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옆 인문학 책상 위 교양 21
박홍순 지음 / 서해문집 / 201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편의 그림을 본다. 그림만을 보지 않고 화가를 본다. 화가에서 다시 화가가 살았던 시대를 본다. 그 시대가 지닌 의미를 본다. 시대를 풍미했던 사상을 본다. 유행을 본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본다. 다시 그림을 통해서 나를 본다. 내가 살아가는 시대를 본다. 내 삶을 본다.

 

그렇게 그림을 통해서 나를 만나게 된다. 그림만이 아니라 그림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것들을 통해서 나란 존재가 하나가 아님을, 여러 관계들이 중첩되어 나를 만들어 왔음을 깨닫게 된다.

 

미술관 옆 인문학은 세상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려준다. 미술관 옆 인문학, 미술을 통한 인문학, 또는 인문학을 통한 미술. 어떻게 말해도 상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미술 작품들과 그리고 그 작품에서 떠올릴 수 있는 철학, 문학 등을 자연스럽게 풀어놓고 있다. 미술이든 인문학이든 모두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니 결국 우리 삶을 좀더 풍요롭게 살아가도록 하는데 이들이 기여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글쓴이가 쓴 책머리에 나와 있는 이 말이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각 글은 동서양의 미술작품을 매개로 인문학 고전으로까지 심화해 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미술작품에 대한 감상에서 시작해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직간접적인 경험에 대한 문제의식의 지평을 사회적·철학적 영역으로 확장한 후, 관련한 인문학 고전의 핵심 대목에 접근하도록 했다. 최종적으로는 그 이론적·실천적 의미를 각 주제와 관련하여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6쪽)

 

거창하게 얘기할 것 없다. 미술은 미술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미술은 각 분야와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미술을 볼 때 미술만으로 떨어뜨려 보지 말고 사회, 철학, 정치, 경제적 관계를 함께 살펴야 하며 특히 삶과의 관련성을 놓쳐서는 안 된다.

 

가령 고흐의 '죄수들의 보행'이라는 그림을 통해 감시 사회인 현대 사회를 이야기하고,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을 이야기한다. 여기에 현대에 들어서 도처에 있는 CCTV('감시 카메라'라고 하려니 마음이 갑자기 무거워져 할 수 없이 영어로 쓴다. '폐쇄회로 TV'라고 하면 더 모를 것 같기도 하고) 이야기까지 간다.

 

이렇게 미술은 곧 삶이다. 우리 삶을 보게 하는 거울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된다. 인문학이 우리를 어떻게 하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미술 역시 마찬가지다.

 

삶과 동떨어진 미술은 미술로 존재하지 못한다. 곧 사라져 버린다. 그러므로 이 책에 실린 미술 작품들은 살아남았으므로, 이미 우리 삶과 관련성이 있음을 입증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할 일은 그 미술에서 삶을 찾아내는 일이다. 내 삶을 보는 일이다. 그것이 바로 인문학이다. 미술에서 삶을 찾기 위해서는 내가 알고 있는 지식들을 동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직관적으로 감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것이 되기 위해서는 직관과 이성이 함께 해야 한다. 그래야만 성찰할 수 있다.

 

이처럼 미술을 어떻게 감상할 것인지, 미술에서 어떻게 삶을 바라볼 수 있는지를 이 책이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양한 그림을 감상할 수도 있고, 그와 관련된 여러 저작들을 알게 되는 재미도 있다. 여기에 더하여 읽으면서 내 삶을 생각할 수도 있다. 그 점이 좋다. 이 책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