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 늘리는 법 -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다 땅콩문고
박일환 지음 / 유유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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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많은 말들이 날아다니고 있다. 제 의미를 지니고 다른 사람에게 정확히 다가가는 말들도 있지만 제가 지닌 의미와는 전혀 상관이 없이, 또 제멋대로의 의미를 지니며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말들도 있다.

 

이렇게 많은 말들이 있지만 어떨 때는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특정한 몇몇 어휘들만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상상력, 표현력의 빈곤이라고 해야 하나 참으로 빈약한 어휘력을 지닌 사람들이 대중 앞에서 부끄러움도 모른 채 그런 말들만 반복하고 있다.

 

말로 자기 생각을 드러내야 하는데, 표현할 언어를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런 사람들은 어휘력이 떨어지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휘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중요하다. 표현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고,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적절한 어휘 선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어휘 늘리는 법'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어떻게 하면 어휘를 늘릴 수 있나만을 말하기보다는 어휘가 우리 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도 함께 말해주고 있는 책이다.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다'라는 작은 제목처럼,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우리가 인식하는 세계다. 그러므로 어떤 언어를 쓰는가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해서 판단할 수 있게 된다.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다'는 말을 바꾸면 '언어는 사람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비슷한 어휘 능력이 있는 사람끼리는 대화가 잘 된다.

 

숨어 있는 뜻도 잘 파악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그 사람이 전달하고자 하는 뜻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언어 능력이 다른 사람끼리는 대화가 잘 되지 않는다.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해가 쌓일 수 있다.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비슷한 언어 능력, 어휘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어휘 능력은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에도 해당이 된다.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많은 사회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이고, 이런 다양성 인정은 서로의 이해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어를 하나로 통일하면 의사소통이 더 쉬워지지 않을까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언어가 하나로 되면 오히려 더 의사소통이 안 될 수 있다.

 

다양한 상황을 표현하는 어휘들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언어의 단일화는 어휘 축소를 낳고 어휘 축소는 우리들이 세계를 인식하는 폭을 좁게 만든다. 그래서 늘 같은 말들만 반복하게 된다. 같은 말들의 반복, 이것은 소통이 아니라 일방통행이다. 일방통행이 되는 사회, 이런 사회는 폭이 좁은 한계가 많은 사회이다. 이렇게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가 된다.

 

세계의 한계를 넓히는 방법은 언어의 다양성을 유지하면서 이를 자신들의 사회에 맞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언어의 다양성이 왜 중요한지는 이 책을 읽으면 자연스레 알 수 있게 된다. 어휘를 늘리는 법을 통해 언어가 다양할수록 우리 생활도 풍요로워짐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다른 어휘라고 하여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에서 잘 쓰일 수 있도록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언어의 한계를 넓혀가는 길이다.

 

이 책에서도 이런 어휘 확장, 외래어, 외국어 문제를 다루고 있다. 우리말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다고 해서도 안되고, 외국어라고 해서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고 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필요에 의해서, 우리가 표현할 수 있는 언어라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어휘를 늘릴 수 있을까? 

 

우리는 어휘를 늘리는 방법으로 영어 단어를 외우듯이, 사전을 찾아 외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을 쓴 저자는 사전 외우기를 추천하지 않는다. 그것은 많은 시간을 들이지만 어휘를 기억하는데 그다지 큰도움을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무엇보다도 많은 작품을 읽으라고 권하고 있다. 문학을 하는 사람들은 언어 감수성이 뛰어난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들 작품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어휘 실력이 는다. 굳이 사전을 찾지 않더라도 글의 앞뒤를 고려해서 뜻을 파악할 수도 있고, 상황에 맞는 다양한 어휘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신만의 어휘를 만드는 연습을 해보라고 권한다. 그냥 주어진 언어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명확하게 또는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을 찾아보고, 만들어보는 것이다.

 

이런 말들을 남들이 인정하고 함께 쓰면 그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어휘를 늘려주는 일이 될 것이기도 하다.

 

작은 책이지만 어휘에 관해서, 왜 어휘가 중요한지, 어휘를 어떻게 하면 늘릴 수 있는지, 다양한 분야에서 어휘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등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숨쉬는 것에 보통 때는 관심을 갖지 않듯이 이 책은 별 관심 없이 쓰던 언어(어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우리가 왜 어휘에 대해서 고민해야 하는지, 어휘가 우리 생활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해주기 때문이다.

 

어휘는 곧 언어이기 때문에 '어휘를 늘리는 법'이라는 말은 우리가 '언어를 잘 쓰는 법'이라고 해도 무방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곁에 두고 두고두고 읽으면 좋을 책이다. 작지만 큰 책, 가볍지만 무거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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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5 08: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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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5 10: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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