승의 상징이기도 했고. 하지만 과연 그런가? 넥타이로 자기 목을 죄는 대가로 지구는 좀더 뜨거워지고, 우리는 점점 더 살기 힘들어지지 않았나.

 

넥타이를 맨 대가로 더 많은 시간을 의자에 앉아 보내게 되지 않았나. 덜 움직이고, 에너지는 더 쓰고, 제 목은 더 조이고... 이게 넥타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한다.

 

최근 직장에서는 여름에 넥타이 안 매는 운동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 넥타이를 풀면 목을 덜 조이기 때문에 더위를 조금 더 덜 수 있다는 것. 그렇다. 화이트칼라의 상징이었던 넥타이가 이제는 지구를 더 힘들게 하고, 더불어 삶도 더 힘들게 하는 존재가 되었다.

 

최종천 시집을 읽다가 노동의 지난함을 생각하다가, 노동의 종말이 인간의 종말일텐데, 노동을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태에 답답해 하다가, '넥타이'란 시를 보고... 아! 할 수밖에 없었다.

 

넥타이

 

넥타이란 회사에 모가지를 매다는 끈이다.

그가 출근할 때 넥타이를 매는 걸 보라.

그 방법은 밧줄로 물건을 동여매는 것과 같다.

자살할 때 혹은 사형에 처할 때

끈을 홀치는 방법과 놀랍게 똑같다.

회사에서 모가지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홀쳐매는데도 자신도 모르게 빠져나오는 모가지를

원망하는 사람들이 늘어간다, 하지만

모가지가 빠져나오지 않았다면 그는

사형에 처해지거나 자살을 했을 거다.

긍지와 자부심으로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는

참 가엾은 사람들아 지구는 더워지고 있다.

당신의 그 긍지와 자부심은 자본주의의 밑천이다.

긍지와 자부심도, 넥타이도 다 풀어버려라.

시원하게, 에너지 절약과 지구 환경을 위해

회사에 목매달고 살지 마라!

쇠갈고리에 걸린 도살장의 고깃덩어리를 보라. 넥타이는

넥타이가 아니라 모가지에다가 얽어매는 그 무엇이다.

 

최종천, 인생은 짧고 기계는 영원하다. 반걸음. 2018년. 76쪽.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을 패러디한 이 시집 제목은 우리의 노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신은 인간을 창조했다. 인간은 기계를 창조했다. 신이 창조한 인간이 창조적인 작업을 한다. 인간이 창조한 기계가 창조적인 작업을 한다? 그러면 인간은 곧 신이다. 그러므로 신은 죽어야 한다. 그렇다면 언젠가 인간도 죽어야 한다. 

 

신의 죽음이 인간의 창조적인 노동의 결과라면 기계가 창조적인 노동을 하는 순간, 인간도 죽는다. 인간도 종말을 맞는다.  

 

노동은 바로 인간의 존재 조건이다. 노동 없이는 인간이 없다. 그런데 인간들이 노동을 기계에 맡기기 시작했다. 바로 인간 자신이 인간을 부정하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되면서 노동을 전혀 하지 않고 세상에 군림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런 사람들을 따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런 쪽을 향하여 가고 있다. 이 세상은. 그렇다면 결과는 노동의 종말이고, 인간의 종말이다. 이렇게 말을 하고 싶다. 이 시집을 읽으며 이런 것을 이야기 하나, 이런 내용으로 시를 썼나 하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시 넥타이로 돌아가 보자. 넥타이, 화이트칼라의 상징. 이는 노동보다는, 노동을 감독, 감시하는 쪽에 가깝다. 즉, 인간 본연의 모습에서 멀어진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

 

자기 스스로 제 목을 죄고 있다. 스스로 죽어가는지도 모르면서. 이때 넥타이를 벗어던지지 못하면 죽음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넥타이를 벗어던지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다른 삶을 상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의 종말이라고 하지만, 이들은 노동을 제대로 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을 하지 않았기에 다른 존재가 노동을 해도 자신들은 노동을 하지 않으려 한다.

 

한사코 다른 존재들만 시킬 뿐이다. 그것이 바로 자기 종말을 향해 달려가는 줄도 모르고. 시인은 시에서 말한다. 넥타이에 목매달고 살지 말라고. 넥타이를 벗어버리라고.

 

다른 존재를 움직이게 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움직이라고. 그래야 한다고. '넥타이'란 시 읽으며, 단지 노동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삶 자체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신-인간-기계'의 관계에서 넥타이는 또다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신- 넥타이 맨 인간 - 넥타이 매지 않은 인간 - 기계'

 

여기서 넥타이 맨 인간이 빠지면 기계에 전적으로 우리 노동을 맡기지 않는다. 신이 제 역할을 인간에게 모두 넘겼을 때 사라져야 하듯이, 우리 인간도 인간의 일을 기계에 넘기면 신처럼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처럼 되지 않으려는 인간들은 바로 '넥타이를 매지 않은 인간, 넥타이를 벗어버린 인간'이다. 나는 그런 인간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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