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헌책방에 가면 뜻하지 않은 책을 발견하게 된다. 한치 망설임도 없이 손에 들게 되는 책.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러서 이 책 저 책을 보다가 눈에 확 들어온 책이다. 처음에는 '이오덕 선생님 10주기 추모 시집'이라고 되어 있어, 이오덕 선생을 기리는 사람들이 모여 시를 썼나 보다 했다.

 

  그런데 책을 들쳐보다보니 그게 아니다. 이오덕 선생이 쓴 시들을 모아놓은 시집이다. 이오덕 선생이 쓴 시들이 유고시집으로 나왔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이 시집은 그 유고시집에서 35편을 골라 엮었다고 한다. 이오덕 선생을 더 알리기 위해, 그가 쓴 시를 알리기 위해 작은 시집을 내었다고 한다.

 

시집을 읽으며 예전 어려웠던 시대, 학교가 배움의 전부였던 그 시대에 배우고자 했음에도 배울 수 없었던 ('출석부'라는 시를 보면 학교를 벗어나는 아이들 이야기가 나온다) 시절을 떠올리기도 하고, 개발로 인해 우리가 잃은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기도 한다. ('길'이란 시를 보면 개발에 열광했던 사람들, 그러나 그것은 우리를 행복으로 이끌지 않고 오히려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었음을 알게 된다)

 

지금은 학교만이 배움터는 아니다. 배움은 도처에 있다. 너무도 많은 배움들이 있기에 아이들은 배움으로부터 도망치려 하고 있다.

 

교육, 교육, 배움, 배움... 여기에 아이들은 정작 없다. 어린이는 없다. 청소년도 없다. 청년도 없다. 오로지 '학생'만이 있을 뿐이다.

 

다시, 어린이를, 청소년을, 청년을 불러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좀더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다.

 

이오덕 선생의 시집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수십 년 동안 교사로, 또 우리말을 사랑하고 우리말을 갈고 닦아 널리 알리는데 힘쓴 선생으로 한 평생을 살았지만, 이오덕 선생에게는 늘 아이들이 있었다.

 

그렇게 아이들과 평생을 살아간 분. 그 삶이 이 시집에 실린 첫번째 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참된 아름다움이 무엇인가

 

행복하여라.

어린이와 함께

이름 없이

가난하게 살아가는 자여.

그는 아름다운 삶이 무엇인가를

알 것이며

평화와 기쁨을 누릴 것이니다.

 

1978년.

 

이오덕, 얘들아 너희들의 노래를 불러라. 고인돌. 2013년.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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