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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정서웅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평점 :
2부다. 내용이 워낙 방대하다. 서양 신화와 역사와 철학과 문학이 모두 나오는 듯하다. 그냥 읽어서는 무엇인지 모르겠는데, 주를 보면 참... 너무도 방대한 서양 문화가 종합되어 나온다. 그래서 서양 사람들은 파우스트, 파우스트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렇게 서양문화를 온몸으로, 온정신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나에게는 이 책은 그냥 책에 불과하다. 내 정신에 충격을 주거나 마음을 뒤흔들어 놓거나 하지 않는다. 이쯤되면 책읽기는 의무가 된다.
한번 잡았으니, 끝까지 가봐야지 하는 오기가 생긴다. 어차피 책읽기는 잘못읽기라면 그냥 읽으며 내 멋대로 생각해 보는 것도 괜찮다 싶기도 하다.
1부에서 개인이 겪는 사랑을 이야기했다면 이번에 범위가 확장된다. 정치 사회로까지 나아간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 정치적 동물이라고 했으니, 인간의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해선 정치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 당연하다.
메피스토펠레스는 파우스트를 그 세계로 인도한다. 그런 정치사회라고 해봐도 사랑이 빠질 수가 없다.
그리스와 트로이 전쟁을 일으킨 주요 요인이라 할 수 있는 '헬레나' 가 등장한다. 물론 그 전에 파우스트의 제자가 창조했다는 작은 인간 '호문쿨루스'도 나오지만.
호문쿨루스 이야기를 하자면 인간은 자신이 신이 되고 싶어한다. 그래서 자신과 같은 생명체를 만들어내고 싶어한다. 파우스트의 제자인 바그너는 그런 인간을 만든다. 그러나 완전하지는 않다. 아주 작은 생명체, 그것도 유리 안에 있어야 할 존재다. 그러니 만족할 수는 없다.
이런 호문쿨루스 이야기를 지나 헬레나로 넘어간다. 과거 신들을 소환하라는 왕의 명령, 메피스토펠레스의 도움으로 헬레나를 지상으로 데려오자 파우스트는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그 사랑으로 인해 아이까지 낳는다. 전쟁까지 일으킨 여인과 행복하게 사는 것. 하지만 거기서 만족할 수 있을까?
아이는 죽고, 헬레나는 돌아가고. 이것은 인간이 이룰 수 없는 욕망이다. 이룬다고 해도 영속할 수 없는 욕망이다. 영속할 수 없는 욕망을 가지고 '멈추어라' 할 수는 없는 법.
그렇다면 다른 세계를 창조해야 한다. 파우스트는 악마의 도움을 받아 왕에게서 해안선을 받게 된다. 이것을 간척하는 사업을 하고, 그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그는 드디어 '멈추어라'라고 말한다.
영혼은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잡히게 되지만 그는 구원받는다. 바로 그레트헨으로 인하여. 여성성, 사랑이 영원함을 여기서 보여주는데...
그 유명한 구절이 파우스트 마지막에 나온다.
일체의 무상한 것은
한낱 비유일 뿐,
미칠 수 없는 것,
여기에서 실현되고,
형언할 수 없는 것,
여기에서 이루어진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올리도다. (388-389쪽)
남성성이 욕망으로 가득찬 세계라면 여성성은 사랑으로 넘쳐나는 세상이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세상은 이런 남성성의 세계가 아니라 여성성의 세계라는 것.
그렇다면 파우스트가 영혼을 빼앗기게 되는 장면을 생각해 보자. 그 장면은 남성성, 여성성 어디에 속하는가.
해안을 개척하고, 그곳에 사람을 이주시키는 것, 이건 남성성이라고 해야 한다. 무언가를 정복하고, 그 정복된 곳에서 살고 싶어하는 욕망. 없는 것에서 있는 것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자신의 업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욕망, 바로 이것이 남성성이다.
이런 남성성이 충족된다고 해도 우리 영혼은 신에게 가지 못한다. 그것은 악마에게 갈 영혼일지도 모른다.
파우스트 끝부분을 읽으며 그가 쫓아내는 노인부부 이야기는, 서양이 자신들의 제국을 확장하기 위해 쫓아내는 원주민들의 모습과 겹친다.
원주민들을 쫓아내고 그곳에 자신의 깃발을 꼽고 여기가 바로 내 땅이다. 자유로운 땅이다. 이리로 와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라 하는 것, 남의 눈물을, 피를 바탕 삼아 세운 땅이 어찌 자유롭고 행복한 땅일 수 있을까?
그러니 그는 죽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만족하기 때문이다. 영혼이 구원받을 수 없는 욕망에 멈추었기 때문이다.
파우스트가 좋은 점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파우스트로 인해 파멸에 이른 그레트헨이 그를 구원해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포용하는 정신, 마음이 바로 여성성이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것이 바로 내 멋대로 읽은 파우스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