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인 삶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53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지음, 이승수 옮김 / 민음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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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소설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이탈리아는 살기 힘든 나라였을 것이다. 전쟁에서 패했고, 파시즘이 물러갔다고는 하나 민주적인 정부가 제대로 들어서지는 못했을 거고, 넘쳐나는 빈민들을 제대로 구제하지도 못했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고 노동자를 위한다는 공산당이 제대로 활동을 했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소설에서 공산당 지부 사람들이 어떻게 돈을 빼돌리는지가 나오는데, 이것이 당시 현실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나마 그들은 민중들이 고난을 당할 때 현장에 함께 있어주니, 민중을 위한다는 슬로건을 어느 정도 실천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에 경찰로 대표되는 공권력은 민중들에게 절대로 우호적이지 않다. 경찰에게 체포될 위기에 처한 카고네를 마을 여자들이 단합하여 구해주자 다음 날 저녁 경찰들이 들이닥쳐 사람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간다.

 

심지어 옷을 건네주러 온 가족까지도 잡아가 버리는 횡포를 저지르는데, 없는 사람들은 공권력에게도 힘없이 당하게 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물론 그렇다고 그들이 도덕적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전상국이 쓴 '우상의 눈물'에서 재수파 대장인 기표를 순수 악이라고 표현하는데, 이 소설에 나오는 톰마소가 사는 동네 아이들도 이런 순수 악에 해당한다.

 

그들에게 도덕은 의미가 없다. 당장 하루하루를 먹고 살기 힘든 그들에게는 생존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살아가기 위해 그들은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한다. 도둑질부터 시작하여 강도, 몸 파는 일까지 안 하는 일이 없다.

 

이들을 도덕 잣대로 재면 이해할 수가 없다. 도덕이 이들을 밥 먹여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들은 나이를 먹어간다. 감옥을 제 집 드나들 듯이 드나들게 되고.

 

여기에 예외적인 인물이 주인공 톰마소이다. 톰마소 역시 부랑아일 수밖에 없다. 그 역시 온갖 못된 짓을 다 한다. 심지어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갈 돈을 마련하기 위해 창녀의 돈을 강탈하기까지 하고, 동성애자에게 몸을 팔고 위협해서 돈을 뜯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조금씩 변화해간다. 여자 친구인 이레네와 행복한 가정을 꾸밀 생각을 하는 것이다. 빈민촌에서 현재만이 있던 생활에서 미래를 보기 시작한다. 그에게 미래가 보인다. 그 순간 그는 현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 하고, 자신이 처해 있는 환경을 다시 보게 된다. 기독교민주당에 들어가 어떻게든 줄을 잡아 생활기반을 찾아야겠다는 결심이 결핵으로 인해 병원에 다녀온 뒤에는 공산당에 입당하게 된다.

 

자기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볼 수 있는 눈, 그들을 동정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다만 여전히 못된 행동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 사람이 어떻게 한번에 변하겠는가. 그러나 그는 나쁜 행동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지만, 마지막에 홍수가 난 빈민촌에 자진해서 사람들을 구하러 간다. 친구들의 비웃음을 뒤로 하고.

 

그가 구한 사람이 창녀라는 사실,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피난을 온다는 서술, 가장 없는 그래서 몸밖에는 팔 것이 없는 창녀를 구하는 톰마소의 행동은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그를 보여준다.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니 말이다.

 

미래를 살아갈 어린이를 구해주는 모습에서도 마찬가지를 느낄 수 있고. 그러나 그가 다른 삶을 살 수 있을까?

 

지지리 가난한 생활에서 변변한 학력도 없고, 기술도 없고, 배경도 없는 톰마소가 청렴하지 않은 사회에서 과연 잘 살아갈 수 있을까. 그가 한 이타적인 행동은 결핵을 심화시키고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죽을 수밖에 없다. 빈민촌에서 살아가는 삶은 나쁜 짓을 끝까지 해도 사살되거나, 자살로 삶을 마감하거나 감옥에 수감되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고, 여기서 벗어나 도덕적인 삶을 살아가려 해도 결국 사회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니 톰마소는 죽을 수밖에 없다. 그가 살 장소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홍수가 끝난 뒤 정치인이 와서 '노상 하는 약속을 남발하고 갔다'는 표현처럼 이들이 살아갈 길은 멀기 때문이다.

 

'순수 악'이 생기지 않게 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이들이 생계로 인해 고민하지 않게 해주는 것이다. 생계 문제가 해결이 된 다음에 생활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도덕은 생계가 해결된 다음에 나오는 것이다.

 

톰마소 역시 이레네와 만나는 것, 새로운 생활을 설계해나가는 것 역시 생계가 해결된 다음, 생활의 문제로 접어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생계는 스스로도 해결하려고 노력해야지만, 제도,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함께 가야 한다.

 

함께 가지 않고 개인의 노력으로만 맡기면 해결되지 않는다. 톰마소처럼 결국 죽음에 이를 뿐이다. 우리나라 빈곤 문제가 많이 해결되었고, 복지 정책도 점차 풍성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힘든 사람들이 힘들게 살아가는 것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사회제도적인 측면에서 바꿀 수 있는 면을 함께 고민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

 

파솔리니가 쓴 "폭력적인 삶".  

 

도시 변두리에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들에게 희망을 주고 최소한 도덕이라는 윤리의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닫게 해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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