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하트 라임 청소년 문학 20
김선희 지음 / 라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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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뿐인 삶. 그러나 이런 삶을 살아가는 데 자기 자신이 선택한 삶은 얼마나 될까? 이상하게도 선택보다는 주어진 삶을 산다는 느낌을 더 많이 받지 않는가.
 
선택할 수 없이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삶. 청소년기에는 더 그럴지도 모른다. 선택보다는 시키는대로 해야만 하는 시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이래야 해, 이것을 해야 해. 이것은 하면 안 돼. 우리는 이렇게 쉽게 말하고 있지 않은가.
 
자아정체성을 지니게 되는 시기라고 하면서도 막상 청소년들이 선택을 하려고 하면 이 핑계 저 핑계로 자신들을 따라 하라고, 자신들이 제시한 길로만 가라고 하고 있지는 않은지.
 
청소년 소설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작품들을 읽어보면 어른들 입장에서 서술되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만큼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지만 작가는 어른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회 통념을 벗어나지 못하는 소설들이 많은데, 이 소설은 조금 다르다. 명확한 결말을 내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끔찍한 미래가 기다라고 있는데도 그 미래로 걸어 들어가는 청소년을 그리고 있어서 그러는지도 모른다.
 
한때 일진이었다가 자신의 미래를 만나고 마음을 바꾼 검은 하트. 소설 제목이 된 검은 하트는 김요정이라는 아이가 주인공인 것 같지만 주인공은 배진익이라는 아이다.
 
진드기라는 별명으로 김요정에게 불리는 진익이를 중심으로 소설이 전개되는데, 짜장면 집을 하는 진익이네, 엄마, 아빠, 외삼촌과 벌어지는 일들, 그리고 진익이 학교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일들이 서술되고 있다.
 
한 학기 동안 여러 사건들을 거치면서 자기 삶을 선택하게 되는 진익이의 성장소설로 볼 수 있는데, 이런 진익이의 성장을 돕는 인물로 김요정이 나온다.
 
김요정은 이름과 달리 초등학교 때 검은 하트로 이름을 날리던 일진 짱이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사는 삶을 선택한 평범한 중학생이다.
 
'우주로탈출프로젝트'라는 밴드를 결성한 친구들이 학교 축제에서 무대에 올라 신나게 연주를 하고, 그 영상이 인터넷에 오르내리면서 김요정이 검은 하트라는 소문이 퍼지게 된다.
 
김요정은 이 일로 인해 학교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심지어 밴드에서 탈퇴하게 되고 밴드 구성원들에게도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 이때 선택의 기로에 선 진익. 그는 김요정을 감싸게 된다. 
 
과거는 과거일 뿐. 그러나 다른 학생들은 집요하다. 이렇게 심하게 괴롭히는데 학교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단단하게 뭉쳐 가해자가 되는 모습은 섬뜩하기만다.
 
그런 벽에 맞서는 진익 역시 괴롭힘을 당할 뿐이다. 누구에게도 동조받지 못하는 행동. 그러나 진익은 피해가지 않으려 한다. 그것은 자신이 선택한 삶이니까. 고민을 통해 스스로 결정한 일이니까.
 
마찬가지로 김요정 역시 이런 행동을 취한다. 과거 자신의 잘못은 되돌릴 수 없으니, 아이들이 괴롭히더라도 그 잘못한 값으로 여기겠다는 것. 그렇게 새로운 자신의 삶, 일진으로서 돈을 뜯을 때보다 지금 괴롭힘을 당하고 있지만 마음은 더 편하다고 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아이.
 
진익은 그런 김요정을 보면서 자기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결정하게 된다. 어른들이 준 선택지 속에서 고르지 않고 자기가 어떻게 살지를 스스로 결정하겠다고. 물론 확실히 결정하지는 못했지만, 제 삶의 주인은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렇게 한 청소년이 여러 사건을 겪으면서 성장해 간다. 하지만 이런 개인의 성장은 집단의 힘 앞에서 무력할지도 모른다. 김요정의 앞날은 결코 밝지 않을 것이고, 또 그런 김요정을 지지하는 진익 역시 힘든 생활을 할 것이다. 
 
피해자임을 내세우면서 가해자가 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그 벽은 얼마나 단단한지, 이렇게 포용이 아니라 배제하는 모습이 우리 사회가 지닌 모습이 아닌지, 소설을 통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럼에도 소설에서는 희망이 느껴진다. 김요정의 변화는 진정한 변화이고 진익은 많은 고민 끝에 자기만의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스스로 선택한 삶, 그것은 스스로 책임지는 삶이고, 그런 삶 앞에서 어려움은 없어지지 않을지라도 피하지 않을 대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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